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흔한 사건 사고 중 하나가 강원도의 탄광 붕괴 사고였습니다. 갑작스런 탄광 붕괴로 몇명이 갇혔다는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전 국민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90년대 들어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인해 연탄 소비가 줄고 채산성이 떨어진 탄광은 합리화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탄광이 폐쇄 되었습니다. 그 폐쇄된 탄광지역에 지어진 것이 강원랜드죠.
이런 탄광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외국에서는 아직도 탄광 붕괴 사고가 많습니다. 중국과 같은 자원 부국은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2010년 전 세계에 보도된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습니다. 칠레의 한 탄광 붕괴로 무려 33명의 광부가 탄광에 갖혀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매몰 사고는 후속 보도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배 크기의 거대한 바위가 탄광을 막고 있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별 소득없이 지나던 중 전 세계에서 굴착기를 보내옵니다. 그리고 무려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33명 모두 기적의 생환을 했습니다. 이 과정을 전 세계에서 숨죽이면서 지켜 봤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캡슐 같은 것이 올라 올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를 했습니다.
이 기적의 33명의 귀환을 영화로 만든 것이 영화 33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너무 뻔하게 담은 영화 33
대부분의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데 이 영화 모르고 봐도 이야기 자체가 크게 흥미로운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설명 했듯 69일 동안 지하에 갇힌 33인의 광부들의 기적의 생환을 담고 있지만 그 69일 동안 이렇다 할 드라마가 거의 없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가 아닌 배우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줄리엣 비노쉬', '루 다이아몬드 필립스' 같은 왕년의 스타들이 보여서 반가웠지만 이 마저도 2명의 익숙한 주 조연 배우는 지하에서 검댕 칠을 하고 나와서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69일 동안 견디기 위해서 비상 식량을 나눠 먹는 장면과 만찬을 즐기는 장면 등이 있긴 한데 너무 예상 가능한 이야기라서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그렇다고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127 처럼 현란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탄광에서 구출하는 과정은 긴장감이 흐르고 정치적인 이슈가 껴들면서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본 휴먼드라의 이면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확대해서 보여줬으면 했지만 굴착을 하다 만 것처럼 좀 보여주다가 마네요
그나마 흥미로운 인물이 굴착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젊은 칠레 장관입니다. 많은 매몰된 광부 가족들이 밖에서 애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젊은 장관과 뛰어난 엔지니어가 험난한 굴착 과정을 진두지휘합니다. 전 세계에서 도착한 거대한 굴착 장비를 통해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갑니다.
그렇게 영화 중간 쯤에 굴착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긴장감을 사라지고 언제 저 광부들이 밖으로 나오나하는 생각만 하게 되네요. 천공 작업에 성공했다고 바로 끌어 올려지는 것이 아닌 왕복할 수 있는 셔틀을 만들어야 하기에 꽤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칠레 광부들에게 전 세계에서 온 응원품들이 탄광 안으로 들여보내지고 광고들은 폐쇄라는 공포와 먹을 것에 대한 공포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 편지를 씁니다. 특히 화상채팅까지하죠. 이 과정에서 리더인 마리오가 자서전 출간 계약 등의 이슈가 터져서 또 한 번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오히려 짜증만 드러냅니다.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려는지 헛깔립니다. 불굴의 의지로 69일간 견디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지 미담 뒤에 있는 추한 드라마를 보여 주고 싶은 건지 헛깔리네요. 여기에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탄광 속을 보여주니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만 가득합니다.
흥미로운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탄성을 지르게 하는 장면은 셔틀이 처음 올라 올 때 뿐입니다. 이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봐도 짜릿하네요. 그러나 이 짜릿함은 한 번 밖에 없습니다.
탄광 밖의 스토리와 탄광 안의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흐리지 않습니다. 갇힌 광부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흐르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좋은 소재입니다만 이렇게 성의 없게 만들나? 할 정도로 그냥 평범한 TV 드라마 같이 보입니다. 유명 배우를 썼다고 해도 그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15년에 제작 된 영화가 이제 개봉하는 것은 영화 비수기에 상영할 영화가 없어서 상영하는 느낌이 강하네요
비추천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시종일관 지루한 연극을 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