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미술관장인 수잔(제이미 아담스 분)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미술관장이지만 남편이 예전같이 자신을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습니다. 애정이 침전되어가는 부부 관계 속에서 수잔은 공허한 마음을 붙들 수 없습니다.


스위스 시계 같은 정밀하게 조율된 스토리

공허한 수잔 앞에 소포 하나가 도착합니다. 소포는 놀랍게도 20년 전에 헤어졌던 전 남편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 분)이 쓴 소설 초고였습니다. 그 소설의 이름은 자신의 별명이기도 한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입니다. 

출간하기 전에 한 때는 자신의 반려자이자 친구였던 수잔에게 먼저 선보이는 행동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궁금한 수잔은 에드워드의 소설을 넘깁니다. 영화는 이 에드워드의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와 수잔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다수 충격적입니다. 황량하고 인적이 드뭄을 지나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텍사스의 국도를 여행을 하는 한 가족을 태운 자동차가 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지해서 밤길을 달리는데 앞에 2대의 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아버지는 경적을 울려서 짜증을 내자 길을 터줍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일부러 길을 막아서 시비를 건 깡패 같은 놈들입니다. 


그렇게 자동차 추돌까지 일으키면서 불량스런 놈들은 이 가족을 차에서 끌어내서 몹쓸 짓을 합니다. 책을 읽던 수잔은 책을 떨어트리고 영화는 소설에서 빠져 나와서 현실로 돌아옵니다. 전 남편이 쓴 소설이 무척 폭력적이고 무서운 내용인 점에 놀라지만 동시에 그 뒷 부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는 이렇게 수잔의 현실과 전 남편이 쓴 소설 속을 왔다 갔다 하는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2중 구조는 후반이 되면 수잔과 에드워즈의 연애시절을 회상하는 과거 회상씬까지 붙어서 3중 구조가 됩니다. 이 3개의 이야기가 맞물려도 돌아가는 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스위스 시계 같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전 남편인 에드워즈가 연기를 합니다. 아마도 수잔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의 전 남편을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읽었나 보네요. 따라서 '제이크 질렌할'이 1인 2역을 합니다. 

영화를 보면 수잔과 전 남편인 에드워즈가 함께 대화를 하고 공감을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아빠가 고통스러워하면 수잔도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도 떠올립니다. 이런 구성은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크게 공감이 갑니다. 저도 소설 책을 읽을 때 특정 사건이나 문장을 읽다가 과거의 내 기억을 호출해서 한 동안 그 추억과 만나고 다시 책을 읽곤 하는데 수잔의 책 읽는 과정을 통해서 전 남편과 어떻게 헤어졌는 지를 자연스럽게 담습니다. 


영화 속 소설에 빠졌다가 다시 수잔에게 빠지다 

소설 내용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냥 참혹한 사건만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내용도 아닙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복수 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딜레마는 소설 밖으로 나와서 수잔의 딜레마 또는 수잔 주변인의 딜레마가 됩니다. 영화의 초중반은 흥미로운 소설에 집중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수잔과 에드워드의 헤어진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2개의 이야기가 섞이고 경쟁하듯 질주하다가 후반에 거대한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 후반의 충격은 소음 하나 없는 충격입니다. 소음이 나지 않지만 아주 명징하고 확실하고 짜릿하고 통쾌한 충격입니다.


세련된 미술전을 본 듯한 깔끔하고 품격 있는 스릴러 <녹터널 애니멀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거대한 몸을 가진 여인들이 나체로 춤을 추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헝크러진 욕망을 담은 듯한 그 장면을 동공을 확대합니다. 영화 전체가 미장센이 정갈하고 아름답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 연출과 컷과 컷 사이의 자연스러운 화면 전환,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음악과 재단이 잘 된 옷처럼 몸에 딱 붙는 편집은 영화 전체에 품격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영화 다 보고 나와서 검색을 해보니 '톰 포드'라고 하네요. 톰 포드? 디자이너 톰 포드와 동명이인인가 했는데 동일 인물이네요. 세상 참 불공평 합니다. 하나의 재능으로 스타가 되었는데 영화감독 재능까지 내려주셨네요. 

디자이너 출신 감독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영화 미장센이 깔끔하고 세련됩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여운이 무척 기네요. 또한, 스릴러 연출을 얼마나 잘 하는 지 수잔의 집에 걸린 사진에도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한 남자가 장총을 겨누고 있고 그 총구 끝에는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마치 처형식을 앞둔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 사진을 화면 전체에 담아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착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네요.

이 영화 전체가 이런 스릴이 가득합니다. 잔혹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기에 잔혹한 장면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무척 잔혹하고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이후에 가장 세련된 스릴러 같네요


전 남편이 보내온 소설을 빙자한 편지

세상 모든 영화는 영화 내용을 모르고 봐야 재미있습니다. 물론, 영화 내용을 알고 봐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지만 그럼에도 모르고 보는 것이 더 재미있죠. 제가 리뷰를 쓸 때는 대충의 줄거리를 쓰고 후반 내용을 적지 않습니다. 그래야 영화 보실 분들이 영화 후반에 느끼는 빅 재미를 앗아가지 않으니까요

이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는 소설 내용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 것이 더 재미있기에 최대한 짧게만 담았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옵니다. 전 남편이 보내온 소설 초고 내용이 수잔에 대한 에드워드의 마음이니까요.
소설 자체가 하나의 편지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고품격 스릴러입니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텍사스의 건조한 냄새와 끝까지 사건을 추적하는 텍사스 형사의 모습도 보기 좋네요. 강력 추천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아행성 동물은 대부분 육식 동물입니다. 그 육식 동물의 폭력성을 담뿍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는 소설 속에서 그리고 소설 밖의 2개의 육식 동물을 담는데 외모와 삶은 천지차이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자체가 육식동물이라는 흥미로운 엮음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별점 : ★★★☆
40자평 : 야행성동물이라는 육식동물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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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1.14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이 갑니다
    기억했다가 한번 봐야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