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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델피르와 친구들'을 보고 왔습니다. 델피르가 누군지 잘 모르시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진집 출판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책으로 예기하자면 출판사 에디터라고 보시면 되죠
이 '델피르와 친구들'이란 전시회에는 대표적인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사상 최고의 키스 사진인 '로베르 드와노'의 '키스'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92년 스타벅스가 점령하기 전 '오두막'이라는 커피숍이 동네에 있었습니다.
단돈 2천원만 들고 나가면 하루 반나절을 친구들고 삐댈수 있는 곳이였죠
이런 만남이 자주 있다보니 했던 이야기를 재탕, 삼탕해서 하는 지루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그 지루한 만담과 같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때 저는 커피숍 한쪽에 있는 걸개 사진에 눈이 꽂혔습니다
사진의 제목도 누가 찍은지도 몰랐습니다.
출근길인 듯한 거리에서 한쌍의 남녀가 진한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두 남녀의 진한 키스도 키스지만 베레모를 쓴 뒤의 남자가 더 눈에 들어 옵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키스를 해도 내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표정의 남자가 더 눈에 들어 옵니다
프랑스니까 가능한 모습이죠. 90년도만 해도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남녀를 보기 힘들었죠.
키스 이야기 하니까 좀 썰을 풀어보자면
90년대 초만 해도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연후 90년대 후반에 1호선 전철역에서 동아리 후배와 동기들과 참참참을 하고 있는데 뒤에 있던 커플이 키스를 진하게 하더군요
흠 흠 헛기침을 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대놓고 키스하기 힘든 한국이지만 분명 예전 보다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커플들 쉽게 보는 요즘입니다. 조금만 으슥하면 어찌나 키스를 많이 하시던지요. 2년전에 한강 선유도에 갔는데 거기에 유일한 전시건물 구석에서 키스를 하는 커플을 3쌍이나 봤습니다. 아무래도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뭐 키스하면 어때요. 당사자들만 '쪽'팔리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고 합니까?
키스는 참 낭만적이죠.
위 사진은 정말 낭만적인 사진입니다. 여자친구와 어딘가를 향하다가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라고 말한후 키스를 한 모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누가 보잖아? 저기 골목에서 하자도 아닌 누가 보던 말던 그냥 확 하는 모습. 정말 쿨 해 보입니다.
저는 이런 낭만적인 사진에 푹 빠졌고 이 사진을 찍은 작가를 찾았습니다
집에 ADSL이 들어오고 난 후 이 작가의 이름을 알았고 그 이름은 '로베르 드와노'였습니다
로베르 드와노는 파리를 담은 사진작가 였고 이 '키스'라는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1950년 파리 시청앞에서 '로베르 드와노'가 찍은 사진입니다.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노천 카페에 있던 사람이 지나가던 행인들 중에서 느닷없이 키스를 하는 한 젊음 커플을 놀란듯 찍은 사진으로 알게 됩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스프레소나 라떼 한잔을 노천카페에서 시켜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풍경처럼 감상하다가 느닷없는 키스질에 화들짝 놀라서 그 순간을 찍은 줄 알았습니다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은 연출사진입니다.
전직 연극단원의 여배우 프랑스와 보르네와 당시 남자친구 자크 까르토는 카페에서 열정적으로 키스를 했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가 보죠. 드와노는 이 커플에게 포즈를 요구합니다.
돈을 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포즈를 요구한 커플은 위와 같은 포즈를 잡았고 드와노는 사진을 찍습니다. 보상으로 사진을 프린트해서 줬죠. 이 프린트를 받은 사진속 여자인 보르네는 2천만원 이상의 큰 돈을 경매에서 낙찰 받습니다.
좀 감흥이 떨어지나요?
저 또한 이 사진이 다큐가 아닌 연출사진이라는 점을 알았을 때 큰 실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은 구성이나 구도가 무척 좋은 사진입니다. 어떠세요. 이 글을 읽고 이 사진이 연출이라는 사실에 감흥이 떨어지나요?
보르네는 말합니다. '사진은 포즈를 취한 것이지만 키스는 진짜다'
분명 이 커플은 당시에는 사랑하는 사이였죠. 다만 사진이라는 시간을 박제하는 마법사는 이 사랑을 박제 했지만 현실 속 사랑은 부패되어 버렸네요
연극학도 커플의 키스, 참 감성적이지 않나요? 전 저 남자의 찰랑거리는 웨이브진 머리가 너무 멋져 보이더군요. 아웃포커스가 많이 된 사진은 아니지만 주변인들이 저 커플을 의식하지 않는 자체가 하나의 아웃 포커스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뒤의 남자가 '어머나 길거리에서 이게 뭔 짓이야' 했다면 이 사진은 꽝이였을 것 입니다
위 '로베르 드와노'사진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또 하나의 사진도 키스하면 떠오르는 사진입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몇년전에 20세기 최고의 사진에 꼽히기도 한 사진이죠
이 사진은 알프레드 아이젠스테트(Alfred Eisenstaedt)가 찍은 사진입니다.
라이프지 표지에 실릴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진이죠. 일본이 항복한 후 2차대전이 종결된 소식이 라디오에서 흐르자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기뻐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참 멋진 키스사진 아닌가요? 마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와 클락 케이블
의 키스씬 같아 보이지 않나요? 한쪽 다리를 살짝 구부리고 허리를 꺽은 모습이 마치 모델 포즈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진의 진실을 들으면 좀 씁쓸해 질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저 커플같은 남녀는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간호사인 '이디스 셰인'은 지하철에서 나와서 길을 가로 지르고 있는데 2차대전 종결이라는 방송을 듣고 거리에 뛰쳐 나온 수병의 손길에 잡힙니다.
그리고 느닷없이 기습 키스를 당합니다. 사진속에 간호사가 허벅지를 꽉 쥐는 모습이 바로 거부의 몸짓입니다. 낭만적인줄 알았는데 거부라니 좀 깨죠
또한 행동만 보자면 성추행이죠. 모르는 여자랑 키스라뇨.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 모르는 여자나 혹은 남자와 얼싸 안고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습니다
아이젠스테트는 스냅사진으로 이 사진을 찍었고 초상권도 희박한 시절이라서 그냥 라이프지에 공개 했습니다.
따라서 수병과 간호사의 신원을 몰랐습니다. 여 간호사는 라이프지를 보고 자신이 여자모델이었다고
사진작가에게 편지로 알려 왔습니다.
몇년 전 이 승리의 키스 주인공을 찾았는데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사진속 수병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와 골격과 신체 크기를 고려해 보니 맥더피씨가 사진속 수병이라고 공식 인정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진작가 에에젠스태트는 이 맥더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클림트의 키스를 좋아 합니다. 황금빛 가득한 가운데 한 쌍의 남녀가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이죠. 그림이야 상상의 산물임을 알고 보기에 연출의혹이 없지만
사진은 재현의 매체입니다. 그런데 사실을 박제한 줄 알았던 사진이 연출 혹은 우리가 짐작한 사실과 다를 때 그 감흥은 떨어 집니다. 물론 두 사진은 연출이라고 해도 멋진 사진입니다.
다만 우리가 미리 짐작한 내용과 다른 점은 감흥을 떨어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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