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변곡점은 꽤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전투는 미드웨이 해전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 미군의 공군력과 특히 함재기 성능은 형편이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 제로기는 빠르고 기동성 좋고 상승력도 선회성도 좋아서 미군 전투기들이 고전을 했었습니다. 이에 미해군은 2개의 전투기가 한 조를 이루어서 제로센에 대항을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일본군은 형편없는 무기를 가진 일본 육군과 달리 당시 최강이라고 불리는 야마토호를 포함 항공모함도 미국보다 더 많았습니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은 일본 해군에 많이 발렸습니다. 진주만 습격 이후 일본에 보복을 해야 하지만 가지고 있는 항공모함도 일본보다 적고 전투에서도 일본군에 크게 이긴 적도 없던 미 해군은 일본군의 진격을 막아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미국 서해안은 일본군이 상륙하고 미국 역사 최초로 외국군의 침략을 받게 될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기적의 5분이라고 불리는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이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후 일본군을 태평양에서 밀어내고 결국 항복까지 받아냅니다.
수많은 2차 대전 전투가 있지만 많은 분들이 이 미드웨이 해전을 2차 대전 승리의 변곡점으로 꼽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1976년 미드웨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수많은 드라마에서 미드웨이 해전을 소개했습니다.
2019년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미드웨이
2019년 개봉해서 한국에서 95만 관객을 동원한 <미드웨이>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쪽박을 찬 것도 아닙니다. 그냥저냥 흥행은 했네요. 감독은 재난 영화 잘 만드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입니다. 한국에서는 <2012>와 <인디펜던스 데이>로 유명하죠. 재난 영화 전문 감독이라고 할 정도로 CG도 잘 활용하고 무엇보다 스토리도 좋은 영화가 많아서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예전의 영민함은 보이지 않네요.
<미드웨이>는 진주만 공습부터 시작합니다. 일본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의 시작부터 미드웨이 해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리틀 일본 공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인공인 딕 베스트를 연기한 배우는 '에드 스크레인'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고 넷플릭스의 망작 레벨문에서 빌런으로 등장한 SS 친위대 같은 느낌의 배우가 주연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제작비 때문인지 유명한 배우는 많지 않습니다. 있다면 니미츠 제독을 연기한 '우디 핼럴슨'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나고 멋진 연기를 하는 분이 '우디 해럴슨'으로 니미츠 제독 연기를 너무 잘하네요. 문제는 주인공인 '딕 베스트'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무 볼품없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전 지식을 모르면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의 재미없는 스토리
미드웨이 해전에 관한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 역사적인 전투가 있었구나 할 정도로 그 자체로도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스포츠 경기 같았습니다.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해군 전력이 더 약해진 미군이 니미츠 제독의 영민한 지휘력과 뛰어난 암호해독팀 덕분에 일본의 미드웨이 공습을 인지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죠.
이 과정이 너무 쓱 지나갑니다. 일본이 AF라는 지역을 공습할 것은 일본군 암호를 해독해서 알았는데 AF가 어디인지를 두고 위싱턴과 미 해군이 옥신각신합니다. 그러다 미군이 일본군이 들으라고 일부러 가짜 무전인 미드웨이에 물펌프 시설이 고장 났다는 무전을 때리자 이걸 덥석 물고 AF에 물펌프가 고장 났다고 무전을 때립니다. 빙고! 이제 미드웨이를 공격할 것을 미리 안 미 해군은 만반의 대비를 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전투 계획과 진행 상황을 사전 지식이 없으면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내용은 다 들어가 있는데 대사나 강약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계획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줘야 합니다만 그냥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뇌격기라고 어뢰를 전투기 바닥에 달고 잠수함이나 함선을 잡는 뇌격기라는 전투기가 있습니다.
이 뇌격기의 약점이나 문제점이나 초반 일본 해군에 박살이 나는 과정이 나오는데 이 과정을 누군가가 설명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과정이 없습니다. 먼저 선빵을 치러 갔는데 뇌격기 부대가 전멸, 중폭격기 부대도 전멸 이걸 보여주면서 지휘관들이 일본이 너무 강하다 어쩌고라고 좀 해줘야 긴장감이 살죠.
없어요. 그냥 출동 두두두 펑~ 끝. 뭔 전투가 일어나는지 왜 박살이 나는지 원인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저야 이 전투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만 미드웨이 해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분들은 너무나도 과장된 전투 장면들에 뭔가 화려한데 뭔 전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연출력과 스토리와 편집이 있긴 한 것인가 할 정도로 영화는 집중되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니미츠 제독이나 일본 해군 제독의 고민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 해군의 정찰기가 미국 군함을 발견합니다. 이에 군함을 파괴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군함만 있으면 항공모함 함재기들이 출동할 필요가 없고 그 군함과 함께 항공모함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고민하다 출동을 하지 않게 되는데 그 군함은 미 항공모함과 함께 다니던 군함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진행이었지만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미 잠수함이 일본군 항공모함을 침몰시키려다가 실패하고 폭침을 당합니다.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 일본 구축함이 추격합니다. 그렇게 미 잠수함을 꽃아 내고 항공모함 함대로 복귀합니다. 이걸 공격지에 갔다가 허탕을 친 급강하 폭격기 비행대이자 주인공이 소속된 비행대가 발견하고 추격합니다. 그냥 직감으로 따라간 것이죠. 예상은 적중합니다.
그리고 기적의 5분이라고 하는 5분 만에 일본 항모 3척을 그리고 다음 날 1척까지 깔끔하게 박살 냅니다. 단 5분의 급강하 폭격기의 활약으로 열세여던 태평양 전쟁을 한 방에 뒤바꾸어 버립니다. 일본은 항모 4척을 모두 잃게 되고 경험자들이 가득한 승무원까지 모두 잃게 됩니다. 여기에 항공기 피해도 엄청나서 이후 전투에서는 제로센을 모는 초보 조종사들이 미 공군력에 녹아내립니다.
그리고 지휘관의 판단 실수로 인해 미 항공모함이 없는 줄 알고 전투기 무기를 대함 폭탄이 아닌 지상 공격용 폭탄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격납고에 폭탄이 엄청나게 나와 있게 되는데 여기에 미군 폭탄이 1발 떨어지자 연쇄 폭발로 항공모함이 침몰하는 결정적인 판단 미스도 영화에 나오기는 하는데 긴장감도 없고 제대로 담지도 못해서 전체적으로 영화가 참 못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이런 좋은 소재를 조악한 연출과 스토리로 만드는 것에 좀 화가 나네요. 차라리 1976년 제작한 잭 스마이트 감독 연출 찰톤 헤스톤, 헨리 폰다 주연의 <미드웨이>가 더 좋은 영화입니다.
게임 영상 같은 조악한 CG와 현장감 하나 없는 전투 장면들
<미드웨이>를 제가 2019년 개봉 당시 안 본 이유는 CG 때문입니다. 나름 밀덕이라면 밀덕이라서 전쟁 소재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이 영화는 예고편을 보고 걸렀습니다. 그냥 CG 그 잡채입니다. 아니 게임 영상을 보고 말지 딱 봐도 CG로 떡칠한 영화를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실제 전투기를 띄워서 촬영한 <덩케르크>나 <진주만> 이 얼마나 잘 만든 전쟁 영화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물론 100% 다 재현할 수는 없죠. 그럼에도 현장감을 느끼게는 해줘야 하는데 공중전은 실제보다 너무 과장된 장면이 많네요. 현실 고증만 잘했어도 되는데 급강하 폭격기는 고사포로 막지 못했는데 비 오듯 퍼붓더라고요. 너무 많은 고사포의 공격에 레이저를 쏘나 느낄 정도입니다.
뭐 이 장면이 모든 걸 설명하네요. 화염을 뚫고 나온다? 이게 무슨 영화 <어벤저스>도 아니고 과장이 너무 심합니다. 담백하게 담아도 좋은 소재인데 너무 과장된 전투 장면과 그에 비해서 빈약한 스토리 진행은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낮게 만드네요. 물론 대중들은 좋은 팝콘 영화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로튼토마토에 가니 평론가들은 42%, 대중 지수인 팝콘 지수는 92%로 극명하게 갈리네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서 그냥 눈뽕 영화라는 소리죠. 뭐 과할 정도로 많이 나오긴 합니다만 화려하기만 할 뿐 몰입하게 하는 캐릭터는 니미츠 제독뿐이고 주인공인 맹활약을 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서사가 약합니다. 그렇다고 없는 서사를 부여할 수는 없는 역사물이라는 단점이 있죠. 그렇다면 차라리 니미츠 제독과 일본 제독의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전체적으로 클리셰도 너무 많습니다. 한 치 앞이 예상되는 스토리와 연출에 한숨이 나올 정도네요. 1976년 <미드웨이>는 미니어처 촬영과 실제 촬영과 실제 전투 장면을 잘 섞어서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이게 없네요. 가장 큰 원인은 다시 말하지만 게임 영상을 방불케 하는 CG의 조악한 품질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 담은 것도 아쉽네요. 예를 들어서 미드웨이 전쟁 바로 전에 미드웨이에 서부극의 명장인 '존 포드' 감독이 미드웨이에 있었는데 이 일본군의 공습 과정을 필름 카메라로 다 담았습니다.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실제는 그냥 찍기만 하면 되는데 이 모습을 좀 더 부각했으면 하는데 너무 많은 걸 담다가 제대로 담지 못하는 느낌이네요. 아쉽고 아쉬웠던 <미드웨이>입니다.
별점 : ★ ★
40자 평 : 좋은 소재를 어설픈 스토리 진행과 연출과 CGI로 망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