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종로에 갔다가 본 광경입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더군요. 날도 따뜻하여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디즈니만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죠.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쓰레기뿐이라는 저 모래보관함도 인간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습니다. 시민의식이 없어서 일까요?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커플 한쌍이 캔을 놓고 가더군요
저 또한 음료수를 먹고나서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할 때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던 쓰레기통을 종로나 중구에서 보기가 너무 힘이듭니다. 왜 쓰레기통이 없어졌을까요?
저는 911테러 이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종로구나 중구에 쓰레기통에 폭발물을 넣고 테러리스트가 터트릴까 봐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종로에는 없다. 쓰레기통이" 기사보기
기사중 일부 발췌
흠 제가 너무 좋게 생각했군요. 쓰레기통을 없애면 거리가 깨끗해진다? 무슨 논리가 이렇죠?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를 생산하는 음료수 같은걸 안 사 먹게 되고 안 사 먹게 되니 쓰레기 버릴 일도 없어지고 그런 건가요?
지난달에 쓴 2008/02/16 - [세상에 대한 쓴소리] - 인사동!! 한국적인 것이 점점 사라진다.
의 글에 이런 댓글이 있더군요. 어느 외국인부부가 인사동을 돌아다니다가 쓰레기통이 없어서 쓰레기를 어디다 버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부인인듯한 여자가 그냥 땅바닥에 버려~~ 한국사람들도 그렇게 하네~ 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외국인 부부는 땅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혹 한국사람들의 보편타당한 상식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종로에 자주 나가는 편인데 이런 쓰레기통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한번 뼈저리게 체감을 했죠.
여름날 너무 더워 시원한 콜라 한 캔을 먹고 쓰레기통을 찾다가 포기했습니다. 결국 가지고 간 배낭옆 주머니에 꽂고 다니다가 집 근처에 와서 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종로 나가면 아무것도 안 사 먹습니다. 그 뒷감당이 짜증 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없는 거리 쓰레기도 보이지 않는 말이 맞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대 놓고 길 가다가 획~~ 하고 땅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상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쓰레기가 없을까요? 종로에 나가서 좀 어둑한 곳 사람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곳 화단뒤쪽. 지하철 환풍구(이곳은 아주 많더군요)에 눈길을 주시면 쓰레기가 없어진 게 아니고 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미화원분들은 그런 숨어있는 쓰레기 치우기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냥 땅에 버리면 치우기라도
쉬운데 말이죠.
종로구청 분들의 1차원적인 단순행정 이젠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쓰레기통 없애서 깨끗해진 거리 맘에 드십니까? 그런데 숨어있는 쓰레기 찾을 노력은 안 해보셨죠? 혹은 주말에 인사동이나 청계천 등등 거리 안나 가보셨죠? 화단마다 뭔가 올려놓을 수 있는 곳마다 쓰레기가 넘칩니다.
마치 식당을 만들어 놓고 화장실을 안 만들어 놓아 길거리에서 볼일 보게 하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종로구청과 통화를 했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군요.지금 현재 종로구에는 13개의 가로(길거리) 휴지통이 있고 27개의 담배꽁초휴지통이 있다고 합니다.담배꽁초 휴지통은 작년에 처음 설치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대학로 고 하시더군요.대학로에서 젊은 사람들이 담배 피우고 바닥에 버리는 게 너무 많아서 구청에서 설치했나 봅니다.
추가로 설치할 계획은 없냐고 물어보니 올 2월에 서울시에서 가로휴지통 디자인이 확정되면 최대 50개 정도를 올 3월에서 4월에 설치예정이라고 합니다. 50개라 종로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50개도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확대한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군요.
사실 쓰레기통 없애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때 종로구청이 시민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자기들 행정 편의정책으로 일방적으로 철수해 버렸죠. 그리고 이제 와서 여론이 안 좋으니 다시 설치하는 모습은 시민들을 위한 행정이 아닌 구청편의의 행정임을 스스로 인정한 듯합니다. 뭐 늘리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듯하네요.
한 가지 더 물어봤습니다. 인사동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전화를 드렸다.. 인사동에 현재 쓰레기통이 있냐 라고 물으니 예전에 두 개를 입구 쪽에 설치했는데 쓰레기통이분실(?)되고 파손되고 관리가 안돼 철수했다고 하네요. 당분간은 인사동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봉투를 하나 준비해 가시던지 사 먹지 말던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