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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삶과 죽음과 기억의 소중함을 담은 영화 코코

by 썬도그 2018.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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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애니들은 감동 스토리가 있습니다. 최근 10년 간 본 애니 중에 최고의 애니였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픽사가 예쁜 애니만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닌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하는 회사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미 <토이스토리>로 픽사의 스토리텔링의 저력을 잘 보여줬죠. 

오늘 개봉한 <코코>는 <인사이드아웃>을 있는 감동 드라마가 펼쳐질까요? 이미 북미에서는 3주 연속 흥행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골든글러브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하고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음악을 저주하는 집안의 억압 속에서 마리아치가 꿈을 키우는 미구엘

애니 <코코>의 배경은 멕시코입니다. 멕시코는 우리의 설날이나 추석 같이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축제가 있습니다. 영화 <007 스펙터>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축제가 바로 '죽은 자들의 날'입니다. 이 '죽은 자들의 날'에는 해골 분장을 하고 노래와 춤과 퍼레이드를 펼칩니다. 

미구엘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기타치고 노래하는 마리아치 '데라 크루즈'의 광팬입니다. '데라 크루즈'는 멕시코의 국민 가수로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가수입니다. 그러나 미구엘 집안은 미구엘의 고고조부가 노래에 미쳐서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간 것에 분개해서 집에서 어떤 노래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신발만 만드는 집안입니다.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미구엘은 몰래 마리아치의 꿈을 키워갑니다. 그렇게 몰래 꿈을 키워가다가 집에 있는 조상읠 모시는 재단의 사진이 깨지면서 자신의 고고조부가 '델라 크루즈'라는 것을 알게 되자 기타를 들고 커밍 아웃을 합니다. 미구엘이 가수가 되겠다고 선포하자 불 같이 화가난 할머니는 미구엘의 기타를 부셔버립니다. 

미구엘은 집 밖으로 뛰쳐 나갑니다. 내일 개최될 '노래 콘테스트'에 참가하려면 기타가 있어야 하는데 기타를 구할 수가 없자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의 전당에 들어가서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훔칩니다.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튕기자 죽은 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미구엘은 죽은 조상님들을 만나게 되고 저승으로 함께 갑니다.


저승에서 집에 있는 제단에서 본 조상님들을 만나는 미구엘. 미구엘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면 조상 중 한 명이 축복을 해줘야 합니다. 단 조건 이행을 약속해야 합니다. 조상들은 미구엘이 노래를 그만 두면 축복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구엘은 노래를 포기할 마음이 없습니다.

자신을 축복해줄 유일한 조상은 기타의 주인이자 국민 가수인 '델라 크루즈'라고 생각한 미구엘은 고고조부를 만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행에 헥터가 동행을 합니다. 헥터는 '죽은 자들의 날'에 많은 저승 사람들이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서 건너가는 이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가지 못합니다. 건너가려면 후손의 제단에 사진이 올려져 있어야 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승에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남지 않으면 저승에서도 사라지는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습니다.  


헥터는 '델라 크루즈'를 잘 안다면서 자신이 길 안내를 해주면 대신 이승에 가서 자신의 사진을 제단에 올려 달라고 합니다. 헥터는 딸을 만나보고 싶은데 제단에 사진이 없어서 만날 수 없습니다. 이 마저도 딸이 자꾸 자신을 잊어가는지 몸이 점점 사라져 갑니다. 미구엘도 해가 뜨기 전에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헥터와 미구엘은 해가 뜨기 전에 '델라 크루즈'를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미구엘의 조상들은 미구엘을 이승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쫓아오고 '델라 크루즈'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를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 속에서 산다. 

영화 <미션>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신부들은 죽고 저는 살아 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자는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번 죽습니다. 신체적인 죽음과 함께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면 죽은 존재의 죽음입니다. 육체는 살아 있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면 그 누군가에게는 죽은 사람입니다. 

영화 <코코>는 삶과 죽음과 기억의 관계를 아주 잘 조망한 작품입니다. 저승 세계에서 살아가는 죽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제단의 사진을 통해서 후손들을 돌아보는 모습은 우리네 풍습과 참 비슷합니다. 한국은 매년 2번 이상 조상님을 모시면서 저승에서 살아가는 분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이런 모습과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행사는 참 비슷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해골 모습의 인물들이 많아서 꼬마 아이들에게는 엘사 보다는 인기가 없고 유치원 생 아이들에게는 비추천하는 애니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알고 제사를 알고 저승을 아는 나이가 된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애니입니다. 전 이 <코코>에서 두 번째 죽음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저승에 살아도 세상 모든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면 저승에서 죽는다는 설정은 참 인상 깊네요.


기억에서 사라지면 모두 사라진다는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은 흥미와 사색을 유발합니다. 이 기억의 매개체로 사진을 선택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고 쉽게 변조되기도 합니다. 그 기억을 쉽게 떠올리게 하는 마중물이 사진입니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은 가족이나 연인의 사진을 꼭 품고 있죠.


저승의 세계를 다루어서 전체적으로 어둡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을 잘 아는 픽사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밝게 그렸습니다. 간간이 웃기면서 간간이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저승을 형광색 가득한 장소로 묘사하는 등 밝은 톤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기억해줘'는 살짝 눈시울을 젖게 합니다. 죽음과 기억에 관한 유쾌한 영화입니다. 기타 선율 가득한 노래가 자주 나와서 흥겨움도 있습니다. 강력 추천은 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입니다. 

설날에 개봉 했으면 더 큰 인기를 끌었을 듯하네요.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주인공인 '미구엘'이 아니고 미구엘의 증조 할머니 '코코'냐고요? 그 이야기는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 해 보세요. 


별점 : ★★★☆
40자 평 :  기억과 죽음의 관계를 잘 보여준 경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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