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역세권이라고 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역세권이라서 좋은 점을 부정할 수 있지만 대신 다른 호선도 아니고 1호선입니다. 1호선은 지하철이 아닌 지상철입니다. 지상철은 여러가지로 좋지 않습니다. 먼저 지상철이라서 전철 소음이 발생합니다. 특히, 수원행은 KTX도 다니기 때문에 엄청난 소음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지하철과 달리 철길이 강처럼 두 곳의 공간을 강력하게 분리 시켜버립니다. 그래서 가산디지털단지는 인공 섬이 되었습니다. 1호선 이쪽과 저쪽으로 가는 길이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무척 불편하죠.
그래서 1호선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모여서 1호선 지하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남이었으면 당장 시작할 수도 있지만 1호선이 지나는 영등포구, 동작구, 금천구, 구로구는 부자 동네가 아닙니다.
정말 애증의 1호선입니다. 1호선이라서 편리한 점은 시내로 나가는데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소음과 아이로니컬 하게도 지역 발전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이 애증의 1호선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1호선 주변에는 노후된 주택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소음 때문에 사람 살기 힘들고 그래서 집값이 싸다 보니 도시 빈민들이 스며들기도 하죠. 최근에는 방음 시설이 잘 된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철을 끼고 있는 동네는 오히려 더 낙후된 느낌도 듭니다. 중요하는 것은 역 주변은 번창하는데 철길 바로 옆에 사는 곳은 낙후된 이미지가 많죠. 특히 영등포와 신길동 이쪽은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요
반가웠습니다. 제 생각을 노기훈 사진작가가 이미 사진으로 담았네요.
3월 18일부터 4월 22일까지 홍대에 있는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1호선이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상상마당은 지하에 작은 영화관이 있습니다. 지금 보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캐롤을 상영하고 있네요
상상갤러리는 2층에 있습니다.
입구에 전시회 서문이 있네요. 제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 있네요. 도시의 틈새라고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글을 읽어보니 제가 사는 수원선이 아닌 경인선을 담았네요. 노기훈 작가는 인천역에서 노량진 역 주변 풍경을 담았습니다. 지상철이라서 바깥 풍경을 보며 달리죠. 그래서 지하철은 여행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지상철을 타면 여행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기훈 작가는 인천의 터전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본 전철 풍경을 담은 것은 아닌 전철을 내려서 그 전철 주변의 동네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제 예상과 달리 전철을 담은 사진은 1장 밖에 없고 전철과 무관한 그냥 흔한 주변 동네를 카메라에 담았네요.
그래서 이 사진 어디를 촬영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 지가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연관 관계나 상관 관계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지하철 주변의 풍경의 담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전달이 됩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 지하철 주변의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보여주려는 듯합니다. 그러나 명징한 느낌으로 다가 오지 않습니다. 특히, 1호선 주변에 살지 않거나 거의 타지 않는 사람에게 공감대를 끌어내기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네요.
기록성을 부각시킨 사진도 아니고요. 뭐 노기훈 작가의 심적 여행을 표현한 것이기에 제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만약에 제가 1호선 주변을 촬영한다면 이런 사진을 더 많이 담았을거에요. 철로가 보이게 하고 그 주변의 풍경의 변화나 일상을 담았을 거에요.
구체적으로 이런 사진을 주로 담았을 겁니다. 메인 사진인 신도림역을 촬영한 이 사진이 절 이 전시장으로 오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풍경 잘 알거든요. 신도림역 주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신도림역 주변 정말 많이 변했죠. 허허벌판에 역이 생겨서 80년대 초기에는 담 넘어 다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엄청난 유동인구가 짜증나는 곳입니다. 여기에 주변에 큰 대형 건물이 올라서면서 쇼핑 천국이 되어가고 있네요.
딱 2장의 사진만 그게 어디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1장은 신도림역이고 또 1장은 위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도화동 같더라고요. 제가 그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낯이 익었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도화역 근처가 맞네요. 제가 쓰잘덱 없는 능력이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만 보고 내가 한 번이라도 간 곳이면 거기가 어딘지 대번에 맞추거든요.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노기훈 작가는 1호선 주변의 풍경과 삶 그리고 사람들을 촬영했습니다. 1호선이라는 주제가 신선했습니다. 이 시리즈를 좀 더 확장하면 어떨까 합니다. 전철과 삶의 역학관계를 담은 사진은 대중성도 있을 것 같거든요. 아무튼 다음 사진전이 기대되네요.
이 사진전은 KT&G의 한국사진작가 지원프로그램에서 발굴한 젊은 사진작가를 후원하는 사진전이기도 합니다. 젊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사진문화가 발전합니다. 그러나 젊은 사진작가 유입이 많지 않네요. 그래서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고맙기만 하네요. 좋은 생각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좋은 사진전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