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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KTX가 빨라질수록 서울집중화는 더 빨라진다

by 썬도그 201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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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 인근에 삽니다. 그리고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유는 서울 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요즘 경기도 가보세요. 엄청나게 아파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죽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모습에 현기증 까지 납니다. 문제는 그렇게 우후죽순으로 아파트를 만들면 뭐 합니까? 너무 많이 지어서 수요가 없으니 세일해서 팔거나 구매자를 기다린 채 빈 아파트로 놀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도에서 살며 서울로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답답스럽기만 합니다. 그 이유는 출퇴근시간에 평균 2시간 이상 심지어 3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서 하루 일과의 일정 부분 이상을 전철이나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모습을 보면 측은 스럽기 까지 합니다.  그나마 경기도는 낫죠. 심지어 천안이나 대전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도 있는게 요즘 풍경입니다.

전 왜 사람들이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잠이라도 더 자던지 책을 읽던지 자기개발의 시간을 갖추면 좋을텐데요.  출퇴근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 졸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긴 하지만 여독이라는 것도 있고 결코 편한 시간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모습은 서울로 출퇴근 하지 않고 경기도 지역에 직장을 다니면 됩니다. 집 앞에 직장이 있으면 그 것 만큼 좋은 것은 없죠. 그러나 서울공화국인 한국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시외, 교외 고속도로를 많이 만든다고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이 안됩니다. 자기가 사는 근거리에 직장이 있는게 좋지만 어디 한국이 그런 사회인가요? 

가산디지털단지는 제2의 테헤란로가 될려는지 엄청나게 높은 빌딩들이 올라서고 있습니다. 구로공단이 사라지고 디지털벨리가 올라서고 있습니다. 이 곳은 구로 디지털단지와 합치면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이 됩니다. 엄청난 숫자죠. 하지만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근처에 거의 살지 않습니다. 산다고 해도 광명시 쪽에 살죠.

다 저 멀리서 전철을 타고 옵니다. 퇴근시간의 가산디지털단지는 지옥과 같습니다. 이렇게 주변에 살지 않는 이유는 아이들 교육문제와 함께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연봉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직장인이 꽤 많다고 하죠. 그 돈으로 서울 인근에 집을 마련하긴 힘듭니다. 저 경기도나 아니면 근처 원룸에서 기거합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가면 엄청나게 붙어 있는 원룸 찌라시입니다.  이렇게 가산디지털단지에 직장을 두고 저 멀리에서 오는 이유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이 교통편이 그나마 좋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아주 불편합니다만 지하철은 인천선과 수원선이 합류하는 구로역과 가깜고 신도림등 2호선과도 가까워서 멀리서도 출근을 합니다.

이렇게 교통편이 발달한 지역은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가게 됩니다


KTX 경남선이 개통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이나 KTX를 타고 가는 시간이 거의 비슷해 졌습니다. 속도야 비행기가 월등 앞서죠. 그러나 김포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김해공항에서 부산시내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따지면 KTX가 더 낫습니다. 이런 이유로 항공기를 이용했던 승객들은 빠르게 KTX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인해 지방경제는 황폐해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도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KTX가 개통하면 지방 분들은 살림살이가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KTX가 나오기 전에는 서울에서 부산 출장을 가는 사람이 있으면 당일 돌아 올 수 없습니다. 억지로 돌아온다고 해도 새벽기차 타고 아침에 서울에 떨어져야 하는데 이렇게 까지 무리해서 오지 않습니다. 보통은 저녁까지 거래처 만나고 술 한잔 하면서 부산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옵니다. 그렇게 되면  술값과 숙박비와 음주가무비등 많은 돈을 부산에 쓰고 올라오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을 거래서 사람과 같이 먹고 업무를 본 후 저녁 시간에 그냥 KTX타고 올라옵니다. 술도 안마시고 숙박비도 내지 않죠. 이렇게 하루 코스가 되다 보니 부산에서 돈 쓸일이 사라졌습니다. 이러니 지방경제 활성화는 전혀 되지 않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의 동네의원이나 작은 병원에서는 치료하기 힘들다는 병이 있으면 예전에는 서울로 올라올 생각을 못하고 치료하기 힘들어도 지방병원에서 치료를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못 고치면 KTX타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이러니 지방 병원들이 점점 더 장사가 안되죠. 병원만 그럽니까?  쇼핑하러 이제는 서울까지 올라옵니다.  쇼핑 실컷하고 좀 더 싸게 사서 KTX비용 뺄수도 있고 여행의 재미까지 있으니 약간 무리하더라도 쇼핑하러 서울로 올라옵니다.

이게 바로 빨대 효과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전국 주요도시를 1시간 30분대로 묶을 430km 시속을 내는 광속 고속열차가 2015년에 상용화 된다고 합니다. 전 이 뉴스가 자랑스럽지도 않고 왜 이 땅 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뭘 그리 빨리 왔다갔다 해야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물론 이 기술을 이용해서 해외에 초고속열차를 팔 수 있을 것이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삼성전자가 세계 1위 IT업체 되었다고 우리 삶이 윤택해 졌습니까? 가게 빚이 줄어 들었습니까?  그렇게 빨리 전국을 지하철 처럼 다니면 전국의 경제가 활성화 될까요? 오히려 빨대효과를 부채질해서 지방 경제는 더 어려워질것 입니다.

느려야 합니다. 느려야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야 그 지방에서 먹고 자고 술도 마시고 놀고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 가서 그 곳에 사진으로 보던 그 풍광만 사진 찍고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늘면 늘수록 관광버스나 KTX나 돈을 벌지 지방 상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죠. 좋은 학원들은 서울에 다 있는데 학원을 자기가 사는 지역이 아닌 비싼 돈 들여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들을 것 입니다. 우리는 속도가 빨라지면 삶이 더 나아질것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1박2일에 해야할 출장을 당일치기로 갔다오면 그건 회사원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죠. 

속도가 빨라졌다고 우리 월급이 빨르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놀고 있다고 다른 일 시킬껄요. 내가 느리게 살고 남들도 다 같이 느리게 살면 업무강도는 낮아지고 느림속에서 오는 행복은 빨리 우리에게 도착 할 것 입니다.  컴퓨터가 빨라졌다고 예전에 1시간에 하던 일을 10분만에 해 놓고 50분 동안 노나요? 오히려 10분만에 끝내 놓으면 월급은 똑같이 주고 1시간 내내 일 시킬걸요.

속도가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단 사장님들이나 세상의 갑의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는 속도가 행복이겠지만 대부분의 을들은 속도가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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