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책서평

이 시대 20대들의 아픔을 담은 단편 소설 '치킨 런'

by 썬도그 2012. 2. 22.
반응형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 케익을 사들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제 앞에 한 배달원이 이리저리 오토바이 핸들을 흔들어 봅니다.
이리저리 흔드니 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아마 배달을 하다가 엎어졌었나 봅니다.  이리저리 흔들다가 포기한 후 전화를 합니다.

이 모습을 한참 지켜 봤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면 가족과 함께 재미없는 TV라도 함께 보면서 케익에 불을 끄는 재미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평소보다 최소 2배나 비싼 맥주집에서 김빠진 맥주 같은 이야기라도 해야 할텐데 배달을 하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가 저들을 배달 시키는가? 같이 쉴때 같이 쉬고 같이 일할때 같이 일하는 모습은 없고 월드컵이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특별한 날들에 매출이 더 오르는 것을 알기에 평소보다 더 과중한 일을 해야 하는 배달원들.

헬멧이라도 좀 쓰고 근무했으면 하지만 하나 같이 헬멧을 쓰지 않고 겨울에도 맨손으로 배달을 합니다. 또한 신호무시는 다반사입니다. 저 배달원 오토바이가 쓰러진 근방에서 한 대학생이 오토바이로 피자배달을 하다가 택시에 받쳐 사망을 했습니다
우리들은 헬멧도 안쓰고 신호위반을 밥먹듯 하는 배달원들을 손가락질 합니다.

혹자는 저 형 처럼 되지 않을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호위반은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닌 30분 배달이라는 단두대가 목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아니 해야만 하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또한 공부 열심히 하건 안하건 배달일이라도 해서 방값이나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2010년 그 추운 겨울에 쓰러진 대학생 오토바이 배달원도 주말마다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부족한 학비를 벌고 있었습니다.

 
사진작가 정연두의 사진 HERO


부다다다 배달 오토바이 달려가는 소리를 수시로 듣고 사는 요즘입니다. 
공부를 못해서 배달일을 하는게 아닌 학비 때문에 생활비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인 배달업. 우리네 10,20대들은 오늘도 위험한 배달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동아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인 '치킨 런'은 이 20대의 삶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 김혜진이라는 20대 끝자락에 나부끼는 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20대의 비극적인 삶을 희극적으로 승화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20대 치킨집 배달원입니다.  매일 새벽까지 배달일을 하면서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운 작은 방에서 거주하는 주인공이죠.  주인공은 양선미라는 여자친구네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선미네 동네로 이사를 옵니다.  그리고 치킨 배달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배달을 하다가 우연히  한 자살자를 만나게 됩니다.
매번 죽을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사내, 첫 만남에서도 목을 메달지만 배달원인 주인공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보통 이 다음 이야기는 서로 한바탕 진하게 눈물을 흘리고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고 하는게 현실이지만 이 소설은 이 다음 부터 비극이 아닌 희극이 됩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내는 당신 때문에 죽지 못했다면서 채근을 하면서 다시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나중에 사내는 어차피 쌓여가는 빚을 갚을수도 없고 들어놓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라도 죽어야 한다면서 배달원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내가 죽으면 50만원 줄께요!

소설속 주인공인 배달원은 야박하게 자신을 떠나버린 선미도 없는 이 동네를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겠다면서 해서는 안되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자살자의 자살행동을 돕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이 모습은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그려지는데 이 짧은 소설을 들으면서(김경란의 라디오독서실이라는 라디오프로그램)
페이소스가 느껴졌습니다. 비극적인 절망감에 쌓인 두 청춘을 코믹스럽게 담고 있는 모습이 채플린 영화를 보는듯 했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오버랩되네요.
비극적인 삶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 비극들 끼리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는 모습이 희극같기도 하네요.  우울한 20대의 삶을 다루면서도 작가는 그걸 비극 그대로가 아닌 희극으로 담아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파오네요


 소설 전문은 
http://www.donga.com/docs/sinchoon/2012/02_1.html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