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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볼품없는 골목길이 걷고 싶은 골목으로 변한 녹색주차거리

by 썬도그 201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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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는 재미없습니다. 대로는 비슷한 이미지들만 있습니다.  한 두회사에서 만든 차량이 즐비한 도로, 지역색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인도, 깨끗함은 있어 좋기는 하지만 다양성면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없는 간판들.  서울 어디를 가도 이제 그 동네가 그 동네가 되었고 이런 동기화는 서울을 참 지루한 도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중랑구 한 골목을 걸어도  관악구 신림동 골목을 걸어도 똑 같은 이미지 때문에 지역적인 특징은 없고 그냥 GPS의 좌표차이만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골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로변의 반듯하고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아닌 흐트러지고 세월의 흔적이 있고 다양한 이미지들이  대로변보다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골목의 주인은 언젠가 부터 차가 되었습니다. 뒤에서 빵빵거리지 않을까 내심 뒤를 돌아보면서 골목을 걸어야하며 귀에 이어폰이라도 꽂고 있으면 연신 뒤를 돌아봐야 합니다. 언젠가 한번은  길을 걷는데 뒤에서 뭔가 건드렸고 전 살짝 앞으로 밀렸습니다. 뒤를 돌아 봤더니 자동차였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창문 내리라고 하고 사과를 받았겠지만 그때는 그냥 가볍게 넘겼습니다. 다친거도 아니고 기분만 상했을 뿐이죠

서울 아니 한국 골목의 주인은 자동차입니다. 결코 행인들이 주인이 아니죠. 행인은 눈치 봐가면서 사용해야 하는 곳이 골목입니다. 차라리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계단이나 좁은 골목이 더 낫죠. 제가 그런 골목이 많은  이화마을을 그래서 좋아하나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요즘은 골목도 일방통행이 많아져서 양쪽이 아닌 한쪽만 신경쓰면 되게 되었네요. 이전에는 양쪽 모두 차량이 지나가면 행인은 그 둘의 지나감에 끼어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거리 뭔가 사뭇 다르지 않나요? 눈썰미 있는 분들은 바로 알아보시겠죠
먼저 다른 골목과 다르게 건물의 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담장이 있던 자리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화분으로 촘촘하게 막아 놓았는데 저 곳이 바로 주차공간입니다. 기존의 담잠을 허물고 그 허문 공간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시키는 것이죠. 이전에는 담장 바로 옆에 주차를 시켜놓았고 그런 주차된 차량을 삐집고 차량들이 왔다갔다 하니 행인들은 죽을 맛입니다. 이런 모습을 걷어낸것이 바로 녹색주차 또는 그린파킹사업이라고 합니다.

 


 또한 가로수까지 심어 놓아서 보다 행인에게 편한 길이 되었습니다. 왕복으로 두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거리는 일방통행으로 막아놓았고 줄어든 차도 옆에는 인도와 주차공간이 생겼습니다. 뭐 얌체같이 인도에 주차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이전 보다 훨씬 걷기 좋아지고 보기도 좋아졌습니다.  골목에 나무가 있다는게 참 신기하네요

 가로수가 주차하지 못하게 막는 볼라드 역활도 합니다

이 골목은 관악구의 한 골목입니다. 관악구는 2008년 256개의 담장을 허물고  그 공간에 425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했습니다. 2009년 현재 1709개 주택이 참여했고 2317개의 주차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이 도시의 주차공간 확보, 지자체의 숙원사업입니다. 얼마전 신대방동에 갔는데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주점이 사라진 자리에 공공주차시설이 생겼더군요. 얼마나 주차하기 힘들면 그렇게 주차공간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이 주차공간 확보에 현대 같은 한국인들이  닥치고 사주는 차량 제조사가 큰 기부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것을 바라긴 힘든 한국 재벌들이죠

골목을 걸으면서  이런 골목이라면 가로수가 있고 가을에 낙엽이 뒹구는 골목이라면 참 매혹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의 을씨년스런 겨울인지 가을인지 여름인지 구분도 안가고 차가 주인행세를 했던 골목 보다는 이 그린파킹이 도입된 담장이 허물어진 골목이 더 보기 좋네요.  

이 그린파킹사업 반대도 많죠.  먼저 담장이 없으니 도둑 들 걱정에 반대를 많이 하는데요. 구에서는 그 안좋은 점을 막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주인없는 공을 길거리에 두면 아무도 집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둑한 골목에 넣으면 몽땅 집어가죠.  

마찬가지입니다. 담장으로 막아설려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개방을 해서 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게 하면 사람 하나하나가 CCTV가 되기에 도둑이  집을 터는 짓을 하지 않을 것 입니다. 
예전에는 담장만 넘으면 길에서 안보이기에  몰래 문을  혹은 창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위 골목처럼 담장이 사라졌으니 약간의 이상한 짓을 하면 길가던 행인이 쳐다보고 그 모습에 도둑들은 도둑질을 편하게 하지 못할것입니다.

여러모로 좋은 행정입니다. 이런 행정은 항상 주민참여가 중요한데 설득을 잘 했나 봅니다. 철저하고 더욱 확실하게 경찰과 관이  방법활동으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오랜만에 멋진 골목에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연신 눌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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