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자동차 판매점에 와서 차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년의 남자는 무척 예의가 바릅니다. 바닷가에서 묻혀온 모래가 차 안에 떨어질까봐 신발을 벋고 차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자동차 판매원인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 분)를 지켜 보다가 말을 겁니다. 남자는 차에 타라고 하더니 차문을 잠그더니 2년 전에 익사로 죽은 동생 이야기를 꺼냅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던 이 남자는 보디가드가 보고 있다면서 차에서 내립니다.
그 보디가드 중 두목인 듯한 사람이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르냐면서 멜린다에게 묻습니다. 전혀 모른다는 눈치에 남자는 이 남자가 그 유명한 '비치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라고 말하자 멜린다는 어려서 '비치 보이스'노래를 듣고 자랐다면서 반가워합니다.
브라이언 윌슨(존 쿠삭 분)은 차를 구매하고 호들갑을 떨고 끌려 나가듯 현장을 떠납니다. 윌슨이 탄 차를 보다가 윌슨이 꽂아 둔 메모를 발견 합니다
"외롭고 겁나고 두렵다"
영화 '러브 앤 머시'는 '비치 보이스'의 리더인 '브라이언 윌슨'의 잘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음악 영화라는 과시를 하려는 듯 암전으로 시작합니다. 시각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로지 소리로만 청각의 전체 음식을 내놓습니다. 마치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니까 귀를 쫑긋하고 들어!라는 암시 같네요
실제로 이 영화는 많은 영화 평론가도 칭찬을 많이 했지만 음악 평론가들이 대단한 음악 영화라는 찬사가 많았습니다.
뭐 저야 '비치 보이스' 노래라고 하면 서핀 U.S.A 밖에 모르니 이 그룹이 얼마나 위대한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많은 뮤지션들이 '비치 보이스'를 칭송합니다.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팻 사운드를 만든 비치보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팻 사운드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많은 음악 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틀즈로 대표되는 1960년대 영국 락 밴드들의 미국 침공인 '브리티시 인베이젼'에 맞서는 역량을 가진 유일한 밴드가 '비치 보이스'였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단순히, 여름 노래인 서핑 노래나 만드는 밴드인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준 그룹이더군요
특히 '팻 사운드' 앨범은 명반 중의 명반으로 길이 남는 음반이었고 이 '팻 사운드' 앨범은 당시나 현재도 음악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틀즈와 달리 '비치 보이스'는 널리 멀리 오래 기억되지 않고 잊혀지게 됩니다. 이 잊혀진 밴드인 '비치 보이스'를 재조명한 영화가 '러브 앤 머시'입니다.
브라이언 윌슨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현재를 교차적으로 담은 '러브 앤 머시'
비치 보이스를 재조명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실제로 보니 비치 보이스는 하나의 배경이고 주인공은 리더이자 작곡 작사를 담당하는 '브라이언 윌슨'입니다. 영화 '러브 앤 머시'는 '브라이언 윌슨'이 겪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영화로 담았습니다.
"외롭고 두렵고 겁난다"라는 쪽지를 건네 받은 '멜린다'는 '브라이언 윌슨'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는 윌슨도 마찬가지입니다.
윌슨과 데이트 약속을 하고 멜린다는 음악 공연을 가고 작은 파티를 하면서 윌슨과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윌슨 옆에는 항상 보디가드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윌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을 넘어서 관리를 하는 듯합니다.
윌슨의 별장 같은 바닷가 집에서 작은 파티를 하는데 멜린다에게 준 햄버거를 자꾸 윌슨이 배고프다며 먹으려고 합니다. 이에 보디 가드 대장 같은 사람이 윌슨에게 윽박 지르면서 배고픈 것은 거짓이라면서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면서 화를 냅니다. 그러나 윌슨은 한 눈을 판 사이에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게 되고 이에 화가 난 보디 가드 대장은 불 같은 화를 냅니다.
그 모습에 크게 놀란 '멜린다'는 어리둥절 합니다.
이에 보디 가드 대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윌슨의 병도 알려줍니다. 자신은 닥터 유진 랜디이고 윌슨이 '망상형 정신분열'을 앓고 있어서 자신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멜린다 당신을 만나게 허락한 것도 자신의 계획이라면서 윌슨이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멜린다는 윌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윌슨과 데이트를 계속 합니다
영화 '러브 앤 머시'는 80년대의 정신병에 걸린 '브라이언 윌슨'과 '팻 사운드'를 만들던 비치 보이스의 전성기인 1960년대를 교차적으로 보여줍니다. 1960년대 비치 보이스는 셔핑 뮤직으로 전 세계 투어를 하는 인기 밴드였습니다. 윌슨은 그런 전국 투어 중에 비행기에서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면서 투어에서 빠지는 대신 기가 막히는 노래를 만들겠다고 멤버들에게 제안을 하고 앨범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윌슨은 새로운 앨범을 만들면서 많은 중압감이 있었습니다. 비틀즈라는 강력한 라이벌도 인정하거나 뛰어 넘는 아주 획기적인 사운드를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앨범이 '팻 사운드'입니다. 이 '팻 사운드'는 말 그대로 동물 소리를 앨범 안에 넣는 것입니다. 그냥 소음이나 흘려 듣는 자연의 소리, 우리 주변에서 나는 소리들을 채집해서 음악과 함께 앨범에 녹여 냅니다. 강아지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을 넣습니다.
그러나 윌슨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아버지에게 학대 받고 자란 윌슨의 유년 시절
윌슨은 멜린다에게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맞고 자랐다고 고백을 합니다. 매일 구타의 연속이었고 그 때문에 자신이 성공했지만 동시에 한쪽 귀의 청각을 거의 잃었다는 말을 합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자리를 피했지만 멜린다는 그런 윌슨의 갑작스런 고백을 피하지 않고 손을 잡아 줍니다.
아버지의 학대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됩니다. 비치 보이스 음악은 이래야 한다면서 녹음실까지 쫒아와서 자신을 해고한 아들인 윌슨에게 고통을 줍니다. '팻 사운드' 앨범이 평론가에게서는 극찬을 받았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하지 못한 중압감에 점점 윌슨은 성격이 예민해지게 되고 결국은 환각제까지 피게 됩니다.
그렇게 붕괴되어 가던 윌슨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1980년 왕년의 스타였던 윌슨은 절제 없는 삶을 살면서 폐인이 됩니다. 이 폐인이 된 윌슨을 발견하고 다시 옛 명성을 찾아주려는 사람이 닥터 유진입니다.
영화는 후반에 큰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 이야기는 약간은 충격적이기에 더 이상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게 무너져버린 윌슨을 한 결 같은 미소로 대해준 사람이 '멜린다'입니다. 처음에는 계약 커플이었지만 점점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의 학대와 퇴물이 되어버린 옛 스타를 다시 별이 되게 만들어준 멜린다의 아름다운 사랑이 윌슨을 다시 빛나게 합니다.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서 '브라이언 윌슨'이 부르는 '러브 앤 머시'의 실제 공연 모습이 보여집니다.
그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았는데 늙은 윌슨이 부르는 노래 가사와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눈물겹게 보이네요
브라이언 윌슨을 2명의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60년대의 윌슨은 '폴 다노'가 80년대는 '존 쿠삭'이 연기를 합니다. 왜 배우를 달리 했을까요? 그 의문은 영화를 보면 풀립니다. 병들어서 남의 눈치만 보고 사는 초식동물 같은 선한 눈을 가진 '존 쿠삭'의 눈망울은 겁에 잔뜩 질린 짐승의 눈이였습니다.
'존 쿠삭'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가 그의 인생 연기가 아닐까 하네요. '존 쿠삭'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내면의 슬픔과 고통과 아픔을 잘 표현하지?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합니다.
60년대 윌슨과 80년대 윌슨은 다른 사람의 삶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변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2명의 배우를 배치한 듯하네요.
멜린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윌슨의 모습을 보니 제가 왠지 더 흐뭇하네요.
부활의 리더이자 예능인 같은 김태원도 윌슨처럼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결 같은 아내의 사랑으로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였습니다. 나락에서 떨어졌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무능력하다면서 침을 뱉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그 나락에 떨어진 별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윌슨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비치 보이스' '팻 사운드 음악을 찾게 되네요
가정 폭력을 당하던 윌슨이 세상에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과 자비"가 폭력을 치료한다. 사랑과 자비가 사라지고 폭력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이 땅에도 윌슨의 노래가 널리 멀리 퍼졌으면 하네요. 썩 기분 좋게하는 영화입니다. 음악도 물론 좋고요. 영화 속에서 어! 이 노래 알어~~하는 노래가 꽤 나올 것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폭력을 이기는 것은 더 강한 폭력이 아닌 사랑과 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