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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건축학개론의 성공이유 중 하나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

by 썬도그 201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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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건축학개론 이야기입니다.
욕 좀 먹을 것 같기도 하지만 건축학개론 영화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제가 크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30대,40대들이 20대를 보냈던 9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버스와 자동차와 옷차림들, 교실풍경과 철길, 정확하게는 그 철길이 교외선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 정서는 분명 신촌기차역에서 타고 갔던 교외선의 그 풍경이었습니다. 
90년대에 대학교를 혹은 20대를 보낸 지금의 30,40대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건축학개론' 오늘도 이 영화를 보고 좋았다는 30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90년대는 80년대와는 닮은 듯 달랐습니다
80년대는 민주화운동이다 뭐다 해서 세상이 정말 시끄러웠습니다. 저 멀리서 날아온 최루탄냄새 때문에 수업중간에 선생님이 수업을 중단시키기 까지 했던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또한 공안정권인 박정희정권이 무너진 자리에 또 다른 서슬퍼런 권력자가 태어났고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자행되었던 시대가 바로 80년대입니다.  80년대는 독재정권에 맞서는 대학생들의 투쟁이 빛을 발했고  운동권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념전쟁이 일어났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건 대학생들 이야기고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지금의 30,40대들은 롤러장으로 대표되는 문화에 빠져 있었죠
롤러장과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방, 런던보이즈,박혜성, 이문세,나미,마이클잭슨,조지 마이클등 팝과 국내 대중가요가 큰 인기를 얻었던 시대이기도 했죠. 
분명 80년대의 청년문화를 보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문화가 크게 달랐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대중가요와 소비의 문화를 향유했다면 대학교에 가서는 화염병과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의식화라는 과정을 거쳤고 그 의식화된 대학생들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맨몸으로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습니다. 투사 같은 형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바뀌게 됩니다. 먼저 노태우라는 독재자인 전두환의 친구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실질적인 개방화 정책을 쓴 정부는 노태우정부였다고 봅니다. 서슬퍼런 한마디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남산밑으로 끌렸던 시대를 지나서 노태우 정부는 많은 부분 개방화를 하게 됩니다. 
이런 80년대 말 분위기를 바통터치 한 게 바로 문민정부라는 김영삼정부였습니다. 뭐 밀실야합 정치는 여전하지만 80년대 같이 이념 과잉시대와는 다른 탈이데올레기 풍토가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80년대 대학생들이 정치에 철저하게 관심을 가졌다면 90년대 대학생들은 80년대 보다 평화로운 캠퍼스에서 국가와 민족보다는 자신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대학교에서 소비와 대중문화가 크게 퍼지게 됩니다물런 90년대 초반까지도 시위는 많았고 '아침이슬'이 불리워지긴 했지만 80년대 처럼 극심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서태지라는 문화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초중고를 넘어 대학생까지도 향유문화를 동기화 시킵니다. 이렇게 10대와 20대가 같은 노래를 듣고 좋아하고 따라부르던것이 90년대입니다. 마치 미국의 60년대 분위기와 비슷했습니다. 50년대 2차대전과 한국전쟁의 공포감에서 탈출한 미국의 60.70년대는 미국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시대였습니다. 
한국도 90년대 80년대의 군화발이라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서 물질적으로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해방감을 느꼈고 대중문화가 극히 일부가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20대 모두가 향유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이 90년대는 탈이데올레기와 함께  대량생산,대량소비의 모던니즘을 넘어 포스트모더니즘의 움직임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성이 중시되고 엑스세대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누비며 우리는 그 소비의 문화를 부러워하고 추종했습니다.80년대 대학가를 겨울로 치지면 90년대는 봄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90년대를 그린 영화가 바로 '건축학개론'입니다. 뭐 영화에서 90년대 문화코드를 많이 담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써니 같이 80년대 문화를 잔뜩 바른 기획상품 같은 영화 같이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의 촘촘함과 세심함을 느끼게 한 영화가 바로 '건축학개론'입니다
써니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제 아들 딸 낳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혹은 일찍 결혼했으면 10대의 딸이 있는 지금의 3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10대였던 그 시절의 문화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나미의 '빙글빙글'이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보니엠의 '써니'등 80년대 히트했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들어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꽤 나오고 있습니다. 써니, 굿바이 보이등도 있고요. 2천년도 초에는 '해적디스코왕 되다'도 있었고  뭐니뭐니해도 80년대 배경 영화 중 최고봉은 중필이가 나온 '품행제로'였죠

이 영화를 감독과 함께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다시 봐도 80년대 필 충만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왜 지금의 30,40대초반의 중년들의 대학시절인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없을까? 궁금했습니다

소비성향이 가장 활발한 세대가 바로 30,40대입니다. 그런 30,40대를 잡을려면 90년대 배경의 영화가 나와야 할텐데 눈씯고 찾아봐도 90년대를 담은 영화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청춘물은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온통 80년대 혹은 고고장에서 나팔바지 입고 뒷머리 휘날리며 음악다방에서 담배 빡빡피며 청춘을 보냈던 모습들만 보이고요. 어제도 드라마 '사랑비'에서 70년대 배경이 나오기에 그냥 채널을 돌렸습니다. 70년대를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30년째 드라마나 영화로 70년대를 바라보니 이젠 넌더리가 납니다. 왜 9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지 왜 드라마 장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흘러 나오지 않는지  왜 듀스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지 않는지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나오지 않는지.. 관객들은 90년대를 그리워하는데 왜 90년대를 드라마에서 담지 않는지 따지고 싶기까지 하더군요

뭐 건축학개론의 성공으로 앞으로는 90년대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기 시작할텐데요. 제대로 90년대를 그려봤으면 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나오고 힙합노래를 부르면서 잔스포츠나 이스트백 가방을 메고 다니는 풍경을 영화에서 담는다면 그 영화는 크게 재미 없어도 추억을 뜯어먹기 위해서 30,40대 관객들이 많이 올 것 입니다.헤이리나 몇몇곳에 가보면 추억박물관들이 꽤 있습니다. 요즘은 너무 많아서 실증날 정도인데요. 그래도 많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 손잡고 들어가더군요.  아빠 어렸을적엔 혹으 엄마 어렸을적엔 이라고 시작되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죠. 뭐 아니는 귀에 안들어오겠죠.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게 현재의 엄마,아빠들인 30,40대들입니다.

 90년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듭니다. 이념의 과잉시대가 지난 80년대의 뒤안길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90년대 후반의 문화는 확실히 기억나네요. 인터넷 광풍이 불면서 인터넷 문화가 주류문화를 넘어설려고 했던 인터넷과잉시대였다는 것을요마시마로나 노랑국물?, 소리바다, MP3플레이어, 온라인게임등등 많은 인터넷 문화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 PC통신 문화도 있었네요. 90년대 영화가 90년대를 그린 것은 있어도 21세기에 90년대를 그린 영화는 많지 않네요. 영화로 되새김질 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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