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 감독은 독특한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이 감독을 첨 만난 것은 블루벨벳이라는 영화였습니다.
파란 하늘밑에 푸른 잔디 한가로운 평화스러운 주택가에 느닷없이 귀 한 짝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람의 잘려나간 귀
영화는 이 떨어져 나간 귀 하나로 시작됩니다. 영화는 독특한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변태가 등장하면서 기괴한 영화로 발전합니다. 영화는 우아하게 사는 우리 삶의 이면 인간 본성을 통렬하게 까발리면서 너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라고 훈계합니다.
이 영화 이후에 트윈픽스는 저를 매주 TV 앞에 붙들어 매 놓았고 후반부를 보지 못한 채 군대에 입대를 했습니다. 군대가 얼마나 미웠던지요. 결국 제대 후에 영화 트윈픽스를 보려고 했지만 기회가 안 돼서 못 봤습니다. 미스터리물인 트윈픽스도 참 특이한 드라마 영화였습니다. 평범한 살인사건 속에 숨겨진 엄청난 음모들
현존하는 감독중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인 데이비드 린치, 이 감독을 좋아하는 영화팬들 참 많습니다. 항상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이비드 린치, 그의 아이디어 노트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무궁무진한 창작은 바로 전구가 번쩍 떠오르면 바로바로 메모하고 기록하는 모습도 한몫했습니다.
이 책은 분류하기가 참으로 애매한 책입니다. 에세이집도 아니고 자서전도 회고도 아니고 일기도 아닙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살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그냥 가볍게 낙서한 책입니다.
책은 무척 얇습니다. 하지만 얇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책입니다.
길게 쓴다고 다 좋은 글이 아니듯 짧다고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일반화에 대한 내용은 아주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감독이 만들어낸 혹은 그냥 이런 사람도 있겠다 하고 만든 특정한 인물 특정한 이야기를 마치 감독의 여성관이나 세계관이라고 확대해석 침소봉대하는 영화평론가들을 비웃습니다.
영화 제작에 대한 괴로움과 그 과정의 즐거움, 그가 만든 영화들의 후일담, DVD 코멘터리에 대한 악평들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DVD 코멘터리가 하나의 대세인데 사실 그거 좀 거시기합니다.
그냥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감독과 배우가 나와서 한 장면 한 장면 보면서 이거 찍을 때 엄청 고생했지, 저거 한 번에 찍은 거 아냐 이런 식으로 다 까발려 버리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많이 훼손되죠.
그러나 이 책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비드 린치는 초월적인 명상법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책 곳곳에 명상이 좋은 점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하도 많이 나와서 이 사람 도를 믿습니까? 하는 감독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명상이 좋은 점은 저도 알지만 책 곳곳에 불쑥불쑥 나와서 도딱는 책인가 할 정도로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짧고 굵은 좋은 글들이 많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데이빗 린치나 영화광이라면 가볍게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