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권력이다 타이틀을 하고서 최근 1년 동안 사진전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2가지 이유인데 볼 사진전이 없다는 것과 또 하나는 사진에 대한 제 관심과 열정이 좀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사진 시대가 아닌 영상 시대라서 여기저기서 영상 영상 노래를 부르는 것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볼만한 사진전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는 지나가다가 들릴 수가 없습니다. 인사동 갤러리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인사동에서 먼 곳도 아닙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건물 뒤 운현궁 옆에 있습니다.
사진 왼쪽이 운현궁으로 고종과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궁입니다. 무료 입장이라서 실컷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현궁 바로 옆에 오늘 찾아갈 갤러리가 있습니다.
이 길 중간에 있습니다.
여깁니다. 여기는 한 50미터만 걸어가면 그 유명한 핫플레이스 익선동이 나옵니다. 그런데 갤러리들은 갤러리 거리에 뭉쳐 있어야 이 전시회 보고 저 전시회 보는데 이렇게 외따로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사동 갤러리들을 많이 찾는 것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일부러 찾아갈만한 사진전인가 인데 바로 대답하면 찾아가서 볼만합니다.
그 정도로 전 아주 좋은 사진전이었습니다.
경운동에 운현궁이 있군요. 자세한 동네 소개입니다.
여기는 한정식 식당 강호입니다. 이곳 이야기를 좀 하자면
지금은 예능인으로 더 많이 알려진 가수 윤종신의 1996년 4월 발매할 5집 앨범 우(愚) 앨범 표지가 이 한정식 식당 강호 앞에서 촬영했습니다. 저 사진 보시면 수산과 강호가 보입니다. 이 사진 촬영지가 바로 여기 강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옥집은 사라지고 이렇게 고층 빌딩이 올라갔어요. 1층은 여전히
한정식 강호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정식집은 딱 한옥 건물이 운치있고 좋은데 이런 새삥 건물과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익선동 갔다가 한정식집 찾고 싶으시면 바로 옆에 있네요.
2020년 3월 완공했네요. 완공하자마자 코로나 터져서 2년 동안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식당 주인 분이 건물주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에 갤러리 강호가 있어요.
처음에는 갤러리가 있을까 할 정도로 그냥 건물이었습니다. 안내도 없고 그냥 사무실인가 했는데 2층에 있네요.
이 사진전은 사진 전시회 정보 창구인 '사진바다' 블로그에서 봤습니다.
공간은 크지 않았고 딱 중형 크기의 갤러리네요. 작품은 한 20~30 작품을 전시하고 있네요. 깔끔한 갤러리입니다. 마침 작가님이 디스플레이를 끝내고 있네요. 참고로 이날 화요일은 인사동의 많은 전시회 공간들이 작품을 내리고 수요일부터 1주일 정확하게는 6일 동안 전시하는 기간입니다. 화요일은 전시회가 내려가는 날이라서 오후에 가면 전시 못 봐요. 그래서 화요일일에 인사동 전시회 가는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갤러리 강호'는 화요일부터 전시를 하네요.
백홍기 사진작가의 사진전 숟가락은 2022년 10월 25일 부터 31일 (월)까지 전시를 합니다.
시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로 반나절만 하네요.
한중일 중 왜 한국만 숟가락을 사용할까?
사진전 제목이 숟가락입니다. 참 상징적입니다. 우리 밥 한 번 먹자!라는 인사말인 한국 사회에서 먹고사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죠. 또한 음식에 국이 참 많습니다. 항간에는 국이 저급 음식이라는 소리가 많아요. 저 유럽 사람들이 자기들이 안 먹는다고 국 음식을 하대해요.
그런데 국이라는 것은 물이 맑은 나라에서나 먹을 수 있어요. 맹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나라가 뉴질랜드, 한국, 일본 정도라고 할 정도로 유럽과 중국은 물에 석회질 많고 흙탕물이라서 튀김 요리나 물을 안 쓰는 음식 문화가 발달했어요. 반면 우리는 가난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맑은 계곡 물 끓여서 재료 넣고 끓이면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국문화가 발달했죠.
그런데 이 국을 먹으려면 숟가락이 있어야 해요. 게다가 한국은 일본과 달리 숟가락으로 밥까지 퍼 먹고요. 같은 쌀문화인데 일본은 젓가락으로 먹잖아요. 다만 입에 들어갔던 숟가락으로 국을 퍼 먹는 건 위생적이지 않죠. 그래서 서양인들이 극혐 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국을 숟가락이 아닌 국자로 각자 덜어 먹는 문화로 바뀌어서 좀 더 위생적이게 되었어요.
그럼 왜 일본은 숟가락을 안 쓸까요? 똑같이 국과 쌀을 먹는 나라인데요. 그건 쌀의 종류가 자포니카로 차진 쌀이라서 젖가락으로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어요. 그럼 한국은 자포니카 쌀 아니냐고 하지만 동일합니다. 우리도 자포니카 먹어요. 그래서 젖가락으로만으로도 밥 먹을 수 있어요. 그러나 국 때문에 숟가락 들어야 해요. 국을 빨대로 먹을 수 없잖아요. 게다가 뜨거운 국을 들고 먹을 수도 없는 쇠그릇이 많았고요. 반면 일본은 나무로 된 그릇을 사용해서 국을 들고 들이킬 수 있었어요.
그럼 중국은 왜 젖가락만 사용할까요? 중국은 일단 물이 더러워서 국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 튀겨서 먹죠. 튀김은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어요. 만두도 젓가락이면 되고요.
숟가락 문화의 한국인들의 삶을 담은 숟가락 사진전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백홍기 사진작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숟가락을 1달간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먹은 숟가락에 비춘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참 아이디어 좋아요. 이런 단순하지만 강렬한 사진이 참 좋아요. 이해하기 쉽지만 동시에 강렬하잖아요.
밥 한끼를 위해서 살아온 시간들이 나이테처럼 숟가락에 지문처럼 박혀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이 이 사진입니다. 1930년에 태어난 할머니이신데 숟가락에 나이테가 비추네요.
숟가락에 비춘 모습을 담고 옆에는 반전을 시켜서 숟가락의 지문이 더 도드라지게 보게 했네요.
이 숟가락 시리즈는 백홍기 사진작가의 2번째 시리즈입니다. 의식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파트 연가> 시리즈 이후 식을 다룬 <숟가락>입니다.
수 없이 입을 들락거리면서 만든 숟가락 지문. 아주 좋은 사진전을 보고 영혼이 밥 한 끼 먹었는지 정신적 포만감을 안고 나왔습니다.
1층에는 작은 휴게 공간이 있네요. 앉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정 때문에 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익선도 바로 뒤에 있는데 종로 나가실일 있으면 들려보세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전시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