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갑철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를 거론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 이 분을 잘 모르고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하지만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서 매번 스치듯 지나쳤습니다.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갤러리 나우에서 이갑철 개인전을 봤습니다. 전시명은 '타인의 땅' 1980년대에 촬영한 사진들로 전시회를 하나 보네요. 1980년대에 끌려서 올라가 봤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에 끌렸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지금은 사라진 카세트 테이프로 얼굴을 가린 소녀의 이미지가 무척 끌렸습니다. 1980년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카세트 테이프입니다



이갑철 사진작가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잘 촬영하는 사진작가입니다. 한국의 전통이나 정서, 한, 샤머니즘 등을 주제로 한 사진들을 많이 촬영했습니다. 1980년대 사진들이 가득한 갤러리 나우에서 한 장 한 장 열심히 봤습니다.

이 사진은 1987년 서울에서 촬영했네요. 또렷하지 않지만 경찰모를 쓴듯한 경찰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사람을 잡고 있습니다. 흐릿하지만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저 80년대는 길거리에서 경찰이 아무나 붙잡고 수시로 검문을 했습니다. 특히 여대생들의 생리대가 든 가방까지 탈탈 뒤졌죠. 전두환 공안정권의 서슬퍼런 풍경입니다. 

이런 느낌을 사진으로 잘 잡아 냈네요. 그것도 기교있게요. 


오징어 탈을 쓴 함진아비네요. 이 사진을 보니 대치동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친구 결혼식 전에 함진아비를 이끌고 신부가 사는 아파트에 갔다가 함 사세요! 3번을 했다가 반대편 아파트에서 시끄럽다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세상이 각박해졌구나. 그런데 지금은 함진아비 소리는 추억의 소리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누구네 집이 결혼하는구나라는 반가운 소리가 아닌 소음공해로 여깁니다.


종이연을 날리는 모습이네요. 종이연 살 돈이 없는 아이들은 신문지 잘라서 가오리 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로봇이 된 아이들. 로봇이되고 동물이 되는 아이들.  나이 들면 원치 않아도 다들 가면 1,2개씩 가지고 다니고 쓰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왜 사진 시리즈가 <타인의 땅>일까요? 이갑철 사진작가는 이 1980년대를 허투루 담은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1960년대 시작한 근대화 산업화가 동시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980년 그 산업화가 절정에 달합니다. 한 나라가 산업화가 되고 공업화가 되면 농촌 인력들이 알아서 도시로 이동합니다. 

왜냐하면, 농촌에서 버는 돈 보다 도시에서 공장 노동자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렇게 서울에 올라온 시골 사람들은 서울이 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 깍쟁이들을 만나게 되고 서울에 살지만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그렇게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를 합니다. 

고향을 항상 그리워하면서 서울이라는 타인의 땅에서 거주하는 삶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현재 경제적 상실감을 일으키는 갑들의 땅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는 곳에서 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내 것이라는 소유의 욕망으로 돌아가는 기관차입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에서 사는 것은 고통스럽죠. 내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전세로 살고 월세로 사는 것은 고통입니다. 반대로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 쉽게 고통에서 벗어난 삶을 삽니다. 여기서 고통이란 돈에 대한 고통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고통이 있지만 돈에 대한 고통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의 산업화가 절정인 시대에 사는 고향 상실의 시대를 조명한 사진전입니다. 그러나 이걸 아주 극명하게 담은 사진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1980년대의 평범한 기록 사진이 많네요. 그래서 좀 더 대중적이고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사진전은 3월 16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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