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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과 미키7의 내용

by 썬도그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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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은 볼만한 영화입니다만 제작비가 2100억 원이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돈을 쓴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야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개봉한 <듄>의 1억 6,500만 달러와 <인터스텔라>의 1억 6,500만 달러와 비슷한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습니다. 제작비가 생각보다 높아서 깜짝 놀랐네요.

 

보면서 할리우드 영화치고 싸게 제작했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영화 시종일관 실내 스튜디오 촬영이고 CGI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이게 돈이 들어갈 이유가 있나 했는데 꽤 많이 들어갔네요. 아마도 후반 크리퍼라는 외계 생명체들의 군집 이동을 구현하는데 많은 돈을 썼나 본데 딱히 놀랍거나 쇼킹한 장면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었냐? 볼만은 한 데 꼭 봐야 하는 영화도 아니고 좀 지루한 면도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 보다는 좀 더 진일보한 물음을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영화 <더 문>과 참 비슷한 콘셉의 이야기고 <에지 오브 투모로우>로 자연스럽게 생각나지만 그보다 더 색다른 물음과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 미키 7은 총 2권이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소설 <미키 7>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원작이라는 소리에 둘러보면 <미키 7>이 있고 <미키 7 : 반물질의 블루스>라는 책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저도 뭐가 뭔지 몰라서 하나 들어서 읽어 봤습니다. 제가 들었던 책은 <미키 7 : 반물질의 블루스>였는데 몇 장 넘기다 뭔 내용인지 몰라서 덮어버렸습니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소설 <미키 7>은 총 2권입니다. 제가 집었던 권 2권인데 2권이라는 표시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혹시 책 구매하신다면 2권을 다 사시던가 1권부터 사서야 합니다. 독립된 에피소드가 아닌 이어지는 내용이라서 1권부터 읽어야 합니다.

 

<미키 7>의 1권은 2022년 2월 미국에서 정발 되고 한국은 2022년 7월에 출간됩니다.

<미키 7 : 반물질의 블루스>는 2023년 11월에 출간됩니다. 그럼 영화가 2권의 내용을 다 담냐? 담은 듯 안 담은 듯합니다.

 

먼저 미국은 책이 출간되기 전에 요약본을 가지고 에이전시들이 영화사에 보내기도 합니다. 관심이 있으면 출간 전에 영화 판권을 구매하라고 책 요약본을 돌리죠. 그래서 책 출간 전에 워너브라더스사가 영화 판권을 구매한 후 제작에 돌입합니다. 따라서 <미키 7>의 2권 중에 1권만 영화 <미키 17>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키 7 : 반물질의 블루스>는 크리퍼라는 외계 생명체와 미키가 손을 잡고 또 다른 적대적인 크리퍼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규모다 더 크고 액션도 더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편의 내용은 이렇다 할 액션도 없고 주로 실내 촬영만 있어서 다소 지루합니다. 이는 원작의 문제이기도 하죠. 솔직히 색다른 내용 즉 이전에 없던 좀 더 깊이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담고 있지만 너무 우주선 안의 이야기와 탐험 이야기만 살짝 있어서 영화로 만들어도 지루했을 것이 뻔한데 이걸 영화로 만들었네요. 

 

소설 미키 7과 영화 미키 17의 차이점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스포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안 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읽길 권해드립니다. 

 

소설 <미키 7>은 자전축이 90도라서 계절 변화가 없는 미드가르드에 사는 역사가인 미키가 주인공입니다. 이미 지구는 멸망을 했고 지구인들은 이 미드가르드에 이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미드가르드도 자원이 고갈되기에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러 탐사선이자 이주자를 태운 새로운 우주선을 발사해야 합니다. 마침 200년 만에 새로운 이주 행성이 될 니플하임으로 이주를 시작합니다. 

 

소설에서 미키는 역사가로 이주선에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미키의 친구인 베르토는 운동을 잘하고 비행조종사 자격증이 있어서 파일럿으로 지원하지만 역사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그러나 누구도 지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불노불사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꼬드김에 익스펜더블에 지원을 합니다. 이주해야 할 이유는 빚 때문입니다. 베르토가 스포츠 경기에서 지는 쪽에 걸었는데 거는 족족 베르토가 승리하는 바람에 도박 빚을 지게 됩니다. 사채업자를 피해서 이주선을 지원하게 되고 이주선을 탈 수 있는 방법이 익스텐더블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영화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좋아한다는 마카롱 매장을 사기꾼이라는 뜻을 가진 티모(스티븐 연 분)와 함께 열었다가 20억 이상의 큰 빚을 진 미키가 티모와 함께 지구를 떠나는 이주선에 타는 모습으로 변형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소설의 복잡한 설정을 좀 더 단순화시켰습니다. 사실 이 소설 <미키 7>은 대단한 서사보다는 인간 복제 기술이 있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을 묻는 상황이 주는 힘이 큰 소설이라서 세계관 설정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영화가 내레이션으로 많은 걸 설명합니다. 전 이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각 매체라면 백 마디 말보다 그냥 보여주면 되는데 내레이션은 시각적인 재미를 줄이는데 많이 사용하죠. 그런데 워낙 독특한 세계관이고 설정이다 보니 내레이션을 많이 활용합니다. 

 

이외에도 몇몇 캐릭터의 설정이 바뀝니다. 먼저 마샬이라는 우주선의 사령관은 소설에서는 천상 군인 느낌인데 영화에서는 아내가 있는 독재자라는 정치인 모습이 더 많이 풍깁니다. 그것도 무능한 정치인으로 보좌관이나 아내의 말에 휘둘리는 멍청한 독재자로 나옵니다. 

 

소설에서 중요한 테세우스의 배를 싹 제거한 영화 미키 17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아주 유명한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이 있습니다. 테세우스가 배를 타고 오랜 항해를 하면서 배의 여러 부품을 수리하고 교체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긴 항해 중에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이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입니다. 

 

소설에서는 익스펜더블이 되는 마지막 테스트에서 이걸 미키에게 묻습니다. 영화 <미키 17>에서는 이걸 다루지 않고 권총으로 자결을 해야지만 통과할 수 있다고 소개하죠. 왜 이 중요한 내용을 뺐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대답을 할 겁니다. 부품을 하나씩 하나씩 교체하는 건 연속성을 유지하기에 부품을 100% 새 부품으로 교체했다고 해도 그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질문을 해보죠.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부품을 교체하는 것 말고 한 번에 싹 다 부품을 교체하면 그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 같으면 아니라고 할 겁니다.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서서히 변하는 건 연속성을 가지죠. 우리 인간도 10년 전에 내 몸에 있던 세포는 다 죽고 사라졌고 지금은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인간 자체가 테세우스의 배입니다. 하지만 익스펜터블처럼 단 몇 분 만에 전체 인체 장기를 교체한다면 그건 미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설에서 익스펜더블을 미키에서 설득하기 위해서 이 테세우스의 배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단지 재생 속도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했을 뿐 새로운 미키도 테세우스의 배라고 주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어리숙한 미키를 위해서 제거한 것 같기도 하고 후반에 멀티플 현상을 통해서 굳이 안 넣어도 되는 내용이라서 뺀 것 같기는 합니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복제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미키는 연속성이 있었죠. 미키 1이 죽어야 미키 2라는 복제 인간이 출력됩니다. 그렇게 미키는 계속 죽고 다시 태어나지만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죽고 깨어나면 다른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니까요. 모든 기억은 실시간으로 데이터 백어되고 이걸 새로운 몸에 주입하면 새로운 미키가 아닌 어제에서 다시 이어지는 미키로 살면 되니까요. 

 

그러나 미키 17이 죽은 줄 알고 개척선에서는 미키 18을 출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 미키 17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동 시간대에 1명의 미키가 있던 세상에서 동 시간대에 또 다른 나가 있게 되자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혼란스러워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죽으면 이어지는 미키가 나오는데 미키 18이 나온 상태에서 내가 죽으면 미키 18의 다음 버전이 출력되는 것이지 미키 17의 삶은 단절되니까요. 미키 17, 미키 18은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체험과 경험을 쌓아가게 되고 그게 쌓여서 동일한 기억과 동일한 DNA를 가졌다고 해도 경험이 다르게 쌓이면 두 사람은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설정은 같은 사람인데 성격이 너무 다릅니다. 미키 17은 순응주의자이고 미키 18은 과격주의자로 다 때려 부수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하냐? 과학자들은 성격을 구성을 DNA가 50%,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질이 25% 살아가면서 쌓인 경험이 25%라고 합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 성격과 어른일 때의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일한 기억 동일한 DNA인데도 다를 수 있다는 설정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영화에서 자동차 안의 빨간 버튼을 눌러서 부모님이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면서 자신을 탓하는 미키 17과 달리 미키 18은 자동차 결함 때문이지 그건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죠. 영화에서는 직접 총을 들고 마샬을 죽이려고 하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담습니다. 

 

몰이해가 불러오는 정복 역사를 풍자하다

영화 미키17과 소설 미키7의 차이점

소설에서 행성의 원주민인 쥐며느리 같이 생긴 크리퍼들은 독특한 존재입니다. 본체가 있고 분체가 있어서 작은 크리퍼들은 그냥 부속품입니다. 모체의 컨트롤에 의해서 움직이는 도구일 뿐이죠. 모체는 모든 생명체가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다 인식의 한계 때문이죠. 그래서 소설에서는 미키 6을 죽입니다. 미키 6을 죽여도 미키의 본체는 살아 있기에 죄책감 없이 죽입니다. 

 

그러나 미키 7이 우리는 다른 존재라고 말해줍니다. 아니러니 하죠. 가장 크리퍼 같은 존재가 미키 7이고 인간에게 있어서 미키 7은 크리퍼의 분체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게 미키 7과 크리퍼 본체는 소통을 합니다. 소설 2편에서는 반물질 폭탄을 찾는 과정과 크리퍼와 손을 잡고 적대감이 강한 또 다른 크리퍼를 찾아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액션 장면이 많습니다. 

 

반면 영화는 이런 설정이 없고 마치 미국의 물소 떼처럼 보여줍니다. 그리고 통역기를 통해서 소통을 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단순화시켜서 보여주고 있고 이는 영화가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원작을 잘 담았지만 원작 자체가 볼거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SF 영화라면 뭔가 좀 많이 날아다니고 터지고 해줘야 하는데 과학 다큐인지 너무 조용합니다. 이야기의 힘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응집했다가 터트려주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맛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런대로 꽤 볼만하고 흥미로운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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