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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왜 사진과 미술은 유쾌하면 안될까?

by 썬도그 2016.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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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건물 전체를 래핑한 모습에 기가 막혔습니다. 그리도 동시에 당돌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알고 있는 김현정 화가의 개인전이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오늘부터 전시를 합니다. 전시는 거대했습니다. 지하부터 3층까지 총 4개관에서 단독 개인전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갤러리 1개관만 대관하는데 마치 대형 마트처럼 갤러리 4개관을 대여했습니다. 규모에 놀랐습니다. 



 

김현정 화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서 좀 소개를 하자면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아주 젊은 화가입니다. 한복을 입은 자화상을 이용해서 일상의 풍경을 풍자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그림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그림 자체는 서양화라고 할 수 있지만 동양화적인 요소가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복을 입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복 입고 스쿠터 타고 라면 먹고 당구치고 음악듣고 말타고 등등 일상의 우리들이 하는 행동을 그림으로 박제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내숭 시리즈는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기 홍보도 어찌나 잘 하는지 많은 예술 관련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습니다. 항상 한복을 입고 다니는데 어머니가 한복집을 하시나 아무튼 한복에 관련된 집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층에 가니 고운 한복을 입고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한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한 관객이 질문을 하니 자세히 설명을 하네요. 


 

 

작품 디테일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깁니다. 갤러리 여기저기서 플래시 터지듯 웃음이 빵빵 터집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웃는 관객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오면 대부분의 관객은 작품과 눈싸움하듯 노려보다가 그냥 나가잖아요. 

작가는 인간의 무엇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데 솔직히 미술 관계자나 사진 관계자가 아니면 뭘 느끼나요. 길어야 2~3분 보통 작품을 30초도 안 봅니다. 그 시간에 작품을 보고 뭘 느끼겠어요. 옆에 써 있는 작품명이나 오디오 가이드나 설명문 보고 아!!! 하고 작가 또는 큐레이터가 써준 감상문이나 읽고 내 감상인 줄 착각하고 나오죠.

사진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전시회 중에 웃음을 주는 전시회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감상 사진전이라고 하는 사진 동호회나 사진 커뮤니티에서 하는 일상 사진 전시회가 그나마 웃음을 주죠. 현대 미술관에 가면 무슨 장례식장 가는 느낌입니다. 

뭐 대중영합적이다 깊이가 없다 식으로 가벼운 예술을 폄하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서 무거운 주제에 천착한다고 그 작품이 뭔 대단한 깊이가 있습니까? 얼마나 예술계가 얇으면 예술계를 조롱하는 다큐와 동영상이 나오겠어요


2016/03/09 - [문화의 향기/미술작품] - 12억짜리 현대 미술 작품을 손 쉽게 만든 코미디언의 거대한 풍자극

2016/02/10 - [세상 모든 리뷰/영화창고] - 현대 예술에 대한 유쾌한 조롱을 담은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예술계에 부리 깊게 박힌 엄숙주의도 엄숙주의지만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보려는 이분법적 사고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순수예술은 작품 판매만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요? 이렇게 다양한 실용 제품으로 판매할 수도 있죠.

그러고 보니 이 김현정 화가는 수완이 대단하네요. 마치 대형 마트 오픈 행사장처럼 꾸며놓고 전시회 제목을 '내숭놀이공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런 발상은 본인이 했겠죠. 더 흥미로운 것은 4개 갤러리 다니면서 싸인을 받아오면 카달로그를 줍니다. 이런 요소는 대형 전시회장에서 볼 수 있는데 이걸 또 차용했습니다. 미술품 전시회라가 보다는 대형 쇼핑몰 개관식에 참석한 느낌입니다.

이력을 보니 서울대 동양화과와 경영학과를 동시에 졸업했네요. 어쩐지. 살짝 앤디 워홀의 향기도 납니다. 사실, 이 예술계 스타라는 것은 저절로 태어나기 보다는 만들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김현정 화가는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걸 상품화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에도 김현정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예술은 상업적이면 안됩니까? 예술로 돈 벌면 안되나요? 꼭 작품을 경매 시장이나 갤러리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다음 작품 활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이 대담한 전시회에 크게 놀랐고 한국에도 이런 당찬 예술가가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안 좋은 비판도 있지만 전 적극 응원합니다. 왜냐하면 스포츠 시장처럼 예술계도 젊은 스타 작가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사진계에는 왜 젋은 스타 사진가가 없을까요? 

없으면 만들면 될텐데 아무래도 구심점이 약해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란 어줍잖은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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