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개인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명의 사진가를 만나기 보다는 여러 사진작가를 많이 볼 수 있는 합동전이나 기획전이 좋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작가라고 해도 현재의 사진만 보여주는 개인전이 대부분이라서 차라리 사진의 최전선에 있는 현시대의 사진을 모두 모아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풀메탈자켓(Full Metal Jacket)사진전
12월 2일 내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는 사진심리학가 신수진과 사진작가, 오형근, 구본창, 장태원, 김성수, 김옥선이 풀메탈자켓 사진전을 열고 있습니다.
장태원 사진작가만 잘 모르고 나머지 분들은 어느 정도 귀에 익은 분들이네요.
이 사진작가들이 왜 모였을까요? 또 어떤 인연이 있을까요? 친해서일까요? 아니면 기획자 같은 신수진 사진심리학자가 선택을 한 것일까요? 그 모든 정보는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도 전시 서문만 있고 그 뒷 이야기는 없네요. 개인전이라면 뒷 이야기가 필요 없지만 이런 기획전은 어떻게? 왜? 모였는지 참 궁금하지만 내용이 없네요
전시 서문을 보면 지난 9개월 동안 10번의 만남을 통해서 전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풀 메탈 자켓이라는 전시명은 들으면 먼저 영화 제목이 떠오릅니다. 스탠리 큐브릿의 반전 영화 '풀 메탈 자켓'입니다. 풀 메탈 자켓은 탄피를 나타내는 은어로 사용되는데 전쟁의 이미지가 강한 제목을 쓴 이유가 뭘까요? 그러다고 이 사진전이 반전 사진들도 아닌데요.
그 이유는 전시 서문에 있습니다. 완벽한 외투를 나타내는 액면가 그대로 금속 자켓을 말하고 있습니다. 외투라고 한 이유는 이 5명의 사진작가가 지난 9개월 동안 만나면서 서로 조율을 했지만 서로의 개성들이 강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 전시를 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김성수 작가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여기 있는 작가들이 스스로의 판다에 대한 강한 고집 같은 걸 느꼈다. 아마 작가에게 그런 힘이 없다면 대중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휩쓸려 버리기 쉬울 것 같다"
그러니까 작가죠. 대중이 원하는 대로 대중이 좋아하고 바라는 사진만 찍으면 그건 사진작가가 아닌 상업 사진가죠. 고객이 원하는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것이 상업 사진작가 혹은 광고 사진작가이니까요. 그렇다고 자기 세계만 구축하고 대중 니들이 알아주던 말던 나는 내 갈길을 가겠다라는 고집만 부려서도 안 됩니다. 보편적인 감정을 잘 녹여내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등의 익숙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잘 보여주는 작가가 대중들의 인기를 얻습니다. 인기라는 것은 지나가는 혜성과 같이서 한 작가가 평생 꾸준하게 인기를 끌기 어렵지만 한번 대가의 반열에 오르면 칭송하는 문화가 있는 한국인지라서 한번 우러러 보면 평생 우러러 보게 됩니다. 그 우러름의 단계까지 가는 게 힘들죠.
뭐 사진작가들의 목표가 대가가 되고 세상 모든 사람이 아는 사진작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자기 길을 가다가 인기를 얻게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을 뿐이죠.
김성수 사진작가는 트리 시리즈와
흉상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흉상 시리즈는 연민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보통 조각상 중에서 흉상 아니 동상이라는 것들이 유명한 사람드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집니다. 한민족 같이 동상 좋아하는 민족도 없죠. 북한은 거대한 김정일 김일성 동상을 한국은 박정희 동상을 세웠습니다. 19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동상 보고 절하는 모습은 아직도 이 나라는 샤머니즘에 찌든 나라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잘 되고 못 되고는 자기 탓이지 왜 남들에게서 잘 되고 못 되고를 찾는지 원~~~ 어쩜 남북한이 같은 민족 아니랄까봐 동상 무척 좋아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도 그래요. 말을 말아야지~~
아무튼 김성수 작가는 유명인들의 흉상만 있는 것을 비판하며 평범한 사람들을 흉상으로 담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형학적인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아우구스트 잔더'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계급별 계층별로 사진을 무감정하게 증명사진 찍듯 했는데요. 이 흉상 시리즈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오형근 작가는 그 유명한 유형학적인 사진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화장한 소녀' 시리즈와 남자, 그리고 아줌마들의 사진이 가득 걸려 있네요. 오형근 사진의 특징은 현대인의 불안함을 얼굴의 표정으로 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모든 인물들이 두려움과 떨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소녀 시리즈에서는 미열이 있는 듯한 홍조 가득한 소녀의 이미지를 잘 담아 냈습니다
오형근 작가 홈페이지에는 그간의 작품을 다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einkuhnoh.com/index.html
제주도에 사는 김옥선 사진작가는 제주도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이방인과 이주 식물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식물과 사람들을 건조하게 담았는데요. 함일의 배 시리즈와 이어지는 작품들 같네요
김옥선 사진작가는 이런 이방인들이나 소수자들을 카메라에 잘 담습니다.
장태형 사진작가의 사진들은 처음 보네요. 그러나 이 사진전 중에서 가장 강렬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구본창 사진작가이 사진은 미묘한 떨림과 고요함을 여전히 잘 담고 있고 국내에서 즉물 사진의 최고답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사물을 담고 있습니다.
인사동 가게 되면 한번 들려 보세요. 이런 사진작가 사진을 한 번에 다 만나기 힘드니까요.
다만, 어떤 주제에 대한 집중성은 없고 각각의 사진작가들의 대표작을 나열한 듯한 모습은 좀 아쉽네요. 9개월 동안 모여서 작가이 작품을 낸 것인지 어떤 주제가 명징하게 도드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물론, 제 사진적 소양이 짧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 정답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