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일본 액션이구나, 역시 일본 액션은 빨라서 좋아!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 영화는 거의 잊혀 가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수입 개봉되는 영화도 거의 없고 간간히 멜로 영화가 개봉되지만 흥행이나 크게 부각되는 영화는 없습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일드라는 장르가 엄청 인기가 높았는데 제작비 경쟁에서 밀려서 이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네요.
그럼에도 스토리텔링의 대국답게 슴슴하지만 재미있는 <핫스팟> 같은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일본 액션 영화 중에 재미있게 본 최근의 영화가 <바람의 검심 시리즈>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이 마동석표 한방 액션이 난무할 때 일본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검술 액션이 참 좋았습니다.
속도가 엄청 빨라서 참 통쾌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요즘 한국 액션 영화들도 거의 없지만 액션들이 너무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동석의 원펀치 액션이 인기를 끌어서 그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뛰어난 액션 무술 영화가 거의 다 사라졌더라고요.
스피디한 일본 액션의 부활 <데몬시티 악귀 죽이기>
현재 넷플릭스 한국 영화 차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만화 <오니고로시>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데몬시티 : 악귀 죽이기>는 <바람의 검심>의 그 액션의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빠른 액션으로 살육 파티를 하는 하나하나가 어떻게 촬영을 했을까 궁금할 정도로 뛰어난 액션들이 가득합니다.
독특한 칼 한 자루로 수십 명을 죽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 시퀀스는 참 볼만하네요. 일본은 일본만의 액션 스타일이 있다고 할 정도로 스피드를 무기로 한 화려한 액션을 아주 잘 만듭니다. 초반 야쿠자 일당을 혼자 싹쓸이하는 액션부터 마지막 장면은 도장 깨기 무도장 같은 세트장을 만들어서 액션을 극대화했습니다.
여기에 간간히 롱테이크로 촬영한 영상들은 할리우드 액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최근에 본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 몇몇 장면에서 합을 기다리기 위해서 서 있던 액션 배우들의 모습에 실망했는데 이 영화는 이 모든 걸 스피드로 녹여 없애 버리네요. 정말 정말 과격하고 화려하고 화끈합니다. 특히 던지고 부수는 액션의 리액션은 정말 뛰어납니다. 창의성도 높아서 사람 얼굴을 벽에 대고 끌고 가는 장면은 주인공이 얼마나 힘이 좋은지를 단박에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처참할 정도로 저질이네요.
너무나도 단순하고 재미없는 스토리
<데몬시티 : 악귀 죽이기>의 주인공은 사카타(토마 이쿠타 분)입니다. 용역을 받으면 칼 같이 성과를 이루는 뛰어난 킬러입니다. 그날도 한 야쿠자의 부탁을 받고 신조시의 항만을 장악하고 있는 경쟁 야쿠자 조직을 혼자서 다 쓸어버립니다. 그런데 이 악귀 같은 살인귀 사카타는 놀랍게도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보통 킬러들은 가족이 없죠.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복수를 당할지 모르는데 가정을 이룰 생각을 안 하죠. 하더라도 은퇴 후에 신분 세탁 후에 모든 연락을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카타는 가정이 있습니다. "와~ 여기서부터 ‘이게 뭐지?’ 싶었는데 결국 사달이 납니다."
누군가가 사카타의 집 주소를 알려주게 되었고 가면을 쓴 일당이 아내와 딸을 죽입니다. 사카타도 총을 맞고 머리 아래로 마비가 됩니다. 이야기가 단순해도 좋습니다. 액션만 좋으면 됩니다. 그럼에도 기본은 해야죠. 복수극의 에너지를 증폭하려면 개연성을 탄탄하게 쌓아 올려야지 관객이 공감하지 개연성이 약하면 왜??라는 브레이크가 자주 걸리게 됩니다.
이 가면을 쓴 사람들이 가족을 죽였지만 10년째 손가락도 못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카타를 이 가면 일당이 살려둡니다. 이 가면 일당은 신조시의 공권력을 장악하는데 일당에는 형사와 무려 시장까지 껴 있습니다. 우두머리가 신조시 시장으로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카타를 살려준 이유가 50년마다 부활하는 악귀를 자신이 처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카타가 그 악귀인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처단당해서 재미가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살려줬다고 합니다. 정말 웃기는 설정입니다. 그럴 거면 영화 <올드보이>처럼 사설 감옥에 가두어 놓던가요. 그러고 보니 전체적으로 영화 <올드보이> 향기가 가득 나네요.
10년 동안 병원에 있던 사카타는 병원에서 나와서 치료인을 두고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데 갑자기 손가락을 까닥이게 됩니다. 신경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조시 시장의 똘마니인 형사가 가면을 쓰고 자신에게 팔이 짤린 야쿠자가 사카타 팔뚝에 칼을 찔러서 병원으로 돌아온 사카타의 링거 병에 독극물을 주사합니다.
어이가 없네요. 그럼 왜 10년 동안 살려 두었데요. 처음부터 죽이던가요. 그런데 갑자기 사카타가 신경을 회복하고 이 형사를 죽입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을 아주 잘 그렸습니다. 액션도 무척 뛰어나고요. 정말 몸 안 사리고 촬영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10년 동안 누워 있었으면 몸이 말라 있을 텐데 바로 괴력을 발휘합니다. 와~~~ 어이가 없어서 한참 멍하니 봤네요. 개연성은 알아서 따라오든가 말든가 하고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 폭주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딸이 죽은 줄 알았더니 아닙니다. 이 가면 일당이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아빠를 모릅니다. 어린 시절이었으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 <올드보이>와 꽤 유사해 보입니다. 데리고 키운 이유도 의문입니다. 뭐 악독한 이유로 키웠다고 하지만 그것도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신조시 시장의 서사가 펼쳐지는데 역겨워서 보다 말았네요.
액션 말고는 볼 게 없는 영화 <데몬시티 : 악귀 죽이기>
그래도 리뷰 쓰기 위해서 다 봤습니다. 액션은 꽤 화려하고 묵직합니다. 한국 요즘 액션 영화보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영 재미도 없고 예측 가능하고 흥미롭지도 않네요. 특히 주인공이 10년 동안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바로 폭주하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가네요. 어느 정도 납득이 가야 공감이 가지 이건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네요.
별점 : ★☆
40자평 : 액션만 살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