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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뉴타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된 뉴타운돌이들은 떨고 있다

by 썬도그 201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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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태생입니다. 
하지만 제가 태어난 곳은 사라졌습니다. 아니 지리적 위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제가  추억을 두레박질 할 수 있는 그 어떤 표식 하나 없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뛰어놀던 그 공터와 골목은 거대한 로봇 다리 같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원주민인  다 사라졌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 서울이라는 곳이 그렇습니다. 토박이 라는 말은 점점 사멸하고 있고  돈에 따라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가는 유목민들만 가득합니다. 20,30년 주기로 허물어지는 건물에 따라 다시 정처없이 유목하는 유목민들



경희궁에서 '서울사진축제'를 본 후 '돼지의 왕'을 보기 위해서 걸었습니다. 걸어서 약 40분 정도 걸리는 길이고 잘 아는 길이라서 금방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대문 여행을 하고 싶더군요.

여행이란게 별거 있나요?  내가 모르는 곳, 한번도 가보지 않는 곳을 가면 그게 여행이고 그 처음 보는 곳을 느끼고 그걸 글로 담으면 그게 여행기죠.  뭐 사실 재미는 없습니다. 온통 비슷한 이미지들이 가득한 서울이고 지방이라서  특이한 피사체를 찾기 거의 힘듭니다.  사진만 보면 이게 서대문구인지 중랑구인지 은평구인지 금천구인지 관악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재미가 있는 것은 무작정 걷다가 발견하는 원더들이 꽤 있습니다. 서대문구 아현동을 걸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걸었는데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수시로 스마트폰에 의탁하며 방향설정을 세세히 하고 있었습니다.

골목과 언덕이 많은 여느 서울의 그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덕을 넘으면 돼지의 왕을 상영하는 이대의 아트하우스 모모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풍경(?)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집들이 부셔지고 온갖 가재도구들이 날려져 있고 부셔져 있었습니다.


 한 건물만 그런게 아닙니다. 이 부근 전체가 그렇습니다. 그때 알았죠. 이곳이 바로 뉴타운이구나.

뉴타운, 뉴타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네요.
이 뉴타운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시절에 했던 사업이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뉴타운 시작할 때만 해도 여기저기서 만만세를 외쳤습니다. 자기네 동네 뉴타운 지정해달라고 때를 쓰기도 했죠.  

특히 뉴타운 지정을 해달라며 혹은 뉴타운 사업 빨리 진행해 달라며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고 그렇게 해서 서울 곳곳에서 뉴타운돌이들이 탄생했습니다.  

버스요금이 70원이라는 망언을 해도 그까이꺼 뭐 대수냐며  정몽준 의원을 국회로 보낸 동네도 있고  뉴타운 예정지인 제가 사는 한 동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몰표를 주었습니다.  그 몰표를 뭐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라도 돈 된다면  내가 표를 주고 그래서 그 국회의원이 국회에 가서  뉴타운을 빨리 진행해서  앉아서  수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유가 그런것 아닙니까? 전과 19범인거 알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내 재산 증식시켜주거나 돈을 벌게 해준다면 도덕성의 치명적 결함이 있어도 지지하는게 인지상정이죠.  그게 국민성이라고 하고 그래서 한국인의 국민성이 저질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욕 좀 먹으면 어때요. 돈만 벌게 해준다면  치명적 결함이 있어도 지지하는게 한국인이고 욕을 먹는것을 알면서도 돈 앞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게 우리들인데요. 

솔직히 지난 대선은 좀 이상했죠.  예전 대선에서는 도덕성이 무척 중요했는데 지난 대선은 그런 도덕성의 비교가 무의미했고 온통 돈 이야기만 있었습니다.  돈을 벌게 해주냐 못해주냐..

결과는 돈을 벌게 해주기는 커녕 돈을 까먹게 하는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 되고 말았네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시대
은행에 돈 넣으면 오히려 손해인 시대.  안보이는 세금이라는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인 시대 그래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몰래 터는 세상이 되었죠.  

이런 세상을 만든것은 이명박도 국회의원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이 그런 세상을 원했던 것 아닐까요?
뭐 속았다 어쨌다 해도 투자 손실의 전적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 증권회사나 펀드매니저에게 있는게 아닙니다.  물론 돈 버는 세상을 원했지만 결과만 보자면 쪽박을 찼네요

한마디로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에게 나라를 맡겼더니 그 펀드매니저가 쪽박을 차버렸고  그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채 투자자에게 돈이 없으면 아껴쓰면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이너스 수익을 낸것에 대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자기변명만 하고 있네요


뉴타운돌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의 구에  뉴타운이 있는 지역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아닌 곳이 거의 없습니다. 지역민들이 한나라당 의원을 지지한 이유는  뉴타운을 성사시키거나 빨리 진행시키고자 했던것이죠

그러나 지금 어떻죠?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뉴타운 반대 여론이 높아져서 뉴타운 지지 주민보다 반대 주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뉴타운을 해서 새집을 받을려면 예전 같이 돈 한푼 안들이고  오히려 수익금을 받던 부동산 활황기가 끝이 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재개발하면  그 지역을 싹 밀고 용적율이 높은 26층 이상의 고층아파트를 올려서 지역조합원들 외에 외부인들의 돈까지 합쳐서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외부의 돈까지 함께 사용해서 아파트를 올린 후에  1,2년이 지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겼습니다.  보상비로 받은 돈으로 아파트를 짓고 1,2년이 지나면 두배 가까운 아파트값 상승으로 앉아서 큰 돈을 벌었죠. 

이런 이유로 부동산불패라는 말이 생겼고 그렇게 우리는 지난 50년간 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이후로 이 부동산불패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동산불패신화에 금이 갔고 한국은 겨우겨우 부동산폭락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일본처럼 한국의 부동산도 언젠간 거품이 푹 꺼질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꺼지지 않는 이유는 낮은 금리 때문입니다.

지금 기준금리가 3.25%입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인데 금리가 3.25%이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시대입니다.
아주 초저금리죠. 이렇게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싼 금리로 인해 대출을 마구마구 합니다. 기업들도 아주 좋죠. 싸게 돈을 은행에서 꿀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싼 금리 때문에 대출로 집들을 마구마구 샀습니다.

그런데 대출로 집을 샀던  5억원짜리 집이 자고 일어나니 4억 9천으로 몇달 후에 4억5천으로 떨어진다면 앉아서 5천만원을 까먹은것입니다. 이렇게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팔아버리게 되고 너도 나도 집을 팔다보면 집값은 공포감에 쩔어서 더 떨어지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폭락이 이어집니다. 그게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죠.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의 눈물나는 노력으로 겨우겨우 부동산 폭락은 막아내고 있습닏니다.
문제는 이 한국은행이 언제까지나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늦었지만 나중에 기준금리를 5% 정도 까지 올리게 된다면  은행 대출금리는  7~8%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7~8%요? 낮다고요? 1억 아니 2억의 7~8% 생각해보세요. 

2억원의 7%면 1년 1천4백만원이 이자로 내야하고 매달 116만원씩 주택담보대출이자를 매꿔야 합니다. 
그나마 지금 금리가 낮아서 그렇지 대출이자 올라가면 난리납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주택담보대출이자 갚기 힘들다고 하소연들 하잖아요.  


뉴타운은 이전 처럼 재개발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재개발하면서 분담금이라고 해서 1,2억을 더 꼴아박아야 새 아파트에 이전 원주민들이 살 수 있고 이 돈이 없는 분들이 뉴타운 반대를 외치면서 서울시청사에 몰려가는것 아닙니까? 

어제도 서울시청 광장 한쪽켠에 뉴타운 반대하면서 촛불을 켜놓고 그 엄동설안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보이더군요
뉴타운돌이들은 이제 용도폐기 될것이며 제가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도 용도폐기가 예상됩니다.

4년동안 지역에서 활동한게 거의 없고 뉴타운 시행약속도 물건너 갔고 이제는 지역주민들이 뉴타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주께 새집다오라는 환상은 사라졌고 헌집주고 1,2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는 사람만 새집을 주겠다는 말에 묘한 배신감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도 새집에 1,2억 분담금내고 살면서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른다면 그 1,2억 꿔서라도 매꿀 수 있죠.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게 아니라 하락하면 1,2억을 꿀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파트값 떨어지는데 누가 기를 쓰고 아파트를 살까요?

요즘 전세대란이 왜 일어나겠어요
그냥 몇천 더 주고 집을 아예 사면 되는데요. 하지만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는데 누가 집을 살려고 할까요?
예전과 반대로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이 서서히 올라간다면 지금이라도 사서 묵혀두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지금은 반대입니다. 사놓으면 서서히 가격이 떨어지죠. 이런 내리막길에서 누가 아파트에 올라탈까요?  저 바닥까지 내려올때 그때 아파트를 사겠죠. 그러니 기를 쓰고 그렇게 아파트를 안살려고 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될때 사겠죠. 그 바닥이란 아파트 거품 다 빠지고 공사비와 비슷한 가격까지 오면 멈추겠죠



아현동 뉴타운을 본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멀쩡한 집을 왜 부슬까?
슬럼화 되어서 재개발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저 앞에 붉은 벽돌의 연립주택은 참 멀쩡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부셔버리네요. 왼쪽 건물 위의 콘테이너가 이곳도 어떤 저항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한국 건물은 건식이 아닌 습식건물이라고 하죠.  벽면에 그림을 거는데 못질을 하는게 아닌 본드칠을 해서 붙여 놓은것 같아서 수명이 30년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 십년만 되면 슬럼화가 되고요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니 새로운 건물을 세워야 하는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건물이 무너지고 동네가 무너지면서 우리들의 추억도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 바로 옆동네는 방금 뉴타운 사업인지 재개발사업을 마쳤는지 정장을 입고 서 있는듯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네요. 
편리한 아파트, 과연 저 아파트에 원주민은 몇명이나 살까요?

뉴타운돌이로 탄생한 국회의원들은 이 겨울 어떤 생각을 할까요?
뉴타운 문제에 관심이라도 있을까요?  또한 뉴타운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 지지한 주민들은 이 겨울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또 사탕발림 소리에 속을까요?

부디 다음 선거는 돈이 아닌 사람에 투표를 했으면 합니다. 사람됨됨이가 중요한거지 뉴타운이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한번 속을 수는 있고 실수할 수는 있습니다만 두번은 실수가 아닐 것 입니다. 뉴타온돌이들은 내년 총선때 또 어떤 사탕발림으로 자신의 지난 4년전 모습을 덫칠할까요?

문제는 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뉴타운돌이들의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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