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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1천원의 행복, 극단 노을의 형식미가 좋았던 '눈의 여인'을 보다 본문

삶/세상에대한 단소리

1천원의 행복, 극단 노을의 형식미가 좋았던 '눈의 여인'을 보다

썬도그 2011. 12. 12. 00:57


새로 지어진 금천구 구청사에는 금나래 아트홀이 있습니다. 금천구민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금천구에는 이렇다할 갤러리도 공연장도 없습니다. 금천구의 유일한 멀티플렉스관도 딱 하나만 있을 정도로  문화적으로 무척 소외된 지역입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거대한 빌딩숲이 형성되어가고 있고 유동인구는 엄청나지만 공연장도 영화상영관도 없고 오로지 사무실과 먹고 마시는 곳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문화에 철저하게 소외된 지역이 금천구입니다. 그나마 금천구 신청사가 생기면서 지하에 금나래 아트홀이 생겨서  금천구에도  훌륭하지는 않지만  자그마한 공연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금천구 금나래 아트홀은 수시로 공연을 합니다. 
관현악단의 정기공연도 있고 연극공연, 발표회, 심지어 오페라 공연도 합니다.  다양한 공연들이 있는데 가격이 대부분 저렴하거나 무료입니다. 

몇주전 부터 눈이 가는 공연이 하나 있었습니다. 극단 노을의 '눈의 여인'입니다.
극단 노을은 금나래 아트홀의 공연장 상주예술단체로 선정되어 금천구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 첫작품이 지난 달에 '안톤 체홉의 갈매기'였고  두번째 공연이  바로 '눈의 여인'입니다.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하고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솔깃해 했는데 공연입장료도 1천원으로 무척 저렴하더군요.



12월 11일 일요일 오후 3시, 7시 공연이 있었는데요. 전 7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무슨 내용일까?  연극을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약간의 설레임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금나래 아트홀은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라는 KBS조이에서 방영되는 음악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달에 한번 녹화를 하고 있다는데 집에 케이블TV도 안나오고 한번도 본적이 없네요

http://www.kbsn.co.kr/live_vod/vod_total.php?mode=kbsn_joy 에 보니 다행히 VOD서비스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네요.



공연 시작전에 극단 노을 대표님이 간단한 퀴즈를 내어서 선물을 주었습니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혹은 유치원생의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많은가 보더군요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은 '눈의 여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넌센스'나 허리우드 뮤지컬 영화 같이 모든 대사를 다 노래로 만든 그런 뮤지컬은 아닙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지는 않더라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아야 할텐데 이상하게 노래 부르는 장면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망어린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결국은 나가는 가족들도 몇몇 보이더군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뮤지컬이 아니였습니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에 대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 '눈의 여인'은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그냥 보통의 연극인데 연극에서 주인공이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가 좀 나온다고 보시면 될것입니다.

그런 연극이라면 차라리 뮤지컬이라는 단어를 빼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 부분에 대한 배신감이 초반에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여기저기서 지루해 하는 소리가 들렸고요.  저 또한 초반에는 왜 뮤지컬이 이렇게 연극스럽지? 하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눈의 여인'이 뮤지컬이 아님을 판단한 후에는 연극에 집중했습니다

이 연극의 형식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연극 '눈의 여왕'의 최고의 재미는 형식미가 아닐까 합니다.
이 연극은 액자소설처럼  연극안에 또 작은 연극이 존재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작가 안지운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정유란을 산장으로 부릅니다. 둘은 10년지기 친구죠. 정유란은 이혼을 한 여자인데 지운은 그런 유란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지운은 유란을 위해서 희곡을 하나 썼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희곡입니다.  이때 지운과 유란의 친구인 황유식도 산장에 옵니다.
지운은 유란에게 말할려고 합니다.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너를 위해서 이 희극을 썼다고요.

하지만 유란은 그 사랑을 거부합니다. 그 이유는 같이 온 황유식과 결혼을 예정했기 때문입니다.
희곡작가 지운은 성격이 샌님 같은 사람입니다.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죠. 반면 자신이 짝사랑하는 유란과 결혼을 예정한 현재 영화감독인 황유식은 완죤 속물이죠.

돈 안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합니다. 이런 이유로 아주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말을 합니다.
황유식은 지운의 희곡을 보고 쓴소리를 합니다.  돈 안되는 희곡따위 버리고 나와 함께 영화 시나리오나 쓰자고 합니다.

하지만 지운은 그런 황유식을 경멸합니다.

'눈의 여인'은 이 3명의 사람과  지운과 잘아는 후배 신인 연극배우인 송보람이 엮어가는 기묘하고 기발한 형식미가 좋은 연극입니다. 

지운의 희곡내용은  안데르센 동화처럼 '눈의 여왕'과 비슷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어느날 '눈의 여왕'이 나타나서 
남자를 도시로 데리고 가버립니다. 남은 여자는 남자를 찾기 위해 도시로 옵니다. 도시로 와서 남자가 잘 알아보고 찾아 올 수 있도록 가수가 됩니다.  노력끝에 유명가수가 되고 인기스타가 됩니다.  그리고 남자를 찾으러 떠나죠. 눈의 여왕이 데리고 간 남자를요.  

지운의 희곡을 듣던 3명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지운의 희곡을 변형시킵니다.
속물인 황유식은 너무 밋밋하다면서   노래 기획사에 들어가서 유명 여가수가 되기전에  3각관계를 넣자고 하고
지운의 짝사랑이자 이 희곡을 받칠려고 했던 유란은 자기식대로 변형시킵니다
거기에 신인 연극배우인 보람도 자기식대로 변형시킵니다.

연극 '눈의 여왕'이 재미있던 이유는 이렇게 4명의 화자가 이 연극을 변형시키는데 변형시키는 그 모습들이 무대위에서 펼쳐집니다.  즉 4명의 화자가 말을 하면 그 희곡 내용대로 무대에서 재현되죠.  또한 희곡의 화자에 따라서 여자주인공을 유란이 연기했다가 보람이 연기하는 식으로 변형시킵니다.

연극은 이렇게 4명의 화자에 의해서 이리저리 휩쓸리게 되는데  4명의 화자들이 가지고 있던 욕망들이 지운의 희곡을 변형시키면서 불어져 나옵니다.   예를 들어 쑥맥 같은 신인배우 보람은 감독인 황유식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인해 지운의 희곡을 마무리 지을려다가  자신속의 속물근성을 발견하고 괴로워합니다.

'눈의 여인'은 이런 속물근성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끝이 나는데  메타포도 있고 호접몽처럼  희곡내용과 극중의 4명의 주인공의 욕망이 섞이면서 아주 상큼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식미가 좋은 작품들을 꽤 좋아하거든요.

'눈의 여인'은 연극속의 연극을 4명의 화자들이 넘나들면서 연기를 하는데요. 마치 매트릭스의 그런 느낌도 납니다.


연극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이 되지 않아서  배우들이 인사를 할때 한컷 찍었습니다. 좀 뒤에서 봐서 배우들의 얼굴을 잘 볼 수가 없었는데 다음 공연인 2012년 2월 17~19일 까지 하는  뮤직드라마 '읍내리 2012번지'를 볼때는 좀 앞에 가서 봐야겠습니다.

연극을 자주 보지도 볼줄도 잘 몰라서 이 작품의 수준이나 이런것을 평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꽤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떠들고 보채고 하는 소리 때문에 감상하는데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더군요.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온 분들 같습니다.  배우들이 육성으로 대사를 해서 공연장이 조용해야 하는데 좀 산만했던게 아쉽네요. 그렇다면 다음 작품때는 마이크를 차고 공연하는 것은 어떨까 하네요.

 
배우들의 얼굴은 팜플렛에서 봤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연기를 했던 속물 황유식역을 한 이우진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얼굴 같은데요.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SBS 드라마 자이언츠에서 단역으로 나왔다고 하던데요.  연기도 좋고 참 인상깊은 배우였습니다.  극단 노을의 공연은 계속 이어지는데  전 배우 이우식의 팬이 되야겠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명품 조연 배우들 대부분이 연극 극단활동을 하다가 영화계에서 성공한 배우들이 많죠.

'눈의 여인', 참 괜찮은 연극이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싼 가격에 품질 좋은 연극 볼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졌으면 합니다. 눈의 여인의 내용이 좀 어려운것이 흠이지만 중학생 이상이라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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