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거리를 걷다가 흔하지 않은 공중전화박스에 있는 사진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위사진은 제 블로그에도 소개했던 사진입니다. 저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분은 그 유명한 '오드리 햅번'입니다. 정말 밝게 웃고 있습니다. 작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으니 입이 얼굴의 3분의 1이네요. 사진에 한 10초 눈길을 멈췄다가 그 밑을 봤습니다.
'점핑위드러브'전 2013년 12월 3일 ~2014년 2월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1층에서 하네요. 요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사진전용 전시관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얼마전 끝난 '로버트 카파전'이나 '라이프 사진전' 그리고 이 점핑위드러브까지 연달아 사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진전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점핑위드러브'는 세계적인 인물 사진작가인 '필립 할스만'의 사진전입니다. 필립 할스만! 이 작가 아는 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 Dali Atomicus. 1948년 필립 할스만
누가 찍은 지는 몰라도 이 사진은 잘 아실 것입니다. 3마리의 고양이와 물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가 점핑을 하고 의자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현재도 많은 예술가들이 오마쥬나 패러디를 하고 있을 정도로 센세이션한 사진입니다.
무려 5시간 동안 계속 촬영이 되었는데요. 사진이 잘 나올 때 까지 계속 작업을 했습니다. 이 사진과 함께
In Voluptas Mors 사진은 필립 할스만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 Voluptas Mors는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의 영감을 준 작품으로 7명의 나부들의 몸을 이용해서 해골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창의적이지 않나요? 그러나 이 사진들은 필립 할스만의 사진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진 모두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오롯하게 할스만의 사진이라고 하기엔 달리의 영향을 너무 받았습니다.
그러나 할스만 사진을 말할 때 이 2장의 사진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런 사진만이 할스만의 사진이냐? 아닙니다. 할스만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도록 하고요. 그의 성공과정을 소개할께요
▲ 엘리자베스 아덴 화장품의 빅토리 레드 립스틱 광고 사진 1941 필립 할스만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 1906~1979)은 유럽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유태인입니다. 아버지는 치과의사였는데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다가 파리에서 사진 공부를 하게 됩니다. 보그지 같은 패션잡지 촬영을 하면서 인물 사진에 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러다 2차대전이 터지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스만의 운명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네요.
미국에 도착한 할스만은 1941년 엘리자베스 아덴이라는 화장품 회사의 빅토리 레드 립스틱 광고 촬영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사진 생활을 다시 이어갑니다. 필립 할스만의 립스틱 광고 사진을 본 라이프지는 할스만에게 머리에 쓰는 모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렇게 할스만의 사진은 라이프지의 표지를 수시로 장식하게 됩니다. 당대 최고의 인물 사진작가였습니다.
그의 인물 사진을 보면 클로즈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한 과감한 프레이밍도 많이 보입니다. 보통 관절에서 프레이밍을 하지 않지만 할스만은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인물의 본질 대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의 얼굴이나 인물의 성격이나 기질을 담을 수 있는 요소만 있다면 인물 사진 문법을 크게 따르지 않습니다.
1947년에 촬영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사진은 깊은 상념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상념과 우울한 표정은 당시 자신의 연구로 탄생한 원자폭탄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일본에 2개의 원자폭탄이 떨어졌는데요. 그 원자탄 개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기도 합니다. 항간에는 독일이 먼저 개발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는데요. 진실이 무엇이 되었건 그 원자폭탄은 당시 물리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점프를 하면 가면이 떨어져요! Jumplogy
이번 점핑 위드 러브 사진전에서 필립 할스만의 대표작이 다 나올지, 아니면 점핑 사진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점핑 사진만 해도 무려 178장이나 됩니다. 차고 넘치죠. 이 점핑 사진은 1959년 점프북이라는 사진집으로 소개가 되었습니다.
필립 할스만 하면 이 점핑 사진으로 유명한데요. 그가 이렇게 점프를 시작 한 이유는 우연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951년 NBC방송국은 '필립 할스만'에게 유명 코메디언 사진을 촬영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진을 찍던 할스만은 코메디언의 특징이 묻어 나오게 점프를 하는 동작을 요구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점핑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특히나, 점프를 하면 바싹 얼어 있는 인물들이 가면을 벗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들어냅니다. 앞에 있는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점프에만 신경쓰니 점핑 순간에 긴장감이 풀린 본연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점프를 하면 가면이 떨어져요"
이후, 그는 이 점핑 사진을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었고 Jumplogy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냅니다.
점핑을 주저하는 '마를린 먼로'와 함께 손을 잡고 점핑을 하기도 하며
대통령도 점핑을 시킵니다. 권위가 덕지덕지 붙은 닉슨 대통령이 순간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네요.
올해 히트한 사진집중의 하나가 '조던 매터'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Dancers Among Us)라는 사진집이 있습니다. 이 사진집은 일상에서 점프를 하고 춤을 추는 장면을 담았는데 이 사진들도 Jumplogy가 아닐까 합니다.
분명, 조전 매터는 이 할스만의 점프 사진에 영감을 받았을 것입니다. 점핑 위드 러브. 정말 유쾌한 사진전이 될 듯 하네요.
자세한 전시 정보 내용은 홈페이지 http://jumpingwithlove.co.kr/ 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