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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슬픈영화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by 썬도그 2009.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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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6일 미국으로부터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기록한 그 사건은 이랬습니다.

(속보) 미국 버지니아 대학에서 총격으로 31명 사망


이 속보는 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에 강타했고 한국방송도 속보 화면을 보여주면서 긴급 전파합니다.
그리고 범인이 동양계 학생이라는 소식이 들려왔고 얼핏 중국계 학생이라고 미 언론은 다룹니다. 국내 몇몇 찌질이 집단소 게시판에는 짱께 놈들이 후진성과 잔혹성을 전 세계에 보여준 꼴이라면서 깔깔대고 웃고 중국인들을 비하하더군요(바보들,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미국인들에게는 다 똑같은 사람으로 보는데)이 중국 폄하의 분위기는 하루 종일 되었습니다. 중국인이 33명 총으로 죽였데 중국 큰일 났다는 조롱 섞인 비웃음은 밤이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매드무비

버지니아대학 총격사건 용의자 한국계로 밝혀져~~~
슬픈 영화 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히스테리적 성향을 보인 한국인들

CNN을 통해 그 중국 학생이라던 내용은 한국계도 아닌 한국인 조승희로 밝혀집니다.
국내에서는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라고 우기면서 미국인이라는 주장과 한국인은 맞지만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국인으로 봐야 하고 미국 사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우리의 반응은 일단 거리 두기였습니다. 애써서 한국인이 아님을 주장하거나 한국인이라도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우린 모른다 식의 거부를 하는 부류가 있었고

거부할 수 없는 사람들 즉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은 사죄했습니다., 주미대사는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당시 이태식 주미대사는 32일 금식기도를 제안하는 어처구니까지 보여줍니다. 조승희가 한국인이라고 한국대사가 미국 사회에 사과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바짝 엎드리는 모습도 가관이었죠.
미국님을 화내게 한 조무래기 나라 한국의 한 청년이 몹쓸 짓을 했다고 석고대죄하는 모습은 오히려 미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우리는 인종차별 특힌 한인 학생들에게 피해가 있을까 국내에서도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도 조마조마했으나 우리가 걱정했던 인종차별이나 한인에 대한 공격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미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미국 사회의 성숙함을 배웁니다.

특이 LA타임스가 신분은 한국인이지만 미국 청년이라고 판결을 내려줌으로써 거리 두기를 하던 부류의 사람들과 한국인으로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미국 신을 섬기던 사람들은 해방감을 느끼면서 영혼들이 거리에서 만세 삼창을 부릅니다.
한국인이 아니란다!!! 만세 만세

우리같이 중국인이라고 깔깔되다가 한국인으로 밝혀지자 손을 저으면서 한국인이 아니라는 소리나 음모론을 꺼내 들거나
애써서 같은 무리가 아니라고 외면하는 모습을 우린 보였습니다. 저급한 민족주의와 집단주의들을 2년 전 4월 한국엔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승희의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치유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한국사회는 많은 반성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반성은 그렇게 많이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애국주의로 잘못 알고 사는 한국인들도 참 많으니까요.

외국 언론들은 한국인들의 집단적 히스테리에 신기해하면서 따끔하게 꼬집습니다.
한국인 한 명이 외국에서 금메달을 따면 마치 자기가 딴 금메달인양 광기 어리게 좋아하고 반대로 한국인 한 명이 사상 최고의 교내 총기 살해를 했을 때는 마치 자기 가족이 한 일처럼 슬퍼하고 사과하는 개인과 민족을 동일시하는 한국 특유의 민족성을 따끔하게 꼬집습니다. 사실 이런 개인과 민족을 동일시하는 모습은 일본이 선배이고 그 결과는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일본을 욕하면서 2차 대전 시의 민족과 개인을 동일시한 일본 제국주의 모습을 지향점으로 삼아가는 한국의 모습(그런지도 모르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죠)은 앞으로 태클 좀 많이 걸어야 할 것입니다.

 

벌써 2년이나 지났네요. 박박 깎은 머리를 하고서 장갑을 끼고 검붉은 빵모자를 쓰고 한 손엔 글럭과 한 손엔 월터 22 구경으로 무장하고 버지니아 공대 로리스 홀을 잠그고 10분간의 대참사 사건이 일어났던 일이요.
모두들 다 잊으셨죠?

책 매드 무비는 조승희 프로파일이라는 부제로 나온 책입니다. 저자는 스페인의 기자이자 소설가로 조승희 사건이 있은 후 3개월 후에 이 책 매드 무비를 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가가 우연히 발견하고 얼마 전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조승희가 사건을 벌이기 시작한 오전 7시 전부터 사건이 종결된 10시 전까지의 3시간의 시간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적나라하고 긴박하게 그려냅니다. 저자는 사건 보고서와 여러 증언들을 토대로 시간대와 공간대별로 사건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시선은 조승희가 자살했기 때문에 희생자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슬픈 영화 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매드 무비 1. 비극이 언론인에게는 희극이 된다.

매드무비

저자는 사건 당시 미 거대 방송사 유명 앵커의 방송 전 멘트를 생생하게 듣고 기겁을 합니다.
그 유명 앵커는 큐 싸인이 떨어지기 전에 조수에게 묻습니다. 사망자 숫자가 몇이야? 32명입니다.
제기랄 세계 신기록과는 거리가 멀잖아.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방송할 수 없어조수는 거들어 줍니다. 교내라고 하는 단어를 넣으면 됩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앵커는 말합니다.믿고 싶지 않지만 이게 방송과 기자의 생리가 아닐까 합니다.


앞에서는 억장이 무너진다 오호통재라. 정말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이라고 마이크 대고 떠들지만 속으로는
이 사건으로 또 밥 먹고 살겠네 하면서 희미한 미소를 커피 한 모금에 털어 넣는 언론인도 참 많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비극은 하나의 직업상 희소식이니까요. 이게 언론의 생리입니다. 아무런 사건사고가 없는 세상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지옥이겠죠.

매드 무비 2. 한국이 낳고 미국에서 완성된 조승희라는 괴물

매드무비

저는 조승희라는 인물을 보면서 한미 합작품으로 보고 싶습니다.
조승희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군림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를 키웁니다.
그가 쓴 유일한 희곡 리처드 맥 비프에서 보면 의붓아버지를 극도로 증오하는 존이 나옵니다. 저는 이 희극(이 매드 무비란 책에 전문이 실려 있습니다)을 읽으면서 아니 조승희는 의붓아버지도 없는데 왜 이런 극심한 악감정을 아버지에게 쏟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침마다 시리얼을 씹으면서 등교했던 조승희가 아버지에 대한 극한의 저주에 가까운 감정은 한국의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기인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한국 아버지들 자식들과 거의 말씀 안 하시잖아요. 조승희는 일부러 말을 안 하는 성향을 보였는데 이건 어려서부터 가족 내에서 대화가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승희의 이런 극도로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고 사회성 없음을 한탄하면서 미국을 가면 치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부모님들의 판단은 크나큰 오판으로 판명됩니다.

미국에서 언어적 장벽과 왕따가 더 심했고 심지어 조승희에게 1달러를 내밀면서 어떠한 말이라도 하면 돈을 주겠다는 치욕적인 모습까지 계속 당합니다. 점점 조승희는 괴물이 되어갑니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말이 적을 뿐이지 느끼는 감정은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조롱이나 비웃음을 받으면 바로 반격을 하고 말로써 경고하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그 조롱과 비웃음을 온몸으로 듣습니다. 그렇다고 성격이 무던한 것은 아닙니다. 그 조롱과 비웃음은 머리에서 분노로 변환되면서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합니다.

 

매드 무비 3

조승희 안에는 그동안 쌓아놓은 조롱과 비웃음이 비축되어 있었고 누군가가 방아쇠만 당겨주면 터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책 매드 무비에서는 그 방아쇠를 당긴 것이 바로 대학시절 정신치료였다고 말합니다. 장기 정신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학교 내 주장에 판사는 통원치료를 명합니다. 이게 문제가 됩니다. 병원 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통원치료를 하면서 치료는 커녕 조승희는 자신이 정신병자 취급받는 하찮은 존재라는 것에 더 분노하면서 세상에 대한 즉 자신을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표출하려고 계획합니다.

슬픈 영화 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매드 무비 4 사회성이 없었던 조승희, 그가 배운 소통이 단어는 HI! how are you

조승희가 노리스홀을 걸어 잠그고 첫 번째 강의실에 들어와서 교수 머리에 총을 대면서 했던 단어이자 이 광란의 10분 동안 했던 유일한 말은 hi! how are you입니다. 그는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조승희의 성격을 고쳐보겠다고 사회성 제로인 이 학생을 고쳐보겠다고 몇몇 영문과 교수들이 달려들었고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승희에게 일대일 강의를 시도했던 영어 교수가 조승희에게 말합니다.

간단해 HI! how are you라고 하면 돼. 조승희는 세상에 대한 마지막 인사말을 합니다. HI! how are you

매드 무비 5. 진정성 있게 조승희를 지켜주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조승희가 괴물이 되기 이전 그는 세상에 대해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가 전공과목을 컴퓨터공학에서 영문과로
바꾼 것도 하나의 신호이고 수시로 자기만의 언어 (말로 하는 언어 말고)로 도와달라고 소리쳤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은 정신병 취급을 하고 똘아이 취급을 합니다. 조승희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려고 하는 시도는 많았지만
몇 번 힘을 쓰다가 도저히 열리지 않는 문을 보고 잠겼나 보다!!라고 지례 짐작하고 물러간 사람들밖에 없었죠.
조승희의 마음의 문은 잠겨 있는 게 아닌 다른 사람보다 수십 배는 더 무거운 문이어서 보통의 힘으로는 그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정 열리지 않으면 중장비라도 동원해야 하는데 그런 시도조차 없었고 그 문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열리지 않게 되고 그 문을 통해서 괴물 조승희가 나옵니다.

매드무비

매드 무비 6. 한국의 집단적 히스테리

이것은 저 위에도 지적했지만 조승희 사건을 보도하고 해석하고 흘러가는 여론을 보면서 조승희가 저 하늘에서 놀고들 있네~!라고 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우리는 정말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타민족을 폄하했다가 우리 가 일원이라니까 진득하게 보지 못하고 우리랑 동행이 아니라고 외치는 사람, 금식 기도하자는 고위공무원, 참 가관이었죠.

슬픈 영화 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매드 무비 7. 조승희 사건을 통해서 배운 게 없어 보이는 한국


조승희 사건을 통해 우린 많은 배울 거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배울 거리는 한국 안에 살고 있는 망각의 괴물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우리 내의 미성숙함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을 수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금메달을 따면 개인적인 영광 인양 흥분하고 한국인도 아닌 한국계 아무개가 허리우드에서 성공했다고 하면 마치 우리 이웃집 엄친아라고 생각하면서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아직도 민족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우리는 미국이라는 천상의 국가에서 인정받기 위해 달려가는 부나방과 같은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세게 최고가 되는 게 인생 목표점이고 학력으로 줄 세우고 연봉으로 인생과 인간을 평가합니다. 모든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낫거나 못하거나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굽신거리고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멸시합니다. 항상 자신의 순위를 체크하면서 세상사는 낙으로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조승희도 그랬습니다. 자신은 밑바닥이고 전 세계 인구를 서열화시키면 자신은 60억 등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죠.
그가 자신보다 잘난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입니다. 등수를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조승희가 60억 등이고 엘리트만 다니는 버지니아 공대는 모두 자기보다 위에 있는 인간들이니까요.

매드무비

책 매드 무비는 그 조승희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조승희의 잔혹성과 함께 괴물 조승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버지니아 공대의 미숙한 처리와 경찰의 무뇌스러움과 언론의 추악함까지 그려냅니다.
조승희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드리며 조승희라는 인간이 왜 만들어졌나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 드립니다.

슬픈 영화 같은 조승희 사건보고서 (서평 매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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