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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느려서 좋습니다. 사람의 보행속도만큼 느려서 좋습니다. 오늘 남북축구시합이 있더군요
축구를 보고 싶었지만 봐봐야 열받을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볼까하다가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전거를
끌고 집 근처 골목길을 다녀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전거로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타는것을 좋아하지만 저는 그냥 정처없이 목적지 없이 자전거 핸들
향하는대로 집근처를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영등포 신길동 대림동 동작구 신대방동을 지나 3시간의
여정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기분이 약간 상기되어 있네요.
자전거로 내가 안가본 골목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혹은 추억의 길을 다시 찾으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 상념에 젖기도 햇습니다.
대림역 근처에서 재레시장을 발견 했습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있더군요. 자전거 벨소리 내지 않고 최대한 낮은 속도로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길가 과일상점에서 풍겨내는 포도냄새, 복숭아, 사과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쉼표같은 명절은 우리곁에 아직도 살아 숨쉬든듯 했습니다.
오른쪽의 아오이 사과가 너무나 탐스럽더군요. 길은 너무 복잡했습니다. 자전거로 재래시장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게 너무 죄스러워 중간의 골목에서 빠졌습니다. 세상살기 힘들다 힘들다 해도 저렇게 역동적인 시장의 모습을 보면 위안을 얻습니다. 가끔 너무 살기가 힘들고 벅찰때 새벽시장을 찾곤 합니다.
시장엔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리고 나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지만 무언의 말을 합니다.
그래도 살아봐라. 세상사 그렇고 그런거다라는 포근함을 들려줍니다.
요즘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죽기전에 이런 시장을 한번 둘러봤으면 합니다.
어린딸과 함께 부추를 다듬는 상인을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두 모녀의 행복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리고 내가 살던 옛동네를 갔습니다. 예전에 태평양 공장이 있었던 그곳에는 이렇게 신개념의
아파트가 올라섰더군요. 요즘 짓는 아파트들은 저렇게 최고층에 레온싸인을 드룹니다. 그 모습에
압도당하더군요. 멀리서도 저 아파트는 보였습니다. 마치 나 이런곳에 살어~~ 찾아와서 부러워해라는
모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저도 아파트에 살지만 아파트 머리위에 네온싸인 머리띠를 두르지 못한 평범한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머리띠위에는 헬기착륙장도 보이더군요. 헬기가 마치 이착륙이라도 할것처럼 보이지만
헬기가 저곳에 내리는 날은 유사시 아니면 없습니다.
느린 자전거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상은 느린시선으로 보면 사유거리도 많아지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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