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산품은 생산을 많이 할수록 가격이 떨어집니다. 전자레인지 보세요. 30년 전에는 20~30만 원 하던 것이 이제는 10만 원 이하로 살 수 있습니다. 무선청소기 보세요. 수백만 원 하는 대기업 제품이 여전히 많지만 20만 원 이하의 쓸만한 제품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소형 가전들은 중국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간 느낌이 크죠.
이게 다 기술 발전의 영향이죠. 그러나 이 흐름과 반대되는 제품이 2개가 있는데 카메라와 스마트폰입니다. 다만 스마트폰은 중저가폰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긴 합니다. 다만 플래그십 가격이 10년 전에는 80~90만 원 하던 것이 이제는 180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너무 올라갔습니다.
가격이 너무 오른 렌즈 교환형 카메라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다
돈만 많으면 캐논 R6 Mark2를 사고 니콘 Z6 Mark3를 사고 소니 A7M 4나 소니 A7C2를 사죠. 풀프레임이 확실히 좋으니까요. 그러나 가격이 200만 원이 넘습니다. 캐논 R8, 니콘 Z5 같은 100만 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풀프레임도 있지만 100만 원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카메라는 사고 싶고 돈은 없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선택하는 카메라는 크롭 미러리스입니다.
니콘 Z50, 캐논 R10, R50이 있고 소니 ZV-1F나 ZV-E10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들 문제점이 꽤 있습니다. 먼저 소니, 캐논, 니콘 모두 돈도 안 되는 이 크롭 미러리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대당 이익이 적다 보니 많이 팔려도 매출이나 이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렌즈를 내놓지 않습니다. 특히 캐논이 문제죠. 아니 쓸만한 RF-S 단렌즈 하나 내놓지 않습니다. 이건 소비자 기만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캐논은 RF 35mm f1.8 매크로 렌즈를 사용하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RF 35mm f1.8 렌즈는 가격이 60만원 가까이합니다. 돈 없어서 크롭 바디 사는 사람들에게 60만 원짜리 단렌즈 사용하라고요. 그것도 풀프레임 바디용 렌즈잖아요. 전용 렌즈가 아니라서 더 비싸게 느껴집니다. 물론 렌즈 자체는 좋죠. 그러나 크롭바디에 35mm 풀프 렌즈를 끼면 화각이 50mm 화각으로 인물용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게 문제죠.
35mm 화각의 단렌즈 내놓아야죠. 내놓는다고 했다가 출시 로드맵에서 쓱 지웠더라고요. 이후 캐논 R10, R50 추천을 주저하고 있고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렌즈 교환형 카메라에 대한 관심들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취미 사진가들은 동영상 기능만 강화된 최신 풀프미러리스에 큰 관심이 없고 지금 사용하는 풀프 DSLR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영상 제작자들이 풀프 미러리스에 관심이 많죠.
지금 카메라 시장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카메라 시장이 아닙니다. 카메라 제조사들이 좌지우지하는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는 기능이나 개선사항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풀프 미러리스에 세로모드 동영상 촬영 기능이나 SNS 퀵 공유 기능이나 필터 또는 룩 기능을 쉽게 넣는 기능을 넣은 카메라가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파나소닉 S9가 그나마 각성한 카메라죠. 이래서 DJI가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누구보다 환영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DJI는 소비자 욕구를 잘 아는 회사입니다.
소비자들은 그냥 저렴하고 크기도 작고 가벼운 스냅 사진용 카메라를 원하는데 이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다 보니 카메라 제조사들은 아예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하죠.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발달해도 카메라만의 장점이 또 있습니다.
컴팩트 카메라가 다시 인기를 끌다
언주역에 있는 캐논 플렉스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2019년에 출시한 캐논 G7 X Mark3가 품절이라는 겁니다. 구매하고 싶으면 예약을 걸어 놓고 가면 언제 입고될지 모르지만 입고되면 바로 드리겠다고 하네요. 엥? 출시된 지 5년이 지났고 1인치 이미지센서의 이 카메라를 사느니 후지필름 X-M5나 리코 GR III를 사지 이걸 왜 사나 했는데 지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캐논 G7 X Mark3 가격을 보니 14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네요. 이거 출고가가 70만 원 내외로 기억하는데 2배나 올랐네요. 쇼티지가 발생했네요.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웃돈 주고 거래되고 있네요. 좀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인기 많으면 공장을 더 돌려서 판매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공장 라인을 갑자기 늘렸는데 안 팔리면 안 되기에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요즘 콤팩트 카메라 인기가 크게 늘었다고 하네요.
일본 양판점 포스 단말기의 판매 데이터를 이용하는 BCN의 보고서에 따르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죽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카시오도 니콘도 개발을 중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소니와 후지필름도 라인업을 축소했습니다. 캐논은 아무 말을 안 하지만 캐논의 최신 컴팩트 카메라가 나오지 않고 G7 X III 후속 기종 이야기가 나오다가 쏙 들어갔습니다.
2,400개 이상의 카메라를 판매하는 양판점와 인터넷 샵 매출을 집계하는 BCN 랭킹에 따르면 놀랍게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캐논 카메라의 60%는 컴팩트 카메라라고 합니다. 렌즈 교환이 안 되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컴팩트 카메라가 판매되는 캐논 카메라의 60%나 차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네요.
인기를 끄는 카메라를 보면 캐논 파워샷 SX740HS와 캐논 파워샷 G7 X Mark2입니다. 파워샷 G7 X Mark3가 아닙니다. 그 이전 모델입니다.
캐논 PowerShot SX740 HS은 전형적인 컴팩트 카메라 외형입니다. 40배 광학줌이 인상 깊은 카메라로 2018년에 출시되었습니다. 현재도 캐논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2030만 화소인데 이미지센서 크기가 1/2.3인치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1/1.4인치보다 작습니다. 이미지센서가 작다는 건 이미지품질도 안 좋다는 것이죠. 다만 광학 40배 줌이 매력적이네요. 그리고 파나소닉 루믹스 FZ85D도 잘 팔린다고 하네요.
컴팩트 카메라가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
캐논 PowerShot SX740 HS, 캐논 파워샷 G7 X Mark2, 파나소닉 루믹스 FZ85D의 공통점은 출시된 지 4년 이상 된 오래된 카메라라는 점과 가격이 70만 원 내외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격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사고 있습니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가의 준프로나 프로들이나 사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집중하고 있어서 현재 카메라들은 대중을 위한 카메라가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DSLR 카메라의 대중화를 이끈 캐논 450D, 니콘 D3100 시리즈는 출시 가격이 80만 원 내외였습니다. 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 보급형 DSLR을 샀습니다. 솔직히 이 가격도 사진에 관심 없었으면 안 샀죠. 그렇게 DSLR 입문하고 이 카메라로 많은 사진이벤트와 공모전을 통해서 수익을 내서 추가로 단렌즈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격입니다. 가격. 지금 소비자들이 살만한 카메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많지 않습니다. 캐논 R10, R50도 가격이 많이 내려왔지만 초기 출시 가격은 10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캐논 M50 II가 60만 원대에 판매되는 걸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상대적으로 2배 이상 가격은 솔직히 납득이 안 갑니다. 이러다 보니 카메라 매장에 한 70만 원 들고 갔는데 살만한 카메라가 하나도 없게 되자 이런 70만 원대 컴팩트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미지센서가 작아서 사진 화질은 떨어지지만 40배 광학 줌에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장점이 매력적이라서 사는 것도 클 겁니다. 그러나 이 컴팩트 카메라도 가격이 꽤 올랐습니다. 캐논은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 안 한 것이 지금 보니 신의 한 수가 되었네요. 캐논 카메라 판매대수는 물론 매출액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와 렌즈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겁니다. 저 조차도 중요한 사진 촬영을 할 때가 아니면 8년 전에 나온 캐논 M3 크롭미러리스에 22mm 단렌즈 끼고 나갑니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딱 좋습니다. 화질도 나쁘지 않고 단렌즈라서 아웃포커싱도 잘 됩니다. 이거면 블로그용 사진으로는 딱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카메라를 사고 싶어도 살만한 카메라가 없어진 것이 요즘 카메라 시장입니다. 매년 새로운 기종이 나오지만 그건 모두 매니아나 프로나 준프로들이나 솔깃한 것이지 무슨 가벼운 여행 떠나고 일상에서 대포만 한 카메라 꺼내서 촬영하려고 하겠어요. 그래서 리코 GR3나 후지필름 X100VI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이점을 소니, 캐논, 니콘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소니는 ZV 시리즈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건 동영상 위주 카메라지 사진 카메라가 아닙니다.
동영상은 일부나 열광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지 여전히 사진이 가장 많이 애용되는 시각 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