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카메라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인들 보다는 많이 알고 있지만 카메라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카메라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가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문패를 달고 있다보니 가끔 카메라를 추천해 달라고 합니다. 한 번은 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시는데 저 보다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더 많으셨습니다. 제가 처음 들어보는 카메라 렌즈 이름까지 줄줄줄 읇으시더라고요.
이렇게 저보다 카메라 지식이 많은 분들은 참 많습니다. 저는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나 욕구 보다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담은 사진을 좋아합니다. 특히 사진 문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 카메라 정보도 많지만 사진작가에 대한 소개가 그 어떤 블로그 보다 많다고 자부합니다. 사진문화! 이게 제 블로그가 추구하는 하나의 지향점입니다. 사진문화를 추구하다보니 카메라 기술서보다는 사진의 역사나 사진 문화, 사진작가 또는 미술의 역사 등 시각과 예술 서적을 틈나는대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큐 사진을 좋아해서 다큐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들의 책을 수시로 읽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에서 만든 전자책 서비스인 오도독을 둘러보다가 현직 사진기자인 채승우 기자가 쓴 '사진을 찾아 떠나다'를 발견 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이 쓴 책들을 몇 권 읽어 봤는데 대부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주저주저 하다가 목차를 둘러보니 사진기자의 생리나 삶을 밀착취재한 것이 아닌 사진기자가 유럽에 연수 겸 사진 여행을 떠난 내용을 아주 흥미롭게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읽어 봤고 지금은 강력 추천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박학다식한 사진기자가 쓴 프랑스, 독일, 영국의 사진 문화
채승우 사진기자는 가벼운 여행겸 유럽의 사진문화를 아주 꼼꼼하게 이 책에 스케치를 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사진을 따라 걷다와 독일에서, 사진을 읽다, 영국에서, 사진을 생각하다, 파리에서, 사진을 즐기다라는 짜임새 있고 운율마저도 느껴지는 구성으로 사진문화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의 손을 길게 끌고서 유럽 구석구석에 있는 사진 문화와 사진의 역사와 다양한 사진 관련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사진을 따라 걷다
저널리즘 사진 페스티벌의 프랑스 남부 도시 페르피냥에서의 프랑스 사진문화의 깊고 넓음을 보여주며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회화와 사진의 역사를 차분하게 말합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만 소개하는 것이 아닌 사진이 미술과의 역사적인 관계를 저자가 잘 담고 있는데 저자의 뛰어난 지식력에 탐복을 하게 됩니다.
또한, 그 이야기를 차분하고 귀에 잘 들어오게 쉬운 언어로 담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시인 샤를 보를레르가 사진에 격노하면서 "사진은 예술이 아니다. 본연의 임무인 기록하는 일에 충실하라"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는데요. 21세기에 보를레르가 왔다면 이 말을 사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미술가들도 사진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누구도 사진이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이라는 양가적인 모습이 함께 공존하는 요즘 사진문화입니다.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 페르피냥이라는 마을에서는 저널리즘 사진이라는 한 주제만으로 수 많은 사진전이 동시에 열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 사진작가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 쇼를 하며 전시회를 진행하고 파티를 연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사진 페스티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저자는 저널리즘 사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참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사진관력 책에서도 듣기 힘든 내용들입니다.
독일에서, 사진을 읽다
근로자의 나라답게 독일에서는 노동박물관에서 개최된 사진전을 소개하면서 독일의 사진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이 지배하는 나라 독일답게 유형학적인 사진 즉 증명사진 같은 사진의 중립성과 기록성을 중시하는 듯한 사진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중립성, 대상으로부터 거리 두기, 극적이지 않는 포즈, 전체를 골고루 비추는 밝은 조명이 바로 독일적인 사진입니다.
최근에 한국 사진작가들이 이 독일식 유형학적인 사진(뉴 저먼 포토그라피)을 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난 있는 그대로 중립적으로 담을테니까 느끼는 것은 관람객 각자가 판단하라고 하는 사진들 입니다. 최대한 작가의 주장을 적게 담으려는 모습입니다. 식물 도감, 곤충 도감 같이 분류를 하는 유형학적 사진은 사진의 기록성을 극대화 시킨 것인데 묘하게 하나의 예술 사조가 됩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카메라 전시회인 포토키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득합니다. 현대 사진예술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독일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챕터입니다.
영국에서, 사진을 생각하다
영국에서는 저널리즘 사진 중에서도 전쟁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매그넘 워크숍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고요 사진 비엔날레의 이야기도 런던 사진의 풍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 미술시장과 영국 미술과 영국 사진과의 상관관계 등의 영국의 사진 문화를 갤러리 방문 등 영국에서의 사진 이야기도 풍성 합니다.
파리에서, 사진을 즐기다
채승우 사진기자는 다시 파리로 돌아 옵니다.
이 다시 돌아온 파리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입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드가가 발레 하는 소녀들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저자가 밝혀내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워서 형광펜으로 칠했는데 이런 점은 종이책 보다는 전자책이 참 좋네요.
이 책에는 없지만 로르텍이나 몇몇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후, 카메라의 시조인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이야기와 모네 그리고 파리 포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파리 포토는 아주 성대한 사진 성찬인데요. 이 파리 포토에 주빈국으로 일본이 선정되었스빈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사진전도 열지 않고 자신이 찍은 책을 사진집으로 출판하는 사진작가가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일본은 사진을 보는 문화가 아닌 소장하는 사진집 판매부수가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도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진집을 돈 주고 거의 사지 않는데요. (오늘 처음으로 사진집을 샀네요) 한국의 사진집 소비 문화의 척박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진을 사서 거실에 걸어 놓는 것 보다는 사진의 맥락을 읽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사진집이 사진에 더 어울리는 문화 같이 보입니다.
파리에서의 초상권 이야기, 브레송, 영상 시인이라고 불리는 으젯는 앗제, 브라사이, 만 레이 등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이야기가 술술 잘 담깁니다. 이 책의 저자는 뛰어난 전달력을 가졌는데요. 사진기자가 이 정도의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사진의 역사와 미술 그리고 유럽의 사진 문화를 밀착 취재한 '사진을 찾아 떠나다'
예정에도 없던 여행, 혹은 계획되지 않은 여행에서 더 큰 보석을 발견하듯 이 책은 우연찮게 집어든 책이자 기대치가 낮았던 책인데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한 정보량과 재미와 흥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행 형식을 빌리고 있어서 읽기 아주 편안하며 프랑스, 영국, 독일의 유럽 사진예술의 현주소와 과거와 함께 사진 문화 전반의 대한 이야기가 보석 같이 빛이 납니다. 그리고 사진의 역사와 미술과 사진의 관계, 사진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선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 많은 사진 관련 서적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보가 참 많습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갈망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 합니다.
"이글은 오도독 체험단으로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