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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사진으로 보는 80년대 민주 항쟁의 목소리 '다시 쓰는 그날 그 거리'

by 썬도그 201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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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충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니들이 민주주의를 알어?  니들이 누리고 있는 그 자유가 누구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알기나 해? 
감히 말하지만 세상은 항상 깨어 있는 소수에 의해서 진화합니다. 세상 모든 진화는 소수이 양심에 의해서 시작됩니다.

저는 지난 80년대를 민중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생각과 불의에 맞서는 의지들이 시대를 변화 시켰습니다. 
절대 다수는 침묵하고 시위하는 학생을 손가락질 했습니다. 한때는 민중의 거룩한 혁명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그건 잠시였습니다. 아주 잠시였고 대다수의 대중은 오늘도 세상에 적응하고 혹은 시스템 맞춤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정부가 까라면 까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해야합니다.  정부에 반대된 의견 제시만으로도 경망스러워하고 한국인이라면 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 잠깐 불의와 함께 항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4.19요? 4.19도 학생 계층에서만 들고 일어섰지 국민 전체가 들고 일어선 것은 아닙니다. 5.18 광주는 지역적인 대규모 항거였지만 전국으로 번져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큰 규모의 항거가 87년 6.10 민주 항쟁입니다.  

2008년 미국 소고기 광우병 사태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한국의 철학인 먹고사니즘을 건드렸고 정치 이슈가 아닌 먹거리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난 현상이지 정부에 대한 반정부 운동은 아니였습니다.  반면 6.10 민주 항쟁은 먹고사니즘이 아닌 불의에 대한 항거였습니다. 솔직히 87년 같이 대학생들에게 편한 세상도 없었습니다. 졸업만 하면 쉽게 취직 되던 고성장의 시대였죠.
그러나 대학생들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나라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시위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이념적인 선동만 가득해서 민중을 설득하지 못한 어쩌면 실패한 시위였습니다. 
민중을 설득하지 못한 그들만의 시위?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민중이 움직인 것은 대학생들의 구호가 아닌 사건 사고 사진이었습니다. 

정태원 로이터 사진기자가 촬영한 이 한장의 사진이 6.10 민주 항쟁과 대중을 움직였습니다. 이 사진이 없었다면 넥타이부대와 보수적인 세력으로 낙인 받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경적 시위를 이끌지 못했을 것입니다. 

분명 이 사진 때문입니다. 항상 99도씨로 끓기만 하고 변죽만 울리던 당시 대학생 시위는 이 사진으로 인해 100도씨가 되고 펄펄 끊어서 전국을 뜨겁게 달구웠습니다. 사진이 힘을 말할 때 항상 전 이 사진을 꺼내듭니다. 제가 좀 과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99도 까지 끓게 하는 힘이 더 큰 힘이고 그게 없엇다면 이런 사진이 100장 나와도 세상은 움직이지 않죠. 하지만 이 강력한 한 장의 사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쓰는 그날 그 거리는 80년 시위현장에서 방독면과 헬멧을 쓰고 군홧발과 학생들의 쇠파이프지를 맞으면서 써내려간 사진진으로 쓴 목격담입니다. 

서울 도서관에서 우연히 든 이 책은 2010년 책이지만 확 풍겨오는 책 내음이 너무 강력 했습니다. 마치 87년에 출간 된 책처럼 매콤한 책 내음이 훅 풍겨오는데 그 냄새가 흡사 최루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네 이 책은 최루탄과 함께 써내려간 사진일기입니다. 
사진작가 고명진은 80년대를 기록한 사진들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과거를 잊습니다. 그 때문에 왜곡된 역사는 계속 왜곡된 채로 후세들에게 이어집니다. 3.1절을 삼쩜일로 알고 있고 광주 민주화 운동이 강남 어디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아이들. 이런 역사 무식쟁이 괴물을 우리 기성세대가 길러내고 있습니다. 일베충에게 놀림감이 되고 있는 민주투사들을 우리 기성세대들이 방관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탁해지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백날 그 당시 시위의 모습을 묘사해도 아이들은 모릅니다. 흥미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해서 외신기자들이 생명수당까지 받고 일했던 그 독재에 맞서는 대학생들의 시위 기록을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80년대 그 뜨거운 시절을 카메라라는 도구로 목격한 목격자의 사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쓰러지는 이한열 군을 부축했던 당시 연세대 학생은 99년 도 인터뷰에서 이한열 군을 같이 부축이지 않고 사진만 찍었던 사진기자를 원망했다고 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목격자는 어느편을 혹은 사건에 튀어들 수 없습니다. 그게 사진기자의 원리원칙입니다. 

이런 시선을 받는 사진기자들은 이편도 저편도 되지 못하는 경계인으로 군홧발에 혹은 대학생들의 돌팔매질을 동시에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그날 그 거리라는 책은 주로 학생들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고 소개하고 있고 그게 옳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기계적인 비겁한 중립을 택하지 않아서요


책은 87년 전후로 극심하게 일어났던 대학 시위를 사진과 그 사진을 찍은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도 사진기자나 다큐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사진으로 담지 못한 실제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사진을 찍기 까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87년 6.10 민주 항쟁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때도 꼭 보여줘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다시 쓰는 그날 그거리는 당시 언론탄압으로 혹은 자기검열로 소개하지 못한 당시의 시위 현장 사진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저도 첨 보는 사진들이 꽤 많고 충격적인 사진도 꽤 많습니다. 

책 후반에는 80년대를 넘어 역대 유명한 보도사진들을 소개하면서 그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 본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본 사진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 다 들어 있네요. 대연각 화재, 버마 아웅산 사태, 열차사고 등이 사진 후일담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진기자들의 한 숨과 땀과 열정 그리고 노하우가 가득한 책입니다. 또한, 87년 그 뜨거웠던 거리의 기록이자 우리의 역사의 기록물입니다. 이 책과 함께 최규석 만화가가 그린 100도씨라는 책도 권합니다. 두 책을 읽으면 어느정도 87년 그 시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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