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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다큐 안티소셜 네트워크는 4chan을 통해본 지난 20년 간 SNS의 변질과 문제를 다루다

by 썬도그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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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우리 일상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또한 우리 삶의 형태도 많이 바뀌게 했습니다. 인터넷이 있기 전에 우리는 발언권이 없었습니다. 그냥 힘 있는 자들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습니다. 자기 발언을 어디에 말할 수가 없었죠. 그러나 인터넷이 발명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공간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개인 홈페이지를 넘어서 대형 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의견 교환, 정보 교환을 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새로운 시선이 등장합니다. 

일본 오타쿠들의 놀이터 2채널에서 파생된 미국 4chan(포챈)

안티소셜 네트워크

넷플릭스 다큐 <안티소셜 네트워크 : 밈에서 대혼란으로>는 큰 인기를 끄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다큐 맛집 넷플릭스는 인터넷 관련 또는 SNS 관련 좋은 다큐를 참 잘 만듭니다. 이 다큐도 마찬가지로 꽤 좋은 다큐입니다. 다큐 자체보다는 이 다큐가 반영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 특히 대형 커뮤니티들의 문제점이 많이 투영되더라고요. 

 

1996년 군 전역 후에 대학교 동아리 홈페이지를 네띠앙에 만든 이후 저의 인생 절반은 인터넷과 함께 했고 지금도 인터넷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제 삶의 반 이상은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된 기술이 인터넷입니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이 과연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인터넷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보다는 이걸 이용해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각종 욕설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포털 댓글을 보면 이건 혐오가 기본 태도들인 인간들 특히 광신도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겁니다.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악다구니가 가득하죠. 이걸 보면서 인터넷이 인간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만드는 매체가 되었구나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안티소셜 네트워크

<안티소셜 네트워크 : 밈에서 대혼란으로>은 인터넷의 서브컬처 문화인 대형 커뮤니티 한 곳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바로 이미지 보드 사이트인 4chan(포챈)입니다. 여기는 디씨 갤러리 같은 곳으로 각종 시시덕 거리는 일들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인데 디씨에서 분리된 일베처럼 현재는 혐오종자,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믿는 망상가들의 놀이터, 극우들의 우물가가 되었습니다. 

 

안티소셜 네트워크

2000년대 초반 일본의 합성 이미지를 올리고 낄낄거리고 노는 한량들의 놀이터인 2 채널이 있었습니다. 당시 2채널은 철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할 정도로 혐오와 재미있으면 뭐든 괜찮다는 식의 태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수많은 짤방들이 생산되었죠. 문제는 이 2채널이 극우 사이트로 변질되면서 넷우익이 등장하고 현재까지도 2채널이 모태가 되어서 한국을 혐오하고 극단적 국수주의자들의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충격적인 살인 사건까지 2채널과 연계되면서 극우 사이트로 낙인찍힙니다. 

 

이 2채널에서 파생된 사이트가 4chan입니다. 미국 고등학생이 만든 2채널처럼 이미지 보드 게시판 사이트로 이름도 2채널에서 살짝 변형한 4chan입니다. 이 4chan을 다큐의 소재로 삼은 이유는 4chan이 꽤 많은 변화 즉 인터넷 밈 문화를 태동시킨 재미 위주의 재기 발랄한 사이트에서 현재는 극우들이 꽈리를 틀고 있는 사이트로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의 대형 커뮤니티들 중에 진보 사이트에서 극우 사이트로 변한 모습과 참 비슷하죠. 믿기지 않겠지만 디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큰 도움을 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베를 잉태하고 전체적으로 보수 색채의 사이트로 변했죠. 마치 30대에는 진보였다가 60대가 되어서 보수가 된 우리 주변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냥 재미를 위해서 뭉친 20,30대 사이트 포챈

안티소셜 네트워크

2채널이나 포챈이나 디씨나 유명 커뮤니티를 자주 들락 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가는 것도 있을 겁니다.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나의 준거집단 느낌이 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한다는 동질감도 느끼게 되죠. 그러면 외로움을 잠시 잊게 됩니다. 

 

포챈도 그랬습니다. 그냥 재미를 위해서 뭉친 남초 사이트였습니다. 2채널이 오타쿠들의 놀이터였듯이 포챈도 미국 오타쿠들의 놀이터였죠. 그렇다고 여성을 배척하지는 않았습니다. 신기해했을 뿐이죠. 포챈은 각종 짤방을 만들어서 시시덕 거리던 무해한 곳이었습니다. 

안티소셜 네트워크

그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를 향한 한 목소리를 내는 '월가를 점거하라' 시위가 일이 납니다. 이 시위를 지휘한 곳이 포챈입니다. 첫 사회적 행동입니다. 이 시위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좌파적인 시위였습니다. 이걸 넘어서 사이언톨로지를 공격한 어나미머스의 모태가 된 곳도 포챈입니다. 


다큐에 당시 공격을 주도한 해커들과 주요 인물이 나와서 자신의 행동이라고 소개하는 모습도 나오네요. 이렇게 진보적인 색채였던 4chan은 이후 큰 고통을 당합니다. 월가의 승리로 끝이 나자 어나미머스는 FBI와 각종 사이트를 해킹합니다. 그러다 FBI에 주요 해커들이 잡히면서 붕괴됩니다. 

 

우익화와 음모론자들의 놀이터가 된 포챈

안티소셜 네트워크

2010년대 중반 포챈은 우익화 됩니다. 극우에 남초 사이트가 되어서 여성을 혐오하기 시작합니다. 신기하죠. 이런 생각은 한국도 비슷합니다.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난 후 제가 인터넷에 대한 환멸을 느끼던 때도 이때였습니다. 

 

돌아보면 PC통신 시절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스스로 절제하고 자제하고 토론을 통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강력한 힘이 있었습니다. 서로 닉네임을 부르면서 서로 존중하던 문화가 강했죠. 그러나 인터넷을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포챈은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조회수가 많으면 게시판 상위에 뜨는 시스템이라서 자극적인 글과 사진이 상위에 자주 노출되고 그것에 열광하다 보니 점점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포챈을 만든 당시 19살 고등학생은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 성도착증 인간들까지 있음에 놀라워하죠. 이후 나름 강퇴를 통해서 자정 노력을 하려고 했지만 제약,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게 포챈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일베가 한국에서 탄생한 것처럼 극우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안티소셜 네트워크

여기에 포챈에 닉네임 Q를 사용하는 놀라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Q가 트위터에 올린 글 15분 후에 비슷한 글이 트럼트 대통령 트위터에 올라옵니다. 사람들은 트럼프를 움직이는 사람 또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면서 Q와 어나미머스를 합성한 큐어넌이 탄생합니다. 

 

큐어넌 현상은 점점 커져서 망상에 가까운 음모론자들이 포챈을 장악합니다. 극우와 음모론자들이 모여서 이룬 행동이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해서 국회의사당을 장악한 사건이었죠. 

 

포챈을 초기에 이끈 해커나 사용자는 말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우리는 철이 없었다" 이 말이 공감이 갑니다. 저도 고백하자면 20대 중반에 PC 통신에 올라온 음모론에 심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리바이스 회장이 외계인이고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등 심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지금 돌아보면 그걸 믿었던 내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다 철없던 시절의 일이죠. 문제는 나이 들어서 음모론에 빠진 분들은 답도 없습니다. 이미 어른이고 경험도 많은데 음모론에 빠지면 나올 방법도 없습니다.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 나이잖아요. 

 

이게 어디 미국만의 일일까요? 한국도 비슷하죠.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을 보면 인간 혐오증에 걸릴 정도로 극단적인 글들 망상가들이 가득합니다. 거짓 뉴스를 종교처럼 믿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 Q라는 인물은 트위터 게시글 올린 시간을 조작해서 실제로는 트럼프 트위터를 보고 조금 늦게 올렸지만 찍힌 시간은 트럼프 트위터보다 좀 더 빨리 올린 것처럼 보이게 해서 사람들을 속인 사기꾼입니다. 

 

인터넷 문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는 안티소셜 네트워크

안티소셜 네트워크

"컴퓨터를 너무 오래 하면 집단 망상에 빠지고 현실에서 동떨어지게 돼요"
".... 하지만 우리는 정교하고 기괴한 환상을 만드는 것뿐이죠. 우리의 불행을 이용해서요"

 

다큐는 우리 인간은 아주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류가 인터넷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지난 25년이었습니다. 인간은 온라인 세상에서만 살 수는 없다면서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구하는 방법이 다음 세대의 과제라며 마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인터넷 과몰입자들은 X선비라고 말하겠죠. 

난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무례함을 기본 태도로 가진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넘치는 산소에 산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온라인의 병폐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활동을 좀 더 많이 하면 내 생각이 망상임을 잘 알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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