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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도가니, 대한민국의 힘없는 자들이 추악한 대한민국을 고발하다

by 썬도그 201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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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11-09-24T03:10:470.3810
영화를 보고 크게 음악을 틀었습니다.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틀어야 했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울분이 터져서 그렇게 다른 것으로 가려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보지 못했다고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다고 합리화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목격자가 되었기에 앞으로는 큰 관심을 줘야겠습니다. 그것이 절 편안케 할 수 있으니까요

소설 '도가니'가 2010년에 다음에서 연재될때만 해도 큰 관심을 주지 못했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고 무료로 읽을 수 있어서  처음 발단 부분까지는 읽었습니다. 그러나 전개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소설 내용이 너무 어둡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소설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다룬 소설입니다.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소설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대충 어떤 이야기인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이 교장과 행정실장과 보육교사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에 더 이상 읽는게 주저거리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다음'에서 연재 될때 읽는 것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권력자들의 횡포가 심해지는 현재,  도가니를 통해서 대리 만족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입니다. 어쩌면 거대 권력의 횡포에 공분을 쌓지 않았다면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연일 터지는 권력자들의 비리들과 추악한 모습들.  검찰이 정치를 하고  판사가  정치를 하는 세상,  돈 없는자  돈 없음이 죄이고  돈 있는자 돈 있음으로 인해 죄가 면죄되는 이 x같은 세상이 아니였다면 이 영화 보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은 정의롭지도 자유롭지도  그렇다고 공평하지도 않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꺠닫고 그게 세상인가? 하는 울분을 챙겨서 영화관으로  들어 갔습니다.  도가니가  현실과 다른 세상을 담고 내 울분과 공분을 어느정도 풀어줄것을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허리우드 영화처럼 억지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고 그냥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고발장을 내밀고 끝이 납니다.

고발장을 받은 관객들은 앞으로 이 세상을 수사할지 안할지 판단을 해야겠죠


 
공유 때문에 본것도 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 로 공유는 스타반열에 오릅니다. 이전에는 그냥 그런 배우였죠. 
공유라는 배우를 아주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 '도가니'에서의 사슴같이 슬푼 눈망울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공유는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공유의 미래를 바꿔줄 영화 같다는 생각마져 듭니다. 그만큼 공유는 영화 '도가니'에서 연기적 성장을 하게됩니다.  물론  극중 배역이 워낙 좋은 배역이고 착하고 선하고 강건한 모습으로 담기기에  누가 연기를 해도  도드라진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배역이긴 하지만 공유만의 힘과 따스함이 참 잘 묻어나오는 배우도 찾기 힘들죠.  

공유가 군대에서 책을 읽고 공지영 작가에게 찾아가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작품 선택의 안목도 있습니다. 보통은 감독이 캐스팅 제의를 하겠지만 이 영화는  공유가 제작자 느낌도 나는 영화이기도 하죠.

영화에서 공유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하게 되는데  이 영화로 인해 공유 팬들이 더 많이 늘 것 같네요. 저 또한 앞으로 이 공유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좀 더 적극적으로 챙겨봐야 겠습니다.

 
영화는 안개낀 무진시로  향하는 인호와  함께  안개 속 터널을 걷고 있는 한 꼬마 아이가 오버랩이 됩니다.
아이는 기차에 치어서 죽고  인호는 터널에서 나오자 마자 고라니를 치게 됩니다. 고라니의 슬픈 눈망울 뒤로 검은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참 힘든 영화겠구나 짐작이 되더군요


인호는 청각장애아들이 다니는 자애학원에 출근을 하게 됩니다. 인자한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아이들과 수업을 시작하죠. 인호는 미술교사입니다.  교수님의 소개로 자애학교에 미술교사로 들어가게 되죠. 첫날 행정실장은 인호에게 돈을 요구 합니다.  세상물정 모른다는 타박과 함께  인호에게 5천만원을 요구하죠.  

인호도 그렇게 세상 추악함을 인정하게 되고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어렵게 마련한 5천만원 그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상납하게 되죠.  청각장애아들은 고아이거나 부모님도 장애를 가진 혹은 가난한 집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보면서 늦게 퇴근한 인호, 학교 건물에서 나갈려는 찰라  학교에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부리나케 비명소리가 난 여자 화장실 앞으로 갔지만  학교 수위는 가끔 아이들이 자신들은 못 듣는것을 알기 때문에 막 소리지르고 다닌다고 말했고 그 말에 인호는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 자애학교에서는 이런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교사가 학생을 개패듯 패고 기숙사 보육교사라는 여자가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집어 넣고 물고문도 합니다. 이런 것을 목도한 인호는 서서히 이너써클을 인지하게 됩니다.

교장과 행정실장이 형제사이고  다른 친인척들이 학교 곳곳에 있는 것을 알게 되죠. 이런 일을 차사고로 알게된 유진(정유미 분)이라는 인권센터 간사에게 말을 하게 되고  거대한 비리와 성폭력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습니다.  표현수위는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이 표현수위가 쉽지가 않는 문제죠. 너무 간접적으로 은유적으로 담으면  관객들은  크게 동요되거나 하지 않겠죠. 그렇다고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분노와 공분보다는  오히려 역겹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분노가 아닌 역겨움만 안고 집으호 향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감독은 이 표현수위 조절에 고민을 많이 했을테고 결과물은 수위조절을 참 잘한 듯 합니다.  이후 영화는 법정 싸움에 들어갑니다.

 
성폭력에 대한 묘사를 수화로 하는 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참 영화보기가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진실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행해졌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참으면서 봐야 합니다.

3명의 중학생이 말하는 세상은 추악함 그 자체였고 교장과 행성실장 교사의 악행은 외면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영화는 법정 공방으로 들어갑니다.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고 진술도 일관성이 있습니다. 검사 또한 똑뿌러진 말투로 사건을 잘 해결해 나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인호는 예상대로 학교에서 짤리게 됩니다.  5천만원이라는 돈을 상납하고 들어간 학교에서 짤리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인호는 많은 고민을 합니다.  아내가 죽고 (소설과 다르죠) 아픈 딸을 위해서는 이런 불의를 참아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가장들이 불의에 눈을 많이 감습니다.  제가 학교를  많이 다녀보면서 느낀것은  대체적으로 처자식이 있는 기혼 선생님들이 대체적으로 뒷돈을 많이 원하더군요.  물론 바르고 정직한 교사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 보니까  행정실장이 가장 심하고  그 다음이 처자식이 있는 분들입니다. 

어디 선생님들만 그런가요?
주요 공직자들 갑의 위치에 있는 수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중에 뒷돈 요구하는 분들 참 많습니다.  이게 세상 사는 표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처자식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뇌물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처자식 먹여 살리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하지만  조금만 비겁해지만 세상은 참 살기 편한 것이죠.  이 비겁함에는  불의를 보고 참는 것도 있습니다.

인호는 불의를 참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픈 딸 때문이라는 당위성도 있었죠. 하지만 인호는 참지 않았습니다. 
불의를 보고 고발했고 아이들을 감쌌습니다.  정의가 승리하고  그것이 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호의 이 장미빛 환상은  판사 검사, 전관예우라는 거대한 룰에 걸리게 됩니다.


화가 났습니다. 미친듯이 화가 났습니다. 저게 대한민국이구나. 저게 내가 사는 세상이구나.  
물증까지 확실한 사건인데  너무나 가벼운 형량 실제로는 징역을 살지도 않은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대한민국의 거대 권력자들이 저렇게 비겁하고 부도덕하다니 이게 현실이라니 하는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분노의 눈물입니다.  영화 '도가니'는  슬프서 울게 되기도 하지만 분노의 한숨도 여러곳에서 터지게 합니다. 관객들은 긴 장탄식을 연신 내뿜습니다.  


말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사리판단력이 떨어지고 가난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인호는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나아가보자고 하지만  세상의 현실은 그렇게 쉽지가 않네요


빛이 들지 않은 아이들에게 검사, 판사, 교육청, 종교가 그들을 구원해 주지 못합니다.
세상 어두운 곳에 빛이 들게 하라고 나라에서 월급주는  공직자들이  아이들에게 비추는  한줌의 빛마져 검은 커텐으로 가려버립니다.  종교는 종교로써의 역활을 못하고 자기식구 감싸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속 가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회의원 최연희가 여기자를 성추행 해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되는 현실. 고려대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못난 항변, 성폭력에 대한 관대한 법

이 광주 인화학교 사건도 잠시 언론에 관심을 받았을 뿐 큰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해자인 교직자는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소설가가 그리고 배우가 감독이 다시 세상에 꺼내 놓았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안의 추악한 세상을 보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한 이미지만 보고 그 이면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깨지지 않는 차유리창 처럼 단단한 권력자들의 이너써클을 고발한 아니 대한민국을 고발한 영화입니다. 영화 가볍지 않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거워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감없이 힘 없이 사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결코 가벼운 존재들이 아님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영화는 무거워야 했습니다.

청각장애아들이 밟아서 죽여버려도 괜찮은 존재가 아님을 인호는 아이들에게 알게 해줍니다.  세상에 맞서 싸울 수는 없어도 세상이 자신들을 쉽게 생각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게 해준 인호,   세상의 모든 인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네요

처자식 때문에 불의를 참고 혀만 차고 넘어갈게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야 세상은 보다 좋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저 거대 권력자들에 대한 고발장 같은 영화입니다.

자 여기 대한민국 고발장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고발장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는 무게있게 관객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공분의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그 모습에 큰 희망을 가져 봅니다. 

현재 우리는 무진시 처럼 모든 부정과 비리로 가득찼지만 안개로 인해 그걸 보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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