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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한국사회의 편협함에 대한 울분을 토한 김기덕감독의 아리랑

by 썬도그 201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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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일단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중단하고 한국 관객들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
2006년 9월 김기덕 감독은 고인이 된 화가 김점선과의 문화지대 인터뷰에서  약간은 싸가지 없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에 네티즌들은 관객모독이라며 난리가 났고 네티즌 특유의 군중심리에 의해서 돌맹이를 던져서 힘껏 던졌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국 관객들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죠. 하지만 김기덕 감독이기에 이해를 했습니다.  그게 바로 김기덕 감독의 정체성이죠


 

비주류들을 스크린에 담는 감독 김기덕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영화들입니다.  부랑자나 깡패, 거리의 여자, 혼혈아, 언어장애인등이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폭력적인 묘사와 날선 시선 그리고 기괴한 스토리 전개로  사람들이 참 싫어하는 감독입니다. 
물론 저도 김기덕 감독을 무척 싫어했죠.  뭐 저딴 영화만 만드냐.. 여자친구랑 손잡고 볼만한 영화 만들어도 될텐데 말이죠
영화가 그렇다고 폭력적 장면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 주제와 소재의 낯섬 때문에 우리는 그의 영화를 무척 힘들어 합니다. 마치 교외에 나가서 느끼는 온갖 벌레와 동물들과 눈에 익지 않은 불편함과의 우에서 느끼는 낯선 공포감이라고 할까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만 들어내는것 만으도 관객들은 공포스러워하고 혐오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 한편이라도 진중하게 보면  그가 결코 외계스러운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낯설고 날선 영화들 뒤에 숨은 감독 자체의 고독과 외로움의 시선이 느껴지고 그런 시선을 느끼게 되면  어느새 이 김기덕 감독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빠지게 됩니다

 2004년 경인가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여름에 김기덕 감독 스페셜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때 악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기억납니다. 96년 개봉한 영화 악어는 영화잡지에서 한줄 단신처리로 담은 영화입니다. 조재현이라는 덜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였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이 악어를 소개하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말합니다.
영화 감독이자 미술디자인까지 하던 감독 김기덕이 제작자로 부터 뺨을 맞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독을 손지검 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죠.
신인감독이라고 해도 그래도 감독인데 제작자가 뺨을 때리다뇨.

김기덕 감독은 뺨을 맞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구석에서 스텝이 사온 김밥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런 좌절을 한두번 겪은게 아닙니다.

학력도 엘리트코스도 아닌 농업전수학교를 마치고 총회신학교를 거쳐서 90년초에 2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을 배우고 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합니다.  
 
데뷰작 악어는 정말 기괴한 영화이면서도 그가 보여주는 미장센은 아직도 많이 생각납니다. 하층민들의 삶을 그리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담는데 그 사랑방식이 아주 묘합니다.  영화 포스터이기도 한 악어의 마지막 장면에서 악어 조재헌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현정과 함께 자살을 합니다.
한강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의 유품으로 먹고사는 악어 같은 주인공을 보면서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이 악어 말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란대문'이라는 영화도  정말 여자친구와 손잡고 보기 거북스러운 영화죠.
주인공이 몸파는 여자인데 그걸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죠.  


길거리에서 여대생과 강제 입맞춤을 하는 장면으로 유명했던 '나쁜 남자'는 흥행을 어느정도 했지만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욕을 먹었습니다.  찍는 영화마다 여성 비하적이고 폭력적이고 마초적인 남자들이 나오니  여자분들은 이 김기덕 감독을 변태감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말이죠. 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참 좋습니다. 그의 표현방식이 좋다기 보다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날카로움이 좋고 다른 감독들이 다루지 않는 시선도 좋고  야생동물 같은 강인함과 강렬함이 참 좋습니다. 또한  그가 영화에 담고 있는 수 많은 메타포들을 따 먹는 재미도 있죠

돌려 말하지 않고  우리 인간 이면의 추악함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모습도 참 좋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가 모두 폭력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제가 꼽는  최고의 불교영화이기도 합니다.  시간같은 영화도 폭력적인 영화도 아니고 어려운 영화도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속에서 느끼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조롱하기도 했고요


김기덕 감독 자체가 비주류 성향이 참 강합니다.
그의 인생 자체가 비주류 덩어리죠.  특히 한국같이  대수가 무조건 옳다는 식의 편협주의가 가득하고 다양성은 용납못하는 나라에서는 그의 영화가 인기를 끌긴 힘들 것 입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  3관왕을 차지한  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빈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같은해 베를릴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하죠. 같은 영화도 아니고 다른 영화로 같은해에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베니스를 동시에 석권한다는 것은 김기덕감독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 속사포처럼 영화 정말 빨리 만듭니다.  한국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야생동물 보호 구역' 이라는 영화는  영화속 시간과 촬영시간이 동일한 영화입니다
제작시간과 촬영시간과 상영시간의 거의 비슷하죠.   한국에서 영화 빨리 찍기로는 '남기남'감독 다음으로 빠를 정도로 한해에 보통 한두편을 만듭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3년간 침묵했습니다.  
항간에서는 조감독이었던 후배감독  장훈감독의 배신등으로 폐인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 후에 김기덕 감독은 이미 지난 이야기고 다 용서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야생동물 같은 감독이 그냥 용서할리 없었겠죠. 그리고 복수의 칼을 갈고 직접 자신이 연출 주연 편집까지 한 영화 아리랑을 가지고 칸에 갑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시선의 대상을 받습니다.

국격, 국격 노래를 부르는데  김기덕 감독이야말로 한국의 국격을 엄청나게 높여주고 있는 감독 아닌까요?
박찬욱감독도 해외에서 이렇게 상 자주 타지 못하고 봉감독도 못타는 상을  김기덕 감독은 혼자 만들고 쓰고 찍고 해서 대상을 받아 옵니다.  이 손가락 받고 욕먹고 변태라는 감독은 왜 만들면 해외 유명 영화제 상이란 상을 다 쓸어 가지고 올까요?



한국사회의 편협스러움에 야생동물 화가나다 



 
"당장은 일단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중단하고 한국 관객들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

이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전 김기덕 감독이 힘들어 하는구나
. 한국사회에서 사는 것을 힘들어 하는 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존경의 눈길보다는 변태감독이라는 시선에 대한 날선 모습이 있습니다.
솔직히 김기덕 감독 대인배는 아닙니다.  아주 민감하고 까칠하다고 할까요? 그렇게 때문에 전 그의 날설고 까칠하고 야생동물 같은 그의 영화가 좋습니다. 세련된미 없어도  직설적으로  사람들의 이중성을 후벼파고  사람들을 발가벗겨 놓고 조롱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고상한 척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들의 잔인성을 영화에서  풀어 놓습니다.

이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매니아층이 있긴 하지만 그들로는 다음 작품을 만들기가 힘듭니다. 왜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빨리 만들까요?  성격이 급해서요? 아니죠. 빨리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만듭니다.
영화 제작기간이 길어지면 제작비가 늘어납니다.  이런 이유로 김감독은 영화를 빨리 만듭니다.  그 노하우를 장훈감독이 잘 배웠고 인터뷰에서도  영화 빨리 찍고 현장을 주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스스로 밝혔죠. 

제작비 아낄려고 속사권총처럼 빨리 뽑아서 찍습니다.  그래서 항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저예산이니 독립이니 하는 꼬리표가 붙죠. 그런데 그 저예산도 펀딩을 받기 힘든 현실에  기가막혀 합니다.  출품했다하면 해외에서 인정받고 상을 받는 감독이지만 국내에서는 팔리지 않는다고 펀딩도 못받고 받아도 이제는 해외에서 펀딩을 받아서 역으로 한국개봉하는 지경에 이르니 이 야생동물같은 감독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났고   한국관객들의 수준 운운했습니다.

솔직히 한국관객들의 수준이 높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지적하는 것도 무례한 모습이죠. 낮으면 자신도 수준을 낮춰서 만들면 될텐데요. 예술가의 고집이라고 할까요? 뭐 사실  대중의 수준이 낮다고 예술가들이 소통하겠다면 자신의 수준을 낮추는것도 참 못볼 모습이죠.  영화라는게 가요와 또 달라서 양면성이 있습니다. 파인아트(순수예술)와 대중예술 둘다 취할수도 있고 한쪽만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한 원망섞인 발언들을 2008년 쏟아냈습니다. 
적어도 다음 작품을 만들수 있는 여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습니다.  뭐 박찬욱 감독처럼 CF도 찍으면서 돈을 벌어서 영화제작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김기덕 감독은 상업주의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의형제를 만든 장훈감독에게 배신자라고 영화 아리랑에서 말합니다

저도 김기덕 감독의 이런 모습들을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세상과 좀 타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할는 융통성이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만 그렇게 변해버리면 김기덕 감독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어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모습은  그의 영화가 담는 것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합니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것만 담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담을려고 하지 않는 것 그러나 세상에 분명이 존재하는 것들을 담을려는 영화감독도 인정은 아니지만 받아들이는 수용하는 대중들이 대범함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창동 감독이 말한 것 처럼 요즘은 자신이 영화를 이해 못하면  감독욕하는 세상이라고 하죠. 
예전엔 자신이 무식해서 모르는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모르면 어렵게 만들었다고 손가락질 하는 대중이 왕인 시대가 되었네요.  


한국사회는 다양성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와 다르면 무조건 밟고 차고 나와 똑같아 지라고 협박합니다. 

조금만 다르면  집단 린치를 가하죠.  나와 다르기에 그 다름에서 배우는 지혜와 지식을 섭취할려고 하지 않고 
나와 똑같기를 바라면서 생각의 병렬화 속에서 편함을 느끼는 모습이 큽니다.   자신의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속할려고 노력하고  다수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편집증환자같은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런 시선과 사회에 총알을 박아 넣었습니다. 직접 제조한 권총 한자루를 가지고  세상에 총을 쐈습니다.
그의 영화가 개봉될지 못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 자체가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카날과의 인터뷰에서 펑펑 운 김기덕 감독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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