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요즘 열일하고 있네요. <무빙>의 빅히트에 이어서 다양한 볼만한 드라마를 꾸준히 내놓고 있네요. 다만 후속 드라마 중에 <무빙>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드라마는 없네요. 그럼에도 무려 240억 원이라는 무빙의 500억 대 제작비의 반 정도의 그러나 엄청난 제작비로 제작한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지배종>입니다.
이게 한국 드라마 맞아? 독특한 현실 기반 소재의 드라마 지배종
4월 10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지배종>은 디플 특유의 한주 2회씩 공개하는 방식에 따라서 2화까지 나왔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세포 배양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유전공학 기반 드라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미친 과학자가 유전 공학이나 기술로 세상을 지배하려다가 망한다는 흔한 미친 과학자가 빌런으로 나오는 그런 드라마요.
그런데 아닙니다. 이 드라마 그런 드라마가 아닌 그냥 정치인이 주인공이 아니지만 정치 경제 권력자들의 아귀다툼을 담고 있는 정치 기반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아주 독특한 소재에 작가가 누군가 했더니 검찰을 소재로 한 정치 드라마였던 <비밀의 숲>을 쓴 이수연 작가의 작품이네요.
지배종 스토리의 장점은 꽤 뛰어난 현실 기반 이야기
1화가 시작되면 윤자유(한효주 분)이 이끄는 바이오 테크 기업인 세포배양육을 양산하는 BF 그룹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됩니다. 이게 CG라고 말하고 싶은데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서 기존의 도축 산업 대신에 공장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를 만드는 세포 배양육 시대를 펼쳐 보입니다. 그리고 육류를 넘어서 다양한 생선도 세포배양육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하죠. 그리고 앞으로 곡물도 논과 밭이 아닌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소재면 어떤 기술을 이용해서 세포 배양육을 만드는지 기술적인 설명이 들어갑니다만 이상하게 지배종은 이게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회사면 대표가 과학자여야 하는데 윤자유 대표는 과학자는 아닌 듯합니다. 그냥 30대 후반의 전문 경영인이네요.
그런데 이 BF의 세포 배양육이 나오자 축산 농가가 들고 일어섭니다. 아무래도 1차 산업을 건드리면 그 대가가 따르게 되죠. 그러나 냉혈안 같은 윤자유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정치권과 딜을 치는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 상부상조를 하는 노련한 그러나 비호감 또는 냉혈 동물 같습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우채운(주지훈 분)으로 전직 해사 대위 출신입니다. BF그룹 대표 이사인 윤자유의 경호원입니다.
그런데 이 우채운은 더 의뭉스럽습니다. 먼저 이 사람이 만나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입니다.
우채운은 파병군대에서 근무를 하던 중 대통령이 경제인들과 함께 기지를 방문한다는 소리에 경호를 맡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방문 결정이라서 대통령의 방문은 말 그대로 깜짝 방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누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대통령이 파병 기지에서 폭탄 테러를 당합니다. 전직 대통령은 두 다리를 잃고 많은 인명 피해도 입습니다. 이 자리에는 윤자유도 경제인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석합니다.
이에 전직 대통령은 우채운의 강직한 성품을 보고 테러를 지시한 사람 또는 정보를 흘린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서 당시 테러 현장에 있었던 기업 대표를 경호팀에 우채운을 넣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어설픈 설정이나 이야기입니다. 특히 윤자유는 상당히 의심이 많은 인물로 우채운이 자신의 전담 경호 요원으로 지원한 사실과 이 우채운이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아는데도 옆에 둡니다. 물론 윤자유도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우채운을 이용해 먹을 수 있을 수 있기에 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밀의 숲>도 그랬지만 인물 관계도가 상당히 복잡하고 서로 욕망과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적과의 동침도 하는 등 이야기의 작동 기제는 권력입니다. 여기에 국무총리도 상당히 빌런 웃음을 짓고 다니는 등 이야기가 점점 다크 해집니다.
랜섬웨어에 당한 BF 그룹? 실제 같은 대사와 상황 전개가 좋지만 동시에 어설프다
IT 쪽 기술들을 잘 알고 있고 자주 찾아보고 공부하고 있기에 이쪽 분야 드라마를 좋아합니다만 해커가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 않네요. 대부분 사이버 공격팀이라는 조연 정도로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지배종은 꽤 뛰어난 IT 관련 사건을 현실같이 잘 다릅니다.
BF 그룹 연구실 컴퓨터에 해커가 침입해서 랜섬웨어를 설치합니다.
랜섬웨어는 드라마 설명처럼 내 집의 비밀번호를 해커가 자기가 마음대로 바꾸고 집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알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고 하는 중요 파일을 인질로 잡고 협박을 하는 지금은 꽤 오래된 해킹 기법입니다.
그런데 이 랜섬웨어 협박범은 비트코인으로 무려 800억 상당의 돈을 보내라고 합니다. 황당하죠. 먼저 랜섬웨어는 치료가 어렵기에 보통 중요한 파일이나 데이터는 2중 3중 백업을 해야 합니다. 심지어 물리적 백업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파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주 중요한 데이터만 백업해도 됩니다. 문제는 보안 예산이 낮은 중소기업들이나 IT 기업 같이 인터넷 서비스로 먹고사는 기업 중에 스타트업이나 큰돈을 못 버는 기업은 백업을 안 하죠.
그나마 최근에는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오면서 백업, 서비스 운영 등등 모든 것을 외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BF 그룹이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으로 나가는 정도의 규모의 기업인데 랜섬웨어에 당한다? 기본적으로 백업 시스템이 없는 기업이라는 설정이 어설픕니다. 물론 카카오 같은 기업이 현실에 존재하지만 카카오 같은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랜섬웨어가 걸렸고 이걸 잡는 과정인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기록이 남고 그걸로 잡는다는 것은 실제와 비슷합니다. 비트코인 거래 기록으로 FBI가 잡거나 추적하거나 합니다. 그리고 랜섬웨어가 한 번도 범인이 안 잡혔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검색만 해도 랜섬웨어 해커들을 잡았다는 뉴스가 꽤 있습니다.
검사 이야기를 다룬 <비밀의 숲>은 내가 모르는 분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내가 아는 분야이다 보니 좀 더 집중해서 봤는데 한국 드라마 치고는 꽤 수준 높은 IT 범죄에 대한 소개는 좋은데 좀 어설픈 설정은 아쉽네요. 물론 이게 IT 마니아들만 보는 드라마가 아니니 대부분의 관객은 넘어가겠지만 그럼에도 요즘은 검색으로 실제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 체크가 가능하지 좀 더 이야기를 다듬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뛰어난 VFX와 앞으로가 궁금한 지배종
2화까지 나와서 재미가 엄청 좋다 못하다고 하기 어렵지만 드라마 인력 동원이나 특히 2화에서 VFX로 만든 자동차 경주와 VR 전투와 액션 장면은 한국 드라마 치고는 꽤 돈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VFX(CG)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느낌이 드네요. 다만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들은 1화나 2화에 뭔가 확 끌어당기는 힘이 약합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는 여객기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3화, 4화가 더 기대가 되긴 합니다. 그리고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소재들이 많다 보니 기대가 더 되네요. 비주얼 좋고 이야기는 초입부라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의 대결이 일어날 것 같아서 흥미롭네요.
그리고 그 중간에 정체가 뭔지 모를 우채운이라는 회색 인간이 서 있네요. 볼만한 드라마 <지배종>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정치와 경제 권력 사이에서 피는 우채운이라는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