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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한국여행

뿌연 수원여행을 맑게 해준 수원 화성 성벽의 정자

by 썬도그 201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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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의 이미지를 이루는것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길가다 만난 시민이나
버스색깔, 도로의 크기 혹은 여러가지 건축물  심지어 날씨까지도 그 도시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수원은  짜증남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수원으로 향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축구경기라서 조금은 흥분이 되었고  수원여행도 할 겸 좀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수원역 앞의 거대한 교통지옥에 놀랐습니다.

주말이라서 더 그런것이겠지만 수원앞의 버스행렬은 대단하더군요. 이미 작년에 에버랜드 갈때 수원에서 버스를 탄 경험이 있어서 수원역 앞이 번잡하다는것을 이미 일고 있었지만 지난주는 더 했습니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인 수원.  세계 10대 놀이동산으로 꼽히는 에버랜드에 가는 분들이 많은곳이 수원이지요.

길거리에 약도도 지도도 없어서 결국 길을 헤매다가  그냥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고  우연히 만난 수원 화성 성벽 중간에 있는 정자에서
좀 누워서 쉬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맞은편에 보이는  고딕양식의 수원제일교회가 보이고  귀에서는 소설가 김영하의
팟케스트가 흘러 나왔습니다.   팟캐스트에서 낭독하는 소설은  소설가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이라는 단편이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별로 친하지도 않는 고교 동창생을 삼풍백화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백화점에서
근무를 했었고 주인공은 대학 졸업후 놀고 있었습니다.  둘은 그렇게 친해지게 되고   백화점 세일때  하루만 아르바이트 해달라고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셈을 잘 못해서 일을 엉망으로 망치고  맙니다.  그렇게 졸업후에 더 친해진 동창과 지내던 어느날
삼풍백화점 붕괴소리가 들립니다.   친구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살아 있을거라는 희망속에 지내던 어느날

한 여류 신문 칼럼리스트가  인간의 사치에 대한 하늘의 저주였다는 말에  주인공은 화가나  그 여류  칼럼리스트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신문사에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신문사 직원이 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소리내며 울며  "당신들이 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하느냐"
며 흐느낍니다. 

정자에 누워 이 팟캐스트를 들으며 빗소리에  눈가가 촉촉해 졌습니다.
삼풍백화점에 가는 부유층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서민의 자녀들이고 서민입니다.

수원에서 길잃고 고생한 1시간이 다 풀리더군요. 

저 멀리 신기하게 생긴 제일교회를 보면서 수원시내를 내려다 보는 모습. 이 맛이 여행의 맛이 아닐까 하네요
무계획의 계획.  아무런 일정도 어디로 갈지도 정해놓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가다가 바위위에 앉아서 세상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모습이
그렇게 꿀맛일 수 없습니다.

수원역 많이 변했죠.  95년 군전역을 마치기 위해 보고를 위해 수원비행장으로 향할 때 봤던 그 수원역은 사라졌습니다.
서울역처럼 용산역처럼 대형 쇼핑몰이 먹어삼킨 거대한 모습의 수원역이 있었습니다. 어니부터 내 기억속 수원역과 맞춰봐야
하나 하는 난감함을 그냥 버려버렸습니다. 완벽하게 다른 역처럼 보이더군요


수원의 꾸밈 단어는 해피입니다.  브라보 안산이었나?  그것도 촌스럽지만  해피 수원도 좀 촌스럽네요. 뭐 전국 지자체의 꾸밈단어가 다 촌스럽긴 합니다.  이렇게 글 쓰면 꼭 수원 주민분들이  수원 무시하냐고 댓글 달텐데  이래서 어느 도시에 대한 느낌을 적기 좀 주저거리네요

수원역을 나와서 정처없이 걷다가 수원의 랜드마크인 수원 팔달문을 발견했습니다. 수원 지나가면 항상 보게 되는 팔달문
서울의 숭례문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얼마전 본 한국전쟁 사진전에서는 저 팔달문이 반파되어 있었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관문이라서

전쟁때 많은 피해를 받았습니다.



서울도 최근에 서울성곽 복원하고 올레길처럼 성곽길을 돌아보는 코스를 개발 했던데요. 수원도 화성이라는 행궁이 있어서 이런 성곽이 곳곳에서 보이네요.


팔달문을 끼고  좀 위로 (그게 위인지 아래인지 알수 없었지만) 올라가니 작은 하천이 보입니다.  그리고 동공이 커졌습니다. 작은 하천에
어른 팔뚝만한 잉어인지 붕어인지가  노니는 모습에서  청계천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한 시민이 지나가다 물고기를 바라보네요. 저런 거대한 물고기가 노니는걸 보면 시민들이 낚시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겠죠.

하천변에 작은 산책길이 있습니다.


그만 헤매고  택시타고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가야겠다 마음 먹고 있을 때 건너편에 절 유혹하는 성곽이 보입니다.


성곽위로 올라가 봤습니다.

성곽위로 우뚝 하나의 교회건물이 보입니다. 뭘까?
거대한 규모에놀라고  건축양식이 고딕양식 같으면서도 아닌것 같고  특이한 건물에 눈길이 갔습니다.

성곽 중간중간 치들이 보입니다. 치는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을 향해서 활을 쏴서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성곽에서 툭 튀어 나온 곳 입니다.  이곳은 동성치입니다.


긴 성곽과 깃발 이 곳이 하나의 성이였다는게 느껴지네요



굴다리를 끼고 성곽에서 나왔습니다.

갑자기 하늘에 햇빛이 내리칩니다.  이쪽에는 비가 오고 있고 저쪽에는 해가 뜬 모습. 여름만이 가지는 하늘의 표정이죠




성곽을 나와서 특이한 건물인 수원제일교회를 향해 걸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빼곡한 고동색 벽돌과 중간중간 허리띠처럼 층간구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색으로 구분해 놓았네요
분명 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은 아니고 고딕건축 같으면서도  정확히 고딕은 아닌것 같고 건축학도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참 특이합니다.


기둥마다 장식을 달았는데  저 꼭대기층 올라가고 싶어지네요. 아무나 못 올라가곘죠.


하얀색 데코가 마시 초코케익위에 하얀 생크림 같아 보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수원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수원에 대한 이미지는  저 제일교회와 화성 성곽이 부드럽게 해주지 않았다면 날씨처러 지뿌등한 이미지로 남을 뻔 했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손을 들어도 서지 않고 지나가는 버스의 야속함도  다 녹아 내렸습니다.

이렇게 계획하지 않고 걷고 발견하는 그 과정이 여행의 색다른 매력이네요. 어떻게 보면 여행이랄것도 없고 수원에서 길헤맨 경험이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정자와 수원제일교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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