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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음악창고

나는 가수다에 모시고 싶은 가수 김광석

by 썬도그 201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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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이건 아니다"
이 광고를 보자마자 입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아이유 좋아합니다. 음색도 좋고 성격도 좋은 것 같고 여느 아이돌 가수와 좀 다른 것 같아서 좋아하지만 이 광고속 아이유는 참 못나보이더군요.  광고제작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아이유 안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광고 제작팀은 정말 김광석이라는 가수에 대한 무게를 아는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신경 안쓰고 그냥 20세기에 요절한 유명가수와 21세기 신세대 가수의 협업만을 생각했나 봅니다.

이 광고는 참으로 이질적으로 비추어집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포토샵 가지고 어설픈 합성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먼저  김광석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음색과 아이유의 고운음색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저 노래 '서른즈음에' 를 이제 20대가 될 가수가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죠.  

서른즈음에가 어떤노래인가요?  평상시에는 그저 그렇게 듣다가 20대 후반이 되어서 술취한 채 골목길을 휘청거리며 걷다가 입에서 읍조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20대 후반이 되어야 저 노래를 올곧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대가 저런 노래를 부르는게 진정성도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또한 김광석과 같은 가수가 아이돌과 한무대에 서는것 자체가 좀 어울리지 않죠. 음색도 영 어울리지 않고 합성자체도 어설픕니다. 21세기인데  1990년대의 냇킹콜과 그의 딸인 나탈리 콜이 화면 합성으로 만든 영상보다 질이 떨어져 보이나요

이래저래 올해 최악의 광고상을 주고 싶은 광고입니다.



96년 1월 충격적인 뉴스가 내무반을 장악했습니다. 가수 김광석이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는 기사에 내무반은 얼어붙었습니다.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김광석을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듯 그의 자살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왜? 라는 탄식과 함께 이젠 그가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하는 현실음이 들리자 큰 한숨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너무 가슴아픈 뉴스는 뉴스가 아니였기를..

가수 김광석을 처음 알게 된것은 그룹 동물원때문이었습니다
80년대 후반 등장한 그룹 동물원에서 그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서정성이 가득한 '거리에서'가 레코드가게에서 울려퍼지면 그 거리는 어둑해지는 하늘로 칠해진 것 처럼 가슴에 비가 내리게 했죠.  거리에서는 참 서정적이고 감수성 풍만한 노래였습니다.  이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불러서 히트시키고  여느 가수들처럼 그도 솔로로 전향합니다

89년에 나온 '기다려줘'는 거리에서에 이은 히트곡이 되고 그는 솔로로 전향한 후에도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리고 91년에 나온 사랑했지만이 빅히트를 하게 됩니다.  
 


 2집에는 참 주옥같은 사랑노래가 많습니다.  사랑했지만의 폭발적인 가창력도 좋았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라는 감미로움도 참 좋았습니다.  92년의 3집 나의 노래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아직도 무대에서 기타하나 메고 올라와서 하모니카를 불던 그의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고백하자면  전 이 3집을 내놓을때 까지도 김광석을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좀 무관심했죠

90년대 초는 서태지가 가요계를 꽉 잡고 있었고 저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에 홀릭했었습니다. 80년대 초중반에 멸종한 포크송 가수의 명맥을 이어가는 김광석을 보면서 그의 노래를 즐겨 듣기 보다는 장인정신을 느끼는 거룩함으로 보던 시선도 있었네요

전자음 난무하는 가요계에서 여전히 포크기타 하나메고 노래를 부르다니? 저게 먹히겠냐고 생각했죠.
물론 그의 음반에는 포크기타가 나오지 않고 방송이나 공연때만 포크기타를 메고 나오곤 했죠
4집 일어나! 서른즈음에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볼떄마다 천연기념물 같은 가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댄스그룹과 세련된 발라드 가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여전히 70년대 필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어떻게 보면 시대와 불협화음을 내는 비쥬얼이었습니다.  분명 80년대 후반의 시위 많던 시절에는 참 어울리는 비쥬얼이지만 문민정부 들어서 잦아든 시위처럼 그의 노래는 많이 불리우긴 했지만 그의 비쥬얼은 시대와는 많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96년 1월 의문의 자살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그의 자살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자살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유재하의 죽음을 담담하게 전하던 별밤지기 이문세,  그 죽음 이후로 그의 노래들은 여전히 우리들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유재하의 노래들은 20대 초반의 감수성을 지녔다고 한다면  김광석의 노래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광석의 노래의 매력은 그것입니다. 진솔하다. 정말로 그의 노래는 진솔합니다.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기교를 부리고 화려함을 싹 빼고 담백하고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합니다.
김광석 노래의 매력중 하나는 주옥같은 가사에 있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이라는 노래 제목만 보고도 눈물이 흐를정도로 그의 노래들의 가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버립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가 중독성이 있어 쉽게 따라 부르지만 그 따라 부름은 가슴까지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가사에서 헤어져서 아프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의 율동이나 표정이나 노래는 웃고 있습니다. 아주 이질적이죠. 하지만 김광석이 노래에서 울면 진짜 김광석이 우는 것 같고  김광석이 노래에서 웃으면 진짜 김광석이 웃으면서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노래와 몸이 일체가 되는 모습속에서 우리는 그의 모습을 한올한올 기억합니다.


김광석의 매력은  세월의 골목 골목에 배치된 그의 노래입니다.
이제는 국민가요가 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여전히 군에서 불리우고 있는 노래죠.
잠시잠깐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군에서 불리우기도 했지만  '이등병의 편지'만큼 짠한 마음을 끌어내지는 못하죠

하모니카 소리가 울리면 훈련소 풀밭 내음이 진하게 밀려옵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엉망진창이 된 20대의 삶을 추스리다 보면 어느새 서른살이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맘때  29살 언저리에 노래방에 가면  다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른즈음에'를 부릅니다.

서른즈음에는 즐거운노래가 아닙니다. 이제 막 삶의 무게를 깨닫고 까불락거렸던 20대를 후회의 눈길로 바라보는 처량함이 있는 노래죠.  그런 노래를 아이유가 부르니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죠. 차라리 '나의 노래'같은 경쾌한 곡을 같이 불렀다면  이런 거부반응은 없었을 것 입니다.  SKT가 노래 선곡을 정말 잘못했네요



사람들은  김광석을 가객이라고 합니다. 
많은 가수들이 여전히 따르는 가수입니다.  평소에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노래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제가 그를 찾았을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었네요. 



랩음악과 댄스음악이 점령한 90년대 중반에도  무형문화재처럼 낡은 청바지 같은 하모니카와 통기타 하나 들고  학전소극장에서 묵묵히 1천회 공연을 했던 김광석, 공동경비구역에서 송강호의 말처럼 왜 그렇게 일찍 세상과 손을 놓아야 했는지 이 흐린 하늘 아래서 그의 모습이 오늘도 사무치게 그리워지네요

나는 가수다에 꼭 모시고 싶은 가수, 하지만 모실 수 없는 가수입니다.
당신은 영원한 나의 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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