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가 인기 절정이었던 2천 년대 초. 방을 만들 때 항상 방제는 감나무에 배두나였습니다. 그냥 말장난인 이 방제는 만드는 족족 대박이었습니다. 이 방제를 한 이유는 낚시의 이유도 있고 배우 배두나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배우 배두나의 데뷔시절을 되새겨보면 신세대 배우, 당차다라는 단어가 달라붙어 다녔습니다.
보통의 여자배우들은 귀엽고 예쁘게 보이려고만 하는데 이 배두나는 좀 달랐어요. 당차고 보이쉬한 느낌도 나면서도 배우 같지 않은 털털함도 많이 묻어났습니다. 위풍당당 그녀에서의 엽기적인 표정과 행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여배우가 저런행동 저런 배역하면 힘들 텐데 제가 걱정을 할 정도였죠.
이 배두나가 사진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매년 앨범을 내는 가수처럼 책을 한 권씩 내기 시작합니다.
2006년 두나의 런던놀이 2007년 두나의 도쿄놀이에 이어서 2008년 두나의 서울놀이를 내놓았습니다.
두나의 놀이씨리즈책은 두나가 찍은 사진들을 엮은 사진집 비슷한 책들입니다. 런던과 도쿄놀이가 그런 모습이었죠. 하지만 이 책은 저에게 신랄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진이 느낌이 좋은 것도 아니고 사진의 품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나 어울리는 사진들을 책에 싣고 돈 내고 사라는 모습에 화가 나더군요. 사진들이 좀 특색 있는 것은 있는데 그 이유는 배두나가 필카인 라이카 카메라로만 사진을 찍기 때문이고 그 필카의 우윳빛 느낌으로 인해 색달라 보이기는 합니다.
거기에 웅얼거리는듯한 문장력은 여중생이나 여고생 같은 말투로 글을 담아서 세상에 책으로 내놓았는데 이 책이 대박이 납니다. 저야 두나의 도쿄놀이와 런던놀이를 냉장고 받침대로 써도 과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대박이 나죠. 그 대박의 주역들은 10,20대의 여자분들입니다.
이 두나의 놀이시리즈 주 타깃층과 고객층은 돈 많은 10대나 20대 결혼 안 한 직장여성들입니다. 이 분들에게 두나는 하나의 롤 모델입니다. 아침에 브런치를 먹고 점심에 가로수길을 자전거에 모터 달린 전동자전거를 타고 쏘다니면서 값비싼 라이카 카메라로 풍경을 담다가 저녁에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새벽에 출출할 때 차 몰고 나가서 청담동 맥도널드 드라이브인에서 햄버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인생~~ 이런 인생이 10,20대 여자분들의 지향하는 꼭짓점입니다.
그 꼭짓점에 먼저 도착한 79년생 배두나가 나 같아 살아 보라는 책이 바로 런던놀이 도쿄놀이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두나의 서울놀이가 출판됩니다. 배두나에 대한 일말의 애정 즉 배우로서의 애정이 남아있기에 책을 사긴 그렇고 도서실에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사진은 진보했으나 맛집 소개는 뭐냐?
두나의 서울놀이는 진일보했습니다. 여전히 두나가 찍은 사진보다 두나를 찍은 배두나의 사진스승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 더 화려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배두나의 사진들이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런던이나 도쿄놀이에서 처럼 초점 맞지도 않는 사진 올려놓고 느껴봐~~라고 억지스러운 모습은 없습니다. 초점 맞지 않는 사진만 일관성 있게 찍은 사진작가라면 이해하지만 그냥 툭툭 초점 나간 사진 올려놓고 어때 내 사진솜씨~~ 하는 모습에는 역겹기까지 했거든요.
이번 서울놀이에서는 그런 모습은 적어졌지만 이상한게 하나 툭 하고 튀어나옵니다.
런던과 도쿄놀이에서 별로 없었던 두나의 맛집소개, 추천카페~~
이 전화번호를 보면서 이거 사진집을 포기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나의 도쿄, 런던놀이는 유명 연예인의 그저 그런 사진집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사진집이라고 읽다가 맛집소개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뭐냐 이거~~
거기에 패션아이템 소개도 합니다. 이거 20대 여성잡지인가?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들더군요. 시리즈라면서 유독 서울놀이가 왜 이리 튀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개그우먼 안영미 가 분장실 강 선생님에서 처럼 말한다면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검색해서 보니 런던과 도쿄와 달리 서울놀이는 출판사가 달라졌더군요. 아무래도 출판사의 입김이 많았나 봅니다.
실용서라는 미명아래 20대 여자분들에게 많이 팔리는 가벼운 정보나열만 하는 책을 출판하기로 유명한 중앙북스가 출판했더군요. 아무래도 배두나보다는 이 출판사가 문제네요.
중간중간 배두나 지인들과의 닭살 가득한 자화자찬 인터뷰는 책을 읽기 거북하게 만들더군요.
이런 자화자찬 놀이는 싸이월드에서나 했으면 합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비판만 하는 서평이었네요. 하지만 이 서울놀이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저야 이런 책 정말 싫어하지만 세상엔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니니까요. 이 책은 확실한 독자층을 겨냥한 책입니다. 바로 10,20,30대의 결혼 안 한 여자분들의 롤모델로써의 위인전기스러운 책이니까요. 대부분의 여자분들이 배두나같이 살기를 원합니다. 수십만 원짜리 전기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수십대 가지고 있으며 브런치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먹길 원하는 여유로운 삶을 바라는 대부분의 필부들에게 어필하는 책이니까요.
털털한 배우이미지의 배두나 이 책에서는 부르주아의 삶을 여실히 담는 모습에 배우 배두나이미지까지 싫어지더군요. 스크린의 이미지와 배우의 삶이 같길 바라는 우둔한 모습은 아니지만 스크린에서의 치열한 모습을 이 책에서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한 책입니다.
미혼여성들에게는 위인전기 같은 책이지만 책의 진정성이나 성의나 여러 가지 종합해 보면 배우의 명성에 비해 미흡한 모습이 많은 책입니다. 앞으로 놀이시리즈 안 나왔으면 하고 앞으로 나와도 전 이 서울놀이로 손 놓겠습니다. 서울놀이를 하기 앞서 고민이 많았다고 하지만 그 말조차 공허하기만 합니다. 서울이 무슨 자기 살던 곳만이 서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