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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유머작가 빌 브라이슨의 애증의 미국바라보기

by 썬도그 200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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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이런 메시지가 반겨줍니다.

지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잠시 후에 다시 걸든지 말든지 하시고 듣기 지겨운 배경음과 함께 듣기 짜증 나는 기계음을 30초 후 똑같이 듣고 계시려면 계속 기다려주십시오. 앞으로 10초 후 똑같은 메시지가 나갈 예정입니다.

ㅎㅎ 이건 어디까지나 농담입니다. 하지만 참 공감 가는 농담이죠. 빌브라이슨이라는 작가는 참 유머러스한 작가입니다.
거의 모든것의 역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이 빌브라이슨은 신문컬럼리스트와 글을 여러 매체에 송고해서 먹고사는 작가 겸 칼럼니스트입니다. 하지만 참 유머러스하죠.

그의 유머는 심슨가족식 유머입니다. 만화 심슨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명확합니다. 심슨식 유머는 미국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박장대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심슨은 못생긴 캐릭터와 알지 못하는 소리만 하는 만화죠.
빌브라인슨 유머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미국과 유럽문화코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그의 유머의 진면목을 알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식을 상당히 요구하는 유머는 아니고요.

최근 들어서 빌 브라이슨 책이 많이 나오고 나오는 족족 읽게 되네요.
이게 다 빌 브라이슨이 최근들어 유명세를 타기 때문입니다. 왜 갑자기 이 작가가 유명해졌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역작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나온 지 5년이 넘은 책이고 그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한 책소개 TV프로그램에서 단골로 소개되는 나를 부르는 숲이란 책도 나온 지 오래되었는데요.

뭐 여하튼 그의 책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저로써는 좋습니다.

이 빌 브라이슨은 참 재미있는 게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고픈 욕망을 생기게 합니다. 별거 아닌 일상 정말 말로 하면 한두 마디로 정리되고 더 꾸밀 것도 없는 일을 글로 여러 가지 소스를 담뿍 담고 뿌리고 향신료까지 첨가하여 맛있는 음식으로 만드는데 귀재입니다.
오늘도 일상은 물먹은듯한 평범한 하루지만 이 작가는 물에 별별 추임새와 형용사와 꾸밈의 글을 첨가하여 탄산음료로 만들어 내놓습니다. 이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다 보면 당장 펜을 들고 뭐라고 쓰고 싶은 욕망을 내게 하는 특이한 작가입니다.


이 책은 발칙한 유럽산책과 비슷한 책입니다. 제목부터 비슷하죠. 발칙한 유럽산책이 90년대와 2천 년대 초에 유럽여행기를 코믹스럽고 그 나라의 문화를 대단한 입담으로 담아냈다면 이 책 발칙한 미국학은 빌 브라이슨의 미국생활이야기를 담습니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태생의 작가이지만 그의 시니컬한 글 속에서는 항상 미국을 비판했었습니다. (뭔들 그가 비판 안 한 게 있을까요? 이런 면에서 저랑 참 비슷해서 좋습니다) 그런 미국을 영국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생물학적 고향인 미국정착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착 이유는 이 미국의 한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조건이었죠.


빌 브라이슨은 미국생활기를 그리면서 무조건 비판만 하지 않고 칭찬과 비판을 골고루 섞어 놓습니다. 무조건적인 비판도 아닌 유머소스를 담뿍 발라서 먹기 좋게 비판합니다. 그의 글을 살짝 간추려 보면 미국은 크다입니다. 사람도 크고(비만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임) 땅도 크고 마음씀씀이도 큽니다. 나라가 크다 보니 사람들이 이웃들에게 잘해줍니다. 하루는 여행을 갔다 온 빌 브라이슨 가족이 놀란적이 있습니다. 며칠 집을 비워두었는데 이웃들이 화병에 꽃을 담아놓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놓고 간 것이죠.

이런 미국의 후덕함에 즐거워하면서도 미국이라는 거만한 나라의 이면을 들춰냅니다.
그러나 바로 전에 발매한 발칙한 유럽산책보다는 미시적으로 미국을 바라봅니다. (사실 어떤 책이 전작인지 후작인지 모르겠네요. 둘 다 5년 이상 이전에 쓴 책이라서요. 너무 늦게 발매되었어요)

미국생활을 하면서 미시적인 일상에서 소소함을 적어내고 있습니다. 미국학이라고 하기 힘든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이것이 미국이다!!라고 할 수 없는 그냥 하루의 일상을 재미있게 담는 글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유럽산책류의 거시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글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런 면이 많이 없어서 좀 지치게 하더군요. 이 지침은 거시적인 미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그런 류의 책일 줄 알았다가 예상밖으로 미시적으로 그냥 미국생활에 대한 가벼운 농담류의 글이 많아서 오는 지침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미국학이라는 학문적인 느낌이 아닌 가볍게 미국을 유머스럽고도 가볍게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의 최대의 단점은 책 제목이고(무슨 미국학이라고 하는지 ㅎㅎ) 최대의 장점은 유머입니다.
미국을 알고 싶은데 재미있는 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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