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칭송 받는 아키라를 보고 놀란 2가지

1988년 제작되어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끈 일본 애니 '아키라'에 대한 칭송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1989년으로 기억되는데 보라매 공원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일본 애니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이 특별 애니전에는 입소문만 있고 직접 보기 어려운 '미야자키 히야오'의 천공성의 라퓨타'와  처음 들어보는 그러나 상당히 고퀄리티 작화로 유명한 '아키라'가 상영되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일본 문화가 왜색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 금지되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일본문화 배낀 문화 나까마들이 큰 성공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일본 문화가 전면 금지되던 시기에 잠시 동안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었던 이 '일본 애니 특별전'은 큰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관람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인터넷이 터진 후에 '천공성의 라퓨타'를 볼 수 있었고 소문 이상의 강렬하고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이게 바로 하야오 애니구나를 알게 되었죠. 그러나 아키라는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수십 년 동안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말만 있었지만 정작 만들어지지 않네요

그러다 자주 즐겨 듣는 '이주연의 영화음악'의 인기코너인 '김홍준 교수의 영화의 발견'에서 '아키라'를 소개하더군요. 교수님은 이 '아키라'가 당시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애니이자 뛰어난 작화와 엄청난 양의 작화매수를 가진 애니라고 칭송을 했습니다. 

이런 칭송 버프를 받고 드디어 잊고 있던 일본 애니 명작 '아키라'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퀄리티 작화와 빼어난 음악이 사이버 펑크 월드를 제대로 재현하다

작화는 정말 빼어납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좀 촌스러운 느낌도 분명 있습니다. 또한, 프레임 수가 적어서인지 매끄럽지 못하고 좀 끊긴다는 느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1988년 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퀄리티입니다. 지금 같이 컴퓨터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고 모든 것을 손으로 그렸습니다.

여기에 묘사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액션이 많지는 않습니다. 거대한 로봇이나 매커닉이 나와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애니에서도 보기 어려운 빼어난 오토바이 격투씬이 있습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네오 도쿄에서 주인공 무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상대 폭주족과 대결하는 모습은 현장감이 넘치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특히, 오토바이의 후미등을 길게 선을 이어가는 듯한 효과는 기발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사진의 장노출 야경 사진 느낌도  오토바이 디자인도 매혹적이죠. 이런 빼어난 작화와 묘사력에 크게 놀랐습니다. 여기에 음악은 거의 기대 안 했는데 공각기동대와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음침함과 웅장함이 있습니다.

우울한 미래 도시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폭력성을 쇠가 갈리는 듯한 음악이 그 느낌을 더 크게 해줍니다. 아쉬운 것은 인물들이 모여라 눈코입 스타일이라서 내 스타일은 아니네요.

그런데 뭔 스토리가 이리 성의 없을까?

그런데 작화와 달리 스토리는 너무나도 허술합니다. 허술하다 못해 성의까지 없어 보입니다. '아키라'의 배경은 1988년 도쿄가 거대한 폭탄으로 파괴가 되고 3차 대전이 일어납니다. 이후 31년이 지난 2019년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무리의 폭주족이 네오 도쿄의 밤거리를 질주합니다. 이런 모습은 다분히 1980년대 일본의 풍경과 닮았습니다. 최근에도 폭주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보다는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근 미래라고 하지만 그 근간은 80년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네요. 폭주족이 달리는 네오 도쿄는 무정부 상태라고 할 정도로 폭동이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의 테러가 일상이 되어서 정부군이 그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여기저기서 정부군의 총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10대 폭주족들이 폭주 대결을 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인 가네다와 친구인 데츠오가 폭주를 하다가 데츠오가 백발의 애 늙은이 소년과 충돌을 합니다. 가네다가 충돌 현장에 곧 도착하지만 정부군 헬기와 정부군이  늙은 소년과 데츠오를 헬기에 태워서 사라져 버립니다. 

데츠오는 정부군에 의해 실험 대상이 됩니다. 그러다 데츠오가 각성을 하게 되고 초능력자가 됩니다. 
영화 '아키라'는 정부의 거대한 실험을 비밀스럽게 포장해서 후반에 터트립니다. 이 의뭉스러움이 영화 전체의 팽팽한 긴장감을 펼쳐냅니다. 백발의 소년 소녀라는 초능력을 가진 지성체를 이용하려는 정부의 헛된 욕망이 '데츠오'를 각성하게 되고 '데츠오'의 폭주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신도시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데츠오는 아키라라는 거대한 초능력자를 깨우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말로 설명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제가 정리해서 소개했지 실제로 보면 내용이 중구난방입니다. 또한, 뭔가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데츠오는 가네다라는 친구이자 질투의 대상이라서 더 폭주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종일관 데츠오는 폭주만 하게 됩니다. 데츠오가 실질적인 주인공인데 주인공 자체가 한 쪽으로만 흐르니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데츠오를 막는 가네다가 조금 더 낫습니다. 그런데 가네다도 친구인 데츠오에 대한 연민도 없이 그냥 제거의 대상으로만 여깁니다. 정부는 초능력을 진화의 도구 또는 에너지원으로만 이용하려는 모습만 보이죠.  이렇게 전체적인 주인공과 스토리는 각자 자기 역할만 열심히하는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의 폭주와 거대한 액션은 다소 당혹스러운 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런 어설픈 스토리에 대한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 애니 '아키라'는 만화가 다 연재가 끝난 후에 만들려고 했는데 연재 중인 만화를 애니로 만들다 보니 스토리가 급조 된 것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작화의 퀄리티나 특히 음악의 진중함은 꼭 봐야할 애니로 꼽힐만 합니다. 전 멋진 오토바이가 나와서 근 미래의 멋진 탈것 날것들이 많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네요. 나름. 정부의 비밀 계획이나 여러가지 장치를 배치했지만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네요.

한 번 정도는 볼만한 애니입니다. 칭송 받을 정도의 뛰어난 작화와 음악, 그러나 뭔 소리인지 모를 스토리를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