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샘에서 첫 달 대여한 책 중에 하나가 '생각 버리기 연습'입니다. 이 책은 2010년에 출간된 책으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꽤 읽혔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니까 생각 버리기 연습2가 출간이 되었겠죠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고 골랐습니다. 그냥 스님이 쓴 힐링 도서 혹은 쉬어가는 휴식 같은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몇장을 넘겨 봤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쓰키요미지 주지 스님입니다. 스님은 인간의 세가지 기본 번뇌를 분노, 탐욕, 어리석음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다분히 불교적인 시선이고 이 책 전체는 불교적인 이야기가 꽤 나옵니다. 하지만 불교적인 즉 종교적인 두루뭉수리 선문답 같은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과학적인 바탕으로 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징합니다
생각을 컨트롤 해서 명징하고 뚜렷하고 흔들림 없는 객관적인 생각력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잡생각은 지우고 내 몸과 마음을 직접 콘트롤 할 수 있는 생각력을 키우자는 내용입니다.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생각력을 키우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통 스님들이 쓴 책들은 명확한 내용 보다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식의 알송달송한 말을 주로 합니다. 때문에 바로 읽혀지지 않고 특히나 경험이 없거나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뜬구름 잡기 식으로 들리웁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선문답이 아닌 마치 에어로빅 혹은 살 빼기 다이어트 책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생각 근육을 키우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라는 8가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생각력을 키우라고 하고 있습니다. 생각력이라는 말을 달리 말하면 생각하는 방법 또는 니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책입니다.
이 책은 흔하디 흔한 자기 계발서라고도 느껴집니다. 제가 올해 목표로 한 것이 자기 계발서건 개발서건 이런 책은 안 읽기로 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더군요.
제가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니들도 내 책 읽고 따라해라! 식의 독선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성공한 것은 그 사람의 특수한 상황이고 그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집중력을 키우고 남들 보다 덜 자고 덜 노력하고 목표를 뚜렸하게 하면 꼭 성공한다는 식의 책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 자기계발서 읽고 그대로 따라해서 다 성공하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winner게요?
또한 힐링 도서도 싫어합니다. 세상 모든 고민과 걱정과 스트레스를 자기 떄문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이 욕을 먹는 이유가 세상 고통은 나로 인한 것도 있지만 사회로 부터 오는 외부적인 고통도 있습니다. 즉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그 시스템에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설국열차가 바로 그 외부로부터의 고통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윌포드 독재체재에 대한 고통의 항변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윌포드가 좀 더 현명한 지도자였다면 꼬리칸에 힐링 도서를 뿌렸을 것입니다. 그러면 꼬리칸 사람들은 모두 이 고통이 모두 "내탓이구나"라고 외치면서 밤마다 기도를 하면서 내가 못났기 때문입니다. 내탓입니다 내탓입니다. 내 마음이 더러워서 고통 받고 있는거예요라고 할 것입니다.
힐링 도서와 자기계발서가 섞여 있는 것이 생각 버리기 연습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자기 안의 번뇌를 무조건 내 탓으로만 여기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모든 고통은 번뇌로부터 오기 때문에 마음만 다스리면 된다는 반쪽짜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에게 사회적인 고통에 대한 것을 써 달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다른 힐링, 자기 계발서 도서와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조심해야 디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현재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일에 대해서 이게 싫다, 저게 싫다고 비판하는 글을 쓰는 일이다. 대부분 자신이 본 영화나 이용했던 상점에 대한 비판 글을 많이 올린다. 그러데 부정적인 글은 우선 글 쓰는 사람 자신을 흥분시키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일부도 그 기분에 동조하게 만든다. 그런 글을 올려서라도 나쁜 일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기 마음 속의 분노 에너지에 불을 붙여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몸과 마음에 모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좋은 영화나 상점에 대한 글을 올려 독자들이 그것을 읽고 '좋은 정보구나'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늘 자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글을 올리고, 부정적인 글은 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생각 버리기 연습> 중에서 일부 발췌
이 생각 버리기 연습의 내용을 잘 함축한 내용이라서 소개합니다.
이 책의 문제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블로그에 좋은 글만 올리라는 저자의 생각은 좀처럼 이해가 안 갑니다. 무슨 선플 달기 운동 본부장이십니까? 저자는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모릅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한 제품을 사서 실망했거나 문제가 있다는 식의 부정적인 글을 블로그에 올리지 말라는 것인데요. 그런 부정이 아닌 비판의 글이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잘 모르나 봅니다. 나쁜 일을 바로 잡겠다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이 아니라 그런 생각으로 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감정적이고 악의적인 글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건 읽는 사람이 각자 판단하면 되는 것이겠죠
물론, 저도 부정적인 글 혹은 비판적인 글을 쓰면서 흥분 상태가 유지 되기도 합니다만 그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비판의식 고취하는 글이라서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의 생각대로라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식의 논리는 공감도 이해도 가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에 대한 비판의 글도 저자는 쓰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이렇게 적고 싶습니다. 오히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런 비판적인 서평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요.
이외에도 이 책에는 이런 식의 문제 접근법이 꽤 많습니다. 때로는 맹목적 긍정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자전거를 정원에 세워둘 때 자물쇠를 채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도둑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누군가가 그 자전거를 가지고 있겠지'하고 편하게 마음 먹는다
<생각 버리기 연습> 중에서 일부 발췌
이 부분을 읽다가 책을 던져 버렸습니다. 아니 자전거를 도둑 맞았으면 자물쇠를 튼튼한 것으로 사야겠다라는 반성과 대책을 마련해야지 그냥 편하게 잃어버렸구나 합니다. 참 편하게 사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편하게 살고 싶으면 자전거를 안 사면 되겠죠. 그냥 아무 것도 없이 살면 잃어버릴 것도 없고 욕망도 없겠죠. 실제로 이 책은 그렇게 살라고 합니다. 버리고 버리고 욕망은 악이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해는 합니다. 욕망이 과하면 과욕이 되고 과욕이 괴물을 낳죠. 하지만 욕망이 있어야 세상은 돌아갑니다. 자본주의라는 엔진이 욕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이 책은 과욕이 아닌 욕망 그 자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런 긍정주의자적인 책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컵에 물이 반컵이 있는 것을 보고 컵에 물이 반 밖에 없구나라고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컵에 물이 반씩이나 있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컵에 물이 반 밖에 없으면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서 가득 채우면 됩니다. 문제는 이런 맹목적 긍정주의자가 쓴 책은 주변을 둘러봐서 주전자가 있는지 물이 있는지 찾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만 다스려서 컵에 물이 반씩이나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살라고 하죠.
물론, 주변을 둘러봤는데 주전자도 물도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긍정주의자적인 생각이 혜안이지만 그 전부터 모든 것을 마음 먹기 달렸다 내탓이다! 식의 글은 이 시대에서는 버려야 할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2편까지 나온 것으로 봐서 저와 같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나 봅니다.
취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런 책은 한국 사람들이 안 읽었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여기고 살면 깡패가 때려도 내탓이요 내 마음 씀씀이가 좋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욕망을 버리고 살면 그 사람이 사람입니까? 부처지.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없음을 알면서 부처가 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비 현실적인 모습으로도 보여집니다.
이 책은 차라리 책 맨 뒤에 있는 뇌 과학자와의 대담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 페이지 말고는 깊게 들여다볼만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긍정하면서 살고 번뇌를 다스리고 평온한 상태로만 살라고 할 뿐이죠. 비추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