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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화차,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by 썬도그 201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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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영화 재미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감히 이 영화 추천 합니다.  이 시대의 어두운 곳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목도 했으면 하고 그런 이유로 추천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문호(이선균 분)와 선영(김민희 분)은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길이죠. 잠시 휴게실에 들렸는데 선영은 커피를 부탁한다며 문호에게 말합니다. 문호는 커피를 사서 차에 왔는데 선영이 사라졌습니다. 
문호는 황당해 하며 실종신고를 합니다. 선영의 집에 찾아간 문호는 모든 짐을 싹 정리한 후 사라진 모습에 망연자실합니다. 이렇게 결혼을 앞둔 신부 선영은 사라지고 문호는 관계가 소원한 전직 형사인 형을 찾아 갑니다.

형은 오랜만에 찾아온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수사(?)에 착수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 합니다. 선영의 사라짐과 함께 문호와 전직형사인 형이 선영의 과거를 캐면 캘수록 놀라운 과거사가 나온 다는 것 입니다. 거기에 선영은 선영이라는 다른 여자행세를 하고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는 것이 밝혀지죠

왜 다른 사람 행세를 하고 살까요?
이 해답은 영화 중반에 다 밝혀집니다.  이 영화 화차는 스릴러나 추리물의 기법을 가끔 도입하지만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회성 짙은 세상 뒷골목의 풍경을 씁쓸하게 담고 있는 사회정 짙은 영화입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두분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
그 하나는 선영의 과거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녀의 과거가 너무나 처참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정말 아무 잘못도 없는 여자인데 저렇게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하나? 하는 연민이 주루룩 빰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뉴스나 도시괴담으로 이미 많이 들었던 이야기고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 혹은 이웃집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는  서글픔과 흘러 나오는 서늘한 두려움이 치가 떨렸습니다.

 
돈이 세상을 먹어 삼킨 21세기 현재, 그 돈이 주인이 된 세상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가련한 인생을 목도하면서 울분을 끊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더 마음이 아프네요.  



이 영화 화차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4줄 정도면 다 설명이 될 정도로 복잡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가 아닙니다
만약 이 영화를 시간순으로 담았다면 지루해서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결과 부터 보여주고 그 결과가 왜? 생겼는지를 역 추적하는 전형적인 추리물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의 추리물은 범인을 잡는게 목적이고 범인과 형사 또는 추격꾼간의 머리 싸움에서 생기는 추격씬과 액션과 트릭이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합니다. 영화 '화차'는 이게 많지 않습니다.  

 
재미있게도 추리라는 것도 문호의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물 간호사가 사건의 추리및 단초를 찾아냅니다.
이 영화는 초반에 추리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중반 이후에는  왜 선영이 도망쳐야만 했는지 실종되고 싶어 했는지 왜
다른 여자의 행세를 했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쏟아지는데 그 사연이 너무나 가슴이 미어지게 합니다

맑디 맑은 영혼이 어떻게 처참해지고 그 돈의 굴레어서 얼마나 심한 고통을 입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서 관객들은 낮은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변영주 감독 때문에 본것도 있습니다
95년인가?  일본군 종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다큐로 담은 '낮은 목소리'때 부터 이 여성감독을 좋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강연하는 모습에 푹 빠졌고요. 달변가에 유머까지. 감독 때문에 한번 꼭 봐야겠구나 했는데 
생각 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전작인 '텐 텐'이나 '발레 교습소' 같은 영화는 대박 많했거든요
다큐감독에서 상업영화 감독으로의 탈바꿈이 쉽지 않아 보였는데 영화 '화차'는 대만족은 아니지만 드디어 감을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영주 감독이 TV에서 한 강연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제주도에  기생관광을 다큐로 만들기 위해 제주도에 갔습니다 제주도 업소에서 일하는 한 언니와 친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변감독 앞에서 펑펑 울더랍니다. 그 우는 이유를 들어보니  자기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가 어머니 병 치료비 때문에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일본군 군 위안부였다는 것 입니다

참 기구한 운명이죠.
그런데요. 그런 기구한 운명이 세상에 꽤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화차'는 그 제주도 업소 언니의 운명과도 같은 정말 정면에서 지켜보기 힘든 삶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본지 하루가 지났는데 지금도 마음이 아프네요. 선영이가 인간 답게 살아본 적 없는 그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지루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연출력(개인적으로는 아직 좀 더 다듬어야 더 큰 감독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과 함께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있어서 영화를 후반까지 긴 호흡으로 끌어가고 관객들의 시선을 계속 붙들어 둡니다. 

이 영화에서 김민희는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주로 이선균과 형으로 나오는 조성하가 많이 나오죠
하지만 많이 나오지 않다고 조연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의 강렬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두번의 강렬함이 아직도 얼얼할 정도로 남아 있네요

온몸에 피철갑을 하면서 공포에 커진 동공을 한 그 표정에 김민희가 저런 연기력이 있었나? 그냥 예쁜 배우 아니였나? 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속단 하기 힘들지만 올해 여주주연상은 김민희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되어지네요. 짧지만 너무나 강렬한 그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공포에 떨면서도 사람 답게 살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는 그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한번은 용산역 씬입니다. 문호가 에스컬레이터 꼭대기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것도 모른체 선영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옵니다. 선영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그 눈물이 왜 이리 마음이 아프던지요.  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냥 그게 낫겠다. 그게 최선이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화차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또한 강력추천할 수 도 없는 영화입니다. 선영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졸리운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 어린 분들은 더더욱 그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할 것 입니다.  하지만 돈의 무서움을 알고 돈이 사람을 집어 삼키고 삶을 먹어 치우는 불가사리 같은 괴물임을 직접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영화 화차는 자본주의 국가의 쓸쓸한 뒤안길을 담은 영화입니다. 
돈 무서움을 느낀 분들이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제작비 16억 들인 영화, 제작비가 없어서 영화가 엎어질뻔 할 때 주연배우 3명이 스스로 출연료를 삭감했던 영화
어쩌면 변감독에게 있어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영화인데  다행을 넘어 대박이 나버렸네요. 벌써 2주째 1위이고 160만 관객을 돌파 했습니다. 뭐 최근에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지 않은 행운도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는 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사회성 짙은 영화라 흥행이 더 크게 될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제가 예상하는 관객 동원수는 250만명에서 3백만명 사이에서 멈출 듯 하네요. 이 정도도 대박이죠.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덮는 연출과 편집과 연기가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쓰라린 우리네 현실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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