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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도 없다는 발상의 종로구청

by 썬도그 2008.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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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종로에 갔다가 본 광경입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더군요. 날도 따뜻하여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디즈니만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죠.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쓰레기뿐이라는 저 모래보관함도 인간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습니다. 시민의식이 없어서 일까요?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커플 한쌍이 캔을 놓고 가더군요

저 또한  음료수를 먹고나서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할 때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던 쓰레기통을 종로나 중구에서 보기가 너무 힘이듭니다.  왜 쓰레기통이 없어졌을까요?

저는 911테러 이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종로구나 중구에 쓰레기통에 폭발물을  넣고  테러리스트가 터트릴까 봐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종로에는 없다. 쓰레기통이" 기사보기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치웠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쓰레기통을 설치해 두면 쓰레기통 주변이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해진다. 특히 노점상과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의 특성상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고, 쓰레기통은 물론 쓰레기통 주변도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쓰레기통 주변의 상점 등에서 반발이 심하다는 것이다.

기사중 일부 발췌


흠 제가 너무 좋게 생각했군요. 쓰레기통을 없애면  거리가 깨끗해진다? 무슨 논리가 이렇죠?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를 생산하는 음료수 같은걸 안 사 먹게 되고 안 사 먹게 되니 쓰레기 버릴 일도 없어지고  그런 건가요?

지난달에 쓴  2008/02/16 - [세상에 대한 쓴소리] - 인사동!! 한국적인 것이 점점 사라진다.
의 글에 이런 댓글이 있더군요.   어느 외국인부부가  인사동을 돌아다니다가  쓰레기통이 없어서 쓰레기를 어디다 버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부인인듯한 여자가  그냥 땅바닥에 버려~~ 한국사람들도 그렇게 하네~ 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외국인 부부는 땅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혹  한국사람들의 보편타당한 상식으로 알게 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종로에 자주 나가는 편인데  이런 쓰레기통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한번 뼈저리게 체감을 했죠.
여름날 너무 더워 시원한 콜라 한 캔을 먹고  쓰레기통을 찾다가 포기했습니다. 결국  가지고 간 배낭옆 주머니에 꽂고 다니다가 집 근처에 와서 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종로 나가면 아무것도 안 사 먹습니다.  그 뒷감당이 짜증 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없는 거리 쓰레기도 보이지 않는 말이 맞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대 놓고 길 가다가 획~~ 하고 땅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상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쓰레기가 없을까요?  종로에 나가서 좀 어둑한 곳  사람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곳 화단뒤쪽. 지하철 환풍구(이곳은 아주 많더군요)에 눈길을 주시면 쓰레기가 없어진 게 아니고 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미화원분들은 그런 숨어있는 쓰레기 치우기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냥 땅에 버리면 치우기라도
쉬운데 말이죠. 

종로구청 분들의 1차원적인 단순행정 이젠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쓰레기통 없애서 깨끗해진 거리 맘에 드십니까?  그런데 숨어있는 쓰레기 찾을 노력은 안 해보셨죠?  혹은 주말에 인사동이나 청계천 등등 거리 안나 가보셨죠?  화단마다 뭔가 올려놓을 수 있는 곳마다  쓰레기가 넘칩니다.

마치 식당을 만들어 놓고 화장실을 안 만들어 놓아  길거리에서 볼일 보게 하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종로구청과 통화를 했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군요.지금 현재 종로구에는  13개의  가로(길거리) 휴지통이 있고 27개의 담배꽁초휴지통이 있다고 합니다.담배꽁초 휴지통은 작년에 처음 설치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대학로 고 하시더군요.대학로에서 젊은 사람들이 담배 피우고 바닥에 버리는 게 너무 많아서 구청에서 설치했나 봅니다.

추가로 설치할 계획은 없냐고 물어보니  올 2월에 서울시에서 가로휴지통 디자인이 확정되면  최대 50개 정도를 올 3월에서 4월에 설치예정이라고 합니다.  50개라 종로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50개도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확대한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군요. 

사실 쓰레기통 없애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때  종로구청이 시민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자기들 행정 편의정책으로 일방적으로 철수해 버렸죠. 그리고 이제 와서  여론이 안 좋으니 다시 설치하는 모습은  시민들을 위한 행정이 아닌 구청편의의  행정임을 스스로 인정한 듯합니다.  뭐 늘리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듯하네요.


한 가지 더 물어봤습니다. 인사동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전화를 드렸다.. 인사동에 현재 쓰레기통이 있냐 라고 물으니 예전에 두 개를 입구 쪽에 설치했는데 쓰레기통이분실(?)되고 파손되고 관리가 안돼 철수했다고 하네요.  당분간은  인사동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봉투를 하나 준비해 가시던지  사 먹지 말던지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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