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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 언론을 돌아보게 하는 기품 있고 재미까지 있는 넷플 특종의 발견

by 썬도그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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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오픈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종의 발견(SCOOP)>는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잘 몰랐던 내용이네요. 사실 영국 왕실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명문 왕실이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왕실이지만 여왕을 포함해서 집안 전체가 기품 높은 인물들인가?라는 생각을 하면 구역질 나는 사건 사고가 많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국 왕실 계보도 잘 몰랐습니다.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영국 여왕 둘째 아들 앤드류 왕자와 성범죄자 앱스타인 관계를 파해치다 

넷플 특종의 발견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4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최근에 왕이 된 그러나 인기가 없고 욕을 가득 먹는 '찰스 왕세자'
둘째인 앤 공주, 그리고 셋째이자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에드워드 왕자가 있죠. 
이중 앤드루 왕자는 앤 공주 이후 10년 만에 태어난 아기라서 여왕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랐고 뛰어난 사교성으로 영국 왕실 사람 중에서도 꽤 인기가 높았다고 하네요.  

 

영화 <특종의 탄생>이 시작되면 2010년 뉴욕에서 파파라치가 금융 재벌인 앱스타인의 집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 이 앱스타인과 함께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가 함께 담소를 나누면서 산책하는 걸 담습니다. 이 사진은 대서특필이 되었고 앤드루 왕자에 대한 명성에 먹칠을 합니다. 이미 앱스타인은 2006년에 10대 소녀 성매매 사건으로 죗값을 받고 나온 상태인데 또 만난 겁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바로 손절하고 빤스런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또 만났다가 세상에 들통이 납니다. 그러나 의혹만 있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고 왕실 사람이라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에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던 BBC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다 

넷플 특종의 발견

2019년 BBC는 대규모 해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사보다는 트위터 같은 신흥 언론 매체가 등장하가 레거시 미디어인 BBC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속보 경쟁에서 트위터를 이길 수 없으니까요. 이에 뉴스 소비도 줄고 수익도 줄자 400명 정도의 해고를 단행한다고 발표합니다. 

 

당연히 BBC 뉴스 라이트라는 정통 뉴스 채널은 당혹해하고 내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보도국의 '샘'은 오늘도 가장 늦게 출근해서 가장 먼저 자리를 뜨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습니다. 샘이 이런 따가운 눈총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미래의 뉴스를 위해서 오늘도 기존 미디어들이 잡기 어려운 뉴스 꺼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뉴스 중 하나는 존엄 그 자체인 영국 왕실의 요크 공작(앤드류 왕자)에 관한 스캔들입니다. 

앤드류 왕자로부터 직접 앱스타인 사건에 대한 인터뷰 요청 성공기

넷플 특종의 발견

<특종의 발견>은 BBC의 뉴스 나이트를 이끄는 보도국이 가장 인터뷰하기 어렵다는 영국 왕실 그것도 홍보도 아니고 자랑도 아닌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앱스타인이라는 금융 재벌과 친분 관계가 있는 앤드류 왕자를 인터뷰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 시도는 샘이 합니다. 당연히 연락이 안 올 줄 알았지만 앤드류 왕자의 여 보좌관이 연락을 해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국 왕실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근처 호프집에서 좀 더 이야기를 합니다. 둘 다 주부로서 고충을 말하면서 서서히 가까워집니다. 사실 앤드류 왕자는 각종 구설수에 난도질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위터가 없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주간 가십성 잡지에서 좀 다루다 사라졌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세상이다 보니 루머는 루머를 낳고 없던 말까지 지어내서 퍼지기 시작합니다. 

넷플 특종의 발견

이에 앤드류 왕자와 배석한 자리에서 뉴스 나이트의 앵커인 에밀리(질리언 앤더슨 분)와 스텝이 함께 합니다. 
모든 건 앤드류 왕자 쪽이 쥐고 있습니다. 인터뷰할지 말지도 다 결정하고 인터뷰를 했어도 영국 왕실이 방영을 허가해야 방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나마나한 인터뷰 또는 KBS의 윤 대통령과의 대화 같은 일방적 홍보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BBC는 이런 불평등한 룰에도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합니다. 인터뷰 질문은 우리가 결정하고 어떤 것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게 언론의 힘이고 역할이죠. 그러나 일부 한국 언론처럼 정권의 또한 권력자의 호위무사 또는 홍보 대사가 되어서 홍보 도구로 전락한 언론들이 참 많죠. 

 

넷플 특종의 발견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양쪽이 인터뷰를 연습하는 장면입니다. 교차편집으로 마치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꽤 영리한 편집입니다.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과정을 통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X파일의 여자 주인공인 '질리언 앤더슨'의 날카로운 질문도 눈에 띄네요. 해외에서는 '질리언 앤더슨'의 연기를 혹평하는데 저는 이게 혹평받을 연기인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또한 영화 <특종의 발견>에 대한 평도 안 좋은데 이유를 보니 실제 사건을 다 알고 있기에 뭔가 더 있길 바랐는데 없었다는 것이죠. 공감은 갑니다. 아는 인터뷰이고 봤던 인터뷰라면 새로운 것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 이런 인터뷰가 있었는지도 몰랐고 안 봐서 그런지 앤드류 왕자가 어떻게 인터뷰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영국 왕실이 허락한 인터뷰 그리고 영국 왕실이 놓인 요즘 세상 (스포 있어요)

넷플 특종의 발견넷플 특종의 발견
넷플 특종의 발견

이 단락은 스포가 있습니다. 보실 분은 다음 단락으로 건너뛰시길 바랍니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제 예상과 다르게 날카로운 질문은 없었습니다. 그냥 앤드류 왕자에게 판을 깔아준 인터뷰였습니다. 앤드류 왕자가 주도하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변명을 가득 늘어놓고 끝납니다. 또한 모든 인터뷰 내용을 왕실이 녹음을 하고 여왕이 들어봅니다. 그냥 홍보 인터뷰였습니다. 이걸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나 했습니다. 그러나 날 선 질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서 잘못된 대답이나 불쾌하면 인터뷰를 거절했을 것이고 했어도 방송을 못하게 했겠죠. 

 

이에 BBC는 아주 영리한 행동을 합니다. 모든 것을 말하게 하고 여론에 맡깁니다. 
요즘은 정치인이 말한다고 다 믿는 세상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검증 및 여러 뉴스를 동시에 찾아보고 팩트를 체크하고 판단을 하죠. 영국 여왕도 허락한 인터뷰 방송이 나가자 여기저기서 거짓말이라는 여론이 형성됩니다. 영화에서는 마치 BBC의 이 앤드류 왕자의 인터뷰 하나 때문에 모든 직을 잃고 민간인으로 돌아간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2개가 겹쳤습니다. 

 

먼저 BBC의 인터뷰를 통해서 여론 재판을 받았고 그리고 미국 성 착취 피해자의 고소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되자 영국 여왕이 둘째 아들의 모든 왕실의 권한을 없애 버립니다. 영국 왕실도 여론을 이기기 쉽지 않으니까요. 

 

민족 정간지 BBC의 강단 어린 패기

넷플 특종의 발견

한국 언론이 제대로 세상을 담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지 않고 권력의 시녀로 변질된 언론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전 BBC 코리아를 민족정간지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BBC 코리아가 담은 한국에 대한 시선은 참 언론적인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균형 잡혀 있고 날카롭도 군더더기가 없고 바릅니다. 

 

이게 뉴스나이트야!
다른 방송에선 안 하는 이야기에 시간을 투자하지
들려줘야 할 이야기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야기

권력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이야기 말이야


미국과 영국이 선진국인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언론사가 있다는 점이고 중국과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강력한 이유가 바른 언론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한중일 3국이 정도는 다르지만 정권 비판을 날카롭게 못하죠. 그나마 한국이 가장 낫다고 하지만 최근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사 사장을 갈고 중징계를 하는 걸 보면 중국과 일본과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특종의 탄생>은 좋은 영화입니다. 기품 있고 한국의 실정을 돌아보게 되니 더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하네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부패한 권력자에게 책임을 묻는 힘 있는 참 언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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