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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똑같은 겉모습의 아파트이지만 그 속의 삶은 무지개 보다 다채로운을 담은 '무지개 아파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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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겉모습의 아파트이지만 그 속의 삶은 무지개 보다 다채로운을 담은 '무지개 아파트'

썬도그 2011. 12. 30. 12:23

일전에 정연두 사진작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2011/12/12 - [사진작가/국내사진작가] - 보통사람들의 꿈을 사진으로 실현시켜주는 사진마법사 정연두

정연두 사진작가가 최근작품을 제가 사는 집 근처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서 찍은 '남서울 무지개'라는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 작품이 지금 종로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CITY WITHIN THE CITY 을 보러 갔습니다. 이 전시회는 도시문제를 조명하는 전시회였는데 추천하긴 힘들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전시회였습니다. 제가 도시문제에 좀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남서울 무지개라는 작품이 없었다면 찾아가서 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남서울 무지개라는 작품은  금천예술공장 엘레베이터에서 봤습니다. 조막만한 사진을 보면서 꼭 크게 보고 싶었고 제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같은 사진이라도 큰 사진으로 직접 보는 것과 모니터랑 보는것이랑은 너무 큰 차이가 있네요
작품의 크기는 약 10미터에 달했습니다. 거대한 사진이 30개가 멀티비젼처럼 이어 붙여져 있었습니다.

큰 크기의 30개의 사진을 꼼꼼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남서울 무지개'라는 작품을 살짝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정연두 사진작가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남서울 무지개'라는 아파트에 찾아갑니다. 639세대가 사는 남서울 무지개 아파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서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이 남서울 무지개 사진 프로젝트에 참가할 희망가족을 찾았습니다.  

쉽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자신이 사는 모습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 본다는 것 꼭 유쾌하지만은 않죠. 누군가의 관찰대상이 된다는 것, 하나의 관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유쾌한 것만은 아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족의 행복을 내 가족의 자랑스러움을 들어내도 상관없다는 분들이 참여 했습니다

총 80가구가 참여했고 그중 30가구를 작품에 녹여 냈습니다.
배경은 아파트 거실입니다. 똑같은 물리적 크기를 가진 하나의 스튜디오 같은 거실에서 가족들은 각자 자유로운 포즈로 섰습니다.  


어느 가정은 근엄한 포즈의 부모님과 딸은 바이올린을 켭니다. 이런 사진이 꽤 있더군요. 아마도 딸의 장기를 사진에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반면 혼자 서 있는 분이 두분이나 계셨습니다. 아마도 아들 딸은 결혼시켜 보내고 남편과 사별한 혹은 잠시 외출한 가족은 아주머니 혼자 서 있던 사진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대가족이 사진에 다 담겼는데 그 분들이 다 그 아파트에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약 10여명에 가까운 모습이 너무 화목해 보였습니다. 절 웃게 했던 것은 그 10분중 9분은 웃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아픈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한참 들여다 봤습니다. 뭐지?  할아버지는 병이 있는지 이불을 쓰고 누워 계시는데 왜 다들 웃고 계시는거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이 드신건지도 모르겠고 잠시 아픈 표정을 지은것인지도 모르겠고  병이 오래 되었고 만성병이라서 가족들도 더 이상 같이 슬퍼하는 시기를 지난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은 결코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하고 순간적인 사실만 담기에 그 사진으로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진 밑에 캡션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재미있는 사진들이 별처럼 빼곡히 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족들의 웃음을 배경으로 한 그 가정의 거실이 그 가정의 분위기를 대변하더군요. 어떤 집은 골프채가 있고 어떤 집은 컴퓨터가 거실에 있었으며 어떤집은 아주 단촐했고 어떤 집은 멋진 벽지로 팬션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가정의 분위기를 단박에 느끼게 하는 것은 그 집안의 풍경이라고 하는 소리도 있고 실제로 그 사람을 단박에 많이 알려면 그 사람이 사는 집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재미있게도  TV를 유심히 봤습니다. 어떤 집은 LCD 평판TV, 어떤집은 브라운관TV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딱 한가정만 빼고 거실에 TV가 있었습니다.  지금 좀 고민중에 있습니다. 제 좁디 좁은 방에 브라운관TV가 하나 있는데 이거 버리고 그 자리에 책상을 하나 더 사서  좀 더 사색적인 구조로 만들까 하고요.  아무래도 TV에 뺏기는 시간이 너무 많더라고요.

TV가 거실에 없는 집은  어린아이 둘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TV가 없는 자리에 책이 빼곡한 책장이 있었습니다.
그게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TV를 없앤 과감성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사진들은 한껏 멋을 내고 위험있고 때로는 개구지게 담았습니다. 모두들 한결 같이 웃는 사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30세대의 집안을 몰래 들여다 보는 생각도 들지만 그 30개의 창을 통해서 내 집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네요.

한참을 봤습니다. 그렇게 20분 동안 한 가정 한 가정을 탐닉했습니다.
똑같은 구조와 크기의 아파트인데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각자의 삶이 다 다르듯 각각의 집들은 똑같은 집이 없었습니다.

위 작품은 2001년 상록아파트를 찍은 사진입니다. '남서울 무지개'와 똑같죠. 정연두 작가는 10년전에 똑같은 프로젝트를 했었습니다. 지금 상록아파트를 검색해보니 마포구 염리동으로 나오네요.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것이라고 하는데 다음 아파트는 어디일까요?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과 
서울에서 가장 싼 (절대 값이 아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나란히 보여주면 어떨까 하네요.  사는 곳의 아파트 값의 차이로 사람들이 우울해 하는지 행복해 하는지를 사진에 담으면 어떨까요?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 밖에요. 쉽게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을 작품으로 선보이기 힘들었겠죠 그럼에도 참여해준 분들의 약간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보면 볼품없는 아파트, 하지만 그 속에 사는 가족들은 무지개빛 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고 일곱빛깔 무지개 처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초치는 이야기지만  사진 앞에서만 웃고 있지 사진 촬영할때 인상쓰고 짜증내고 하던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  그게 바로 거실에 많이 걸려 있는 가족사진의 이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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