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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지루한 일상과 풍경을 조롱하는 사진작가 김윤호

by 썬도그 201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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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파트를 혐오하는 것은 몸으로 혐오하는게 아닌 눈으로 혐오합니다. 아파트는 최적의 생활환경을 제공해 주지만 
눈으로 보면 정말 볼품 없는 이미지입니다. 또한 어떠한 상상도 할 수 없는 정형화된 아무 아파트 단지를 들어가도 그 곳에 대충 뭐가 있을지 예상가능한 지루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를 사진으로 찍는 생활사진가는 거의 없죠 

참 지루합니다. 지루해.


김윤호 사진작가  ~ 하는 사회

 김윤호 사진작가  ~ 하는 사회

사진을 바꾼 사진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김윤호라는 사진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작가가 찍은 사진 스타일이 너무 공감이 가더군요.  위 사진들은 관광지나 지방에 가면 흔하게 보는 풍경들 입니다. 퍼렇고 빨갛고 노랗고 온통 원색으로 칠해진 간판이 길가까지 나와서 손짓을 합니다. 원색을 입으면 촌스럽다고 하는데  위 간판들도 묘하게 촌스럽습니다.  압니다. 상인들도 알죠. 촌스러운지 하지만 저렇게 해야 멀리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색으로 간판을 하지만 문제는 너도 나도 다 원색의 촌스럽고 천박스러운 간판을 하다보니 차별성도 없습니다.  저런 풍경속에서 차라리 무채색으로 다소곳하게 만든 간판이 더 눈에 확 들어오겠는데요

간판이 호객하는 사회, 김윤호 작가는 이런 지루한 풍경을 사진으로 잘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엽서 씨리즈

 

김윤호는 엽서씨리즈에서 우리가 흔히 무심결에 하는 행동을 살짝 비꼽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관광지에 가면 그 관광지에서 파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담긴 우편엽서를 사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죠.  작가는 직접 그 그림 엽서속의 사진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왼쪽이 햇빛 쨍한 사진이고 오른쪽이 현실입니다. 항상 맑은 날만 있는게 아닌 맑은날도  엽서에 담긴 사진처럼 느끼지는 못할 것 입니다.  뭐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보니 그 현실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파리이펙트라고 합니다.
파리에 가면 센강을 바라보면서 와인 한잔 근사하게 마시면서 샹송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파리에 가면 거리에 넘쳐나는 개똥과 더러움에 놀란다고 하죠. 작가는 전리품처럼 가져오는 그 엽서들의 비현실적인 쨍함을 조소합니다


독일유학시절 그는 매일 같이 광장에 서 있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를 1년 내내 찍었습니다. 그렇게 찍은게  1000대의 버스라는 작품입니다.  매일 같이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내리고 정해진 코스에 정해진 시간에 관광하고 밥먹고 다시 버스에 타고 정해진 호텔에서 자는 이 지루함 일상들, 설악산이나 제주도도 그렇죠.  

작년에 올레 열풍이 일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올레길을 걸어야 덜 지루할텐데 이제는 관광버스 대신에 걷는 것 뿐이지 그 풍경도 지금 돌아보면 참 지루한 풍경입니다.  





위 사진들은 김윤호 작가의 사진전 씨리즈입니다. 
참 멋진 풍경사진이죠. 풍경사진의 공식인 매직아워에 찍어라, 광각으로 담아라등의 공식이 있습니다. 
그런 풍경사진의 공식대로 찍은 사진입니다. 멋진 사진이나요? 그런데 이상한 피사체가 있네요.  스튜디오에서 볼 수 있는
조명기구가 야외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풍경사진을 스튜디오 사진처럼 공식대로 연출하듯 찍는 풍경사진가, 특히 한 우두머리가 이끄는 생활사진가들의 지루한 사진촬영 풍경을 비꽜습니다.

솔직히 멋진 풍광이 있다고 소문난 출사 포인트에 가면 참 지루하고 지루한 풍경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셔터스피드는 몇으로 놓고 조리개는 몇으로 놓고 찍으세요. 아니아니 거기서 세로로 찍으면 안되요, 가로로 그리고 파인더까지 들여다 보면서 세심하게 조절해 주는 생활사진가 무리의 우두머리는 그렇게  자신이 이끌고온 생활사진가들의 파인더 까지 체크하면서 조언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풍광을 같이 찍으면서 이런 한숨을 쉽니다

이렇게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앵글로 찍는 풍광사진이 뭔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위로도 하죠. 저 사람들은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자기 집 하드에만 저장하고 자기만족으로만 찍는 걸꺼야 하고 다시 용기를 얻죠. 

풍경사진 잘 찍는법, 인물사진 잘 찍는법 마치 정형화된 메뉴얼이 넘치고 넘치는 세상입니다. 메뉴얼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초보자에게는 훌륭한 조언이고 보다 길을 쉽게 가는 방법을 알려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메뉴얼만 읽고 이해를 못하다 보면 응용을 하지 못합니다. 

어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메뉴얼만 달달 외운 학생은  시험 문제가  교과서 밖에서 나오면 머리가 혼미해집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메뉴얼을 읽으면서 왜?? 라는 의문을 가지지 못한 생활사진가는 실패하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분별력이 있고 창의력이 있는 사진을 담지 못합니다.

사진작가 김윤호는 이런 풍경사진가들의 정형화된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비슷한 모습들을 조소합니다

뭐 어차피 인생이란게 내가 남을 보면 지루해 보이는 삶이고 또 누군가가 나를 보면 지루한 삶이죠.  하지만 가끔 내가 정말 지루한 삶을 살고 있나.  남들이 대세라고 하면 덩달아서 생각없이 사는것은 아닐까? 생각은 남이하고 난 그냥 따르는 단세포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정도는 수시로 체크하면서 살다보면 어느순간 남들과 다른 지루하지 않는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 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의 노스페이스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도 어찌보면 참 지루한 일상이고 삶들입니다.


한강변을 달리다보면  프랑스의 몽셀미셀 같은 건물 더미가 보입니다. 옥수동 같은데요. 저 곳은 지루한 풍경이 아닙니다. 저 속에 들어가보면 수 많은 골목이 있죠. 제가 골목을 좋아하는 이유가 지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골목을 돌면 다른 골목이 나오고 다른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전 골목을 좋아합니다.  예측 불허~~~ 골목

5분후에 어떤 이미지가 눈앞에 나올지 예상되는 영화가 지루하듯 우리들의 일상이 5분후가 1시간 후가 예측된다면 그 삶이 평온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길게 보면 참 지루하기만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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