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 커피만 먹다가 스타벅스가 한국에 도입한 산미가 좋은 원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2009년 경으로 기억됩니다. 스타벅스 쿠폰이 있어서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얼음이 들어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와서 광화문 광장 옆 공원에서 먹다가 뭔 이런 커피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먹으면서 생소한 맛에 꾸역꾸역 먹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원두커피 맛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당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요즘은 스벅 커피를 넘어서 캡슐 커피와 핸드드립 커피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커피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았고 에스프레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파생 커피의 맛도 잘 압니다. 이는 저 뿐만이 아니겠죠. 많은 분들이 3,000원이 넘는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1잔 이상 마시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커피 소비량 6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엄청나게 마시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골목마다 건물마다 커피숍이 있을 정도로 커피숍도 참 많이 늘었습니다. 한국 커피 문화 10년 사이에 참 많이 변했습니다. 소비량도 세계적이지만 수준도 세계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고 마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커피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커피 관련 책을 읽으면서 커피가 생각보다 배울 것이 참 많네요. 그러나 좀 파다 보면 이야기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책으로 담을 수 없는 커피에 대한 정보도 많고 맛이라는 것이 개인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직접 먹어보고 들어보고 체험해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죠. 그럼에도 커피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커피의 세계에 점점 빠져 들게 됩니다.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남이 타준 커피'이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은 '빌려 보는 책'입니다.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를 도서실에서 3잔을 마셨습니다. 총 7권으로 되어 있는데 3권만 읽어 봤습니다. 책 내용은 커피 정보와 스토리가 있는 인포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2대 커피' 커피숍 사장인 '박석'과 그 박석에게 커피를 배우는 수제자 '강고비' 그리고 '2대 커피'의 단골인 고등학생 '정가원', 커피 파워블로거 '초이허트' 등이 등장합니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에피스드를 통해서 커피의 정보를 툭툭 던져줍니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서 그때 그때 정보를 줍니다.
커피에 대한 정보는 에프프레소 머신 추출 하는 방식, 핸드 드립과 클레버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정보량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입니다. 너무 커피에 대한 정보만 주다 보면 만화를 빙자한 커피 전문 도서가 되겠죠. 그래서 만화가 허영만이 직접 취재하다가 담은 내용을 알맛게 추출해서 각 에피소드에 넣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의 재미는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에피소드는 정말 지루하고 억지스럽지만 어떤 에피소드는 달짝지근 하네요.
일본이 이런 만화들을 잘 그리죠. 정보도 정보지만 스토리도 짜임새 있어서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통해서 한 문화나 기술 또는 그 세계를 제대로 간접 체험하게 합니다. 일본 만화에 비한다면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는 2샷이 아닌 1샷을 넣은 아메리카노처럼 연합니다. 억지스러운 에피소드와 캐릭터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이 잘 안되는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에피소드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네요.
시의성은 무척 좋습니다. 커피 한잔이 밥값 보다 비싸다는 기사가 수시때때로 나옵니다. 커피 1잔의 원가가 130원이라는 소리는 많은 분들이 기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죠. 그런데 3,500원 또는 4,000원이나 합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좀 자세히 소개하자면 커피 한잔에 3,500원 이상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높은 임대료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뉴욕 번화가 커피숍 임차료와 한국의 흔한 번화가 건물 임차료가 비슷합니다. 임차료가 엄청 쌥니다. 여기에 해외에 없는 권리금이 있습니다. 여기에 인건비, 전기세, 관리비 다 포함하면 3,500원 이상의 커피 가격이 나옵니다. 문제는 현실이 이런데 최근 1,000원 짜리 커피, 1,500원 짜리 원두커피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다 제살 깎아 먹기 경쟁입니다. 은퇴 후에 커피숍이나 하겠다는 소리는 회사 때려 치우고 농사나 지어야지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가볍게 읽어 볼만한 커피 관련 만화책입니다. 책 뒤에는 취재 후기가 나오는데 에피소드에 영감을 주거나 소재가 된 분들을 소개합니다. 심지어 실명으로 나오는 커피숍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커피 입문서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커피에 대한 흥미를 끌어 올리는 데는 괜찮은 만화책입니다. 커피도 알고 마시면 그 맛이 더 풍부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