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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왜 사람들은 모두 점쟁이가 될까?

by 썬도그 201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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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의 길을 만납니다. 두 갈림길 모두 가본 적이 없기에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합니다. 친구와 고민을 하다가 왼쪽 길로 가자고 제가 제안을 합니다. 왼쪽길로 가니 막힌 길이 나왔고 다시 이 갈림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갈림길로 돌아오는 내내 친구는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라고 구시렁 거립니다.  10분 내내 구시렁 거리기에 한마디 쏘아 붙였습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왜 아까 갈림길에서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냐? 그때는 가만히 있고 내가 가자고 할 때는 왜 순순히 따랐냐?

이런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항상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일을 저지르거나 뭔가 깨트리고 떨어트리면 한마디씩 하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이렇게 될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아니 미래를 알고 있었다고 하는 이분들은 점쟁이일까요? 어머니들은 모두 점쟁이 일까요?


이렇게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결과를 알고 나서 마치 사전에 그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라고 합니다.  제 친구가 갈림길에서 저에게 왼쪽 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그 친구도 이 길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래를 모르기에 강력하게 주장할 수 없습니다. 

경험해 본 길도 아니고 미래를 예측할 예지력도 없지만 단지 약간의 직감을 가지고 저에게 강력하게 이 길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왜? 라고 물으면 내 직감에~~~ 라고 하면 저는 그 직감을 무시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직감이라는 불확실성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침묵하죠. 그리고 결과를 보고 나서 그 직감을 키워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합니다. 직감은 불확실하고 계량화 할 수도 남에게 설득하기도 힘든 부분입니다. 따라서 내 직감이 정확한지 안 하는지를 나도 친구도 다른 사람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직감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리는 점쟁이라고 하죠. 

점쟁이 문어 파울이 지난 2008년 독일 월드컵 때 승리 팀을 잘 맞추기로 아주 유명했습니다. 
문어가 머리가 뛰어나긴 하지만 예지력은 없습니다. 따라서 파울의 행동은 단순하고 우연적인 행동이지 미래를 예측하고 승리팀을 맞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후판단 편향에 따라서 마치 파울이 미래를 아는 것처럼 파울에게 점쟁이라는 별명까지 주면서 파울의 행동을 신봉했습니다. 물론 헤프닝이고 우연과 우연의 연속속에서 작은 미소를 짓는 정도로 끝났지만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미신이나 징크스 그리고 혈액형별 성격테스트를 신봉하는 젊은 사람들의 비과학적 태도에서도 나타납니다. 

혈액형별 성격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여자분 앞에서  혈액형을 A형이라고 속이고 소심한 행동을 몇 번 보이면 
"딱 A형이시네요"라고 주야장천 말할 것입니다. 거봐! 딱 A형이라니까..  하지만 전 B형입니다. 소심한 B형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미신 같은 것을 너무나 쉽게 잘 믿습니다.  우연과 우연히 몇 번 겹치면 마치 그게 운명인양 진리인 양 떠받들고 스스로가 만든 굴레에 들어가서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46명의 실험참가자에게 애거서 크리스티가 평생 쓴 책의 숫자를 추정해 보라고 했습니다. 46명의 참가자가 추정한 크리스티의 책의 평균치는 51권이었습니다. 평생 약 51권의 책을 썼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죠

실험이 끝나고 참가자들에게 애거서 크리스티가 평생에 쓴 책의 개수는 67권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예상한 권수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평균치가 63권으로 51권에서 확 올랐습니다.  결과를 안 뒤에는 자신이 보다 정답에 가까운 예측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에 그 일이 사실처럼 인상이 강하게 남게 되고 거기서 사전에 예측한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사후판단 편향'이라고 합니다.

제 친구가 가지고 있고 많은 어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예지력과 직감과 경험들이  사건이 일어나고 사고가 난 후에 자신의 직감과 어렴풋한 예지가 마치 엄청난 예지 인것 처럼 과대평가를 하고 우리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주식시장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주식이 오를 줄 알았다거나 내려갈 줄 알았다면서 때늦은 후회들을 하죠.  전문가들도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을 마치 자기가 다 예측한 듯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사실 이 주식시장은 점쟁이나 최고의 전문가도 100%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자기의 직감이 맞을 때는 전문가들을 깔보고 자신의 직감만이 믿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 애널리스트 분석은 내팽개치고 자신의 직감을 신봉하다가 쫄딱 망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모습은 어떤 물건을 살 때도 보입니다. 
저가의 제품을 사놓고 좀 쓰다가 고장이 나면 "싼게 비지떡"이라면서 쓴소리를 하죠

저가 제품은 그 자체에 조악한 품질이라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고 그 리스크는 고가의 제품보다 잦은 고장이 날 수 있다는 확률이 높은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런 잦은 고장이나 쉽게 제품이 망가지는 것은 그 저가 제품의 특징입니다. 대신 가격이 싸다는 것을 보상 받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고장이 안 날 확률을 기대하다가 고장이 나면 "내가 고장 날 줄 알았어"라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침을 뱉어 버립니다

프로야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말대로 그때 투수를 교체 했어야 했는데 등등을 많이 하죠. 당시는 투수를 교체해도 안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였고 내가 어렴풋이 투수 교체를 해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다가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승리했다면 그냥 우리는 그 경기를 쉽게 잊고 내 생각도 쉽게 날려버립니다. 

반대로 내가 투수를 교체 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결과가 대역전패로 끝나면 내 생각은 증폭되어서 마치 내가 미래를 예지한 것처럼 떠벌리고 다닙니다. 남자들 술자리에서 "내가 이럴 줄 알았어"라고 참 많이 하죠. 어떻게 보면 그것도 남자들의 특징인 허풍입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 같으면서도 따지고 들어가면 합리적이지 못한 동물입니다. 그 합리적이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인 모습을 우리는 인간적이라고 합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행동경제학'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앞으로 몇 개 더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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