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기 만화 기생수를 만화도 영화도 안 봤습니다. 제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서요. 다만 내용은 대충 압니다. 외계에서 온 기생수가 사람 머리를 차지해서 기생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의 머리만 차지하는 건 아니고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머리를 차지하려던 기생수는 머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손만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람과 기생수가 한 몸에 공존하는 변형 기생수가 탄생합니다.
초반 3화 까지는 기시감이 가득했던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도 안 봤고 연상호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예전만 못해고 오리지널 이야기도 아니고 기생수라는 일본 만화에 기생을 하는 듯해서 더욱더 기대치를 낮추고 봤습니다. 제 기대에 부합할 정초도 <기생수 더 그레이>는 3화까지는 처음 보지만 너무나 흔하디 흔한 설정과 스토리로 인해 좀비물과 외계인 침공 스토리를 섞은 뻔한 드라마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외계에서 온 듯한 벌레가 비처럼 떨어지고 기생수들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서 머리를 차지합니다. 머리를 차지하면 위 사진처럼 머리가 갈라지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촉수와 칼날 같은 것으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데 정부가 철저히 비밀로 붙입니다.
엄마는 아빠의 폭력 때문에 도망가고 아빠와 살던 정수인(전소니 분)은 아빠의 폭력에 견디지 못해서 아빠를 신고합니다. 동네 사람들은 어린 딸이 아빠를 신고했다면서 수인에게 손가락질합니다. 그러나 이런 수인을 감싸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형사 김철민(권해효 분)입니다. 형사 철민은 수인이를 딸처럼 여기면서 수인에게 큰 힘을 주는 인물입니다. 수인이는 마트 계산원으로 근무하고 퇴근하는 길에 낮에 계산대에서 티격태격한 정신 이상자의 칼에 찔립니다.
그렇게 죽어가던 정수인의 몸으로 기생수가 들어가서 정수인의 몸을 치유합니다. 이 기생수는 정수인의 머리를 차지했어야 하는데 숙주인 수인이 죽어가자 숙주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세포를 수인의 몸을 복원하는 데 사용하는 바람에 머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수인과 함께 공생을 하게 됩니다. 수인의 기생수는 하이든으로 불리면서 가끔 나와서 15분 정도 활약을 합니다.
다른 기생수들은 세진 교회에 모여서 모아 놓은 시체를 먹으면서 세력을 키울 생각을 합니다. 좀비와 달리 다른 사람을 문다고 좀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신체를 강탈하는 기생수라서 세력 확장은 쉽지 않습니다. 기생수들은 인간에게 기생해야 하기에 서로 모여서 활동하면서 서로를 보호해 주는 겁니다. 그러나 이 기생수들의 리더는 인간 세상을 배우고 인간에 기생하는 것이 아닌 인간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표출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생수에게 남편을 잃은 최준경 팀장(이정현 분)이 특수팀을 데리고 이 기생수를 제거합니다. 기생수는 가슴의 심장을 파괴하면 죽기에 산탄총을 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흔하고 뻔하죠. 여기에 연상호 감독 아니라고 할까봐 자신의 주특기이자 자주 사용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을 넣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향이 가득한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 영화 중에 <사이비>라는 권해효가 더빙에 참여한 영화가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재개발이나 사이비 종교 같은 사회의 어두운 이야기를 참 잘 담고 잘하고 자주 합니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 영화는 대부분 잿빛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기생수 더 그레이>가 아닐까 하네요. 문제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나 드라마가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같이 연상호 감독 영화를 거의 다 본 사람들은 또?라는 말과 함께 지겹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그렇게 3화까지는 보다 말다 하다가 가끔 나오는 액션 장면에 그나마 볼만해서 꾸역꾸역 보게 하네요. 참고로 초반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FPV 고속 드론을 이용하고 넷플 영화 <카터>처럼 한 장면처럼 느끼게 하는 컨티니우스 컷 편집을 통해서 액션의 힘을 실어줍니다. 다만 제작비 때문인지 너무나도 흔들어 찍어서 액션 장면이 복잡하고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정리가 되지 않고 배우들이 어떤 액션을 하는지 흘려 쓴 글씨처럼 보이는 점은 호불호가 강할 것 같네요.
4화부터 6화까지 달리기 시작하는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들은 자기 종족이 근처에 오면 몸으로 느낍니다. 최준경 팀장은 기생생물이 된 자신의 남편을 감금하고 기생수가 근처에 있으면 버튼을 눌러서 경찰들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반인반기생수인 정수인이 이 구도에 틈을 만듭니다. 정수인의 기생수는 인간 편이거나 기생수 편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숙주인 정수인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힘을 드러낼 뿐이죠. 기생하는 모든 것들의 숙명이죠. 기생하는 존재가 숙주를 죽이면 자신도 죽기에 기생 생물들은 공생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여기에 기생수에게 누나와 막내 동생까지 잃은 조폭 똘마니 설강우(구교환 분)가 조직의 배신을 당하고 정수인을 도우면서 같이 다니게 됩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초반에서 빌드업을 한 후 4화 부터 달리기 시작합니다. 대교 위에서의 전투 장면도 꽤 볼만하고 전체적인 이야기 밀도도 높아집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하고 싶은 말은 변종 또는 소수자는 다수가 지배하는 존재, 또는 무시하거나 오류인 존재들이 아님이고 소수이건 다수이건 공존의 삶이자 세상이 바른 세상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논리적인 AI 같은 기생수들이 인간의 비논리적인 행동인 믿음과 희생을 보면서 동화되어 갑니다.
다만 이 메시지는 좀 진부하고 대부분의 이런 외계인이나 괴물이 나오는 크리처물들의 흔한 메시지라서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같은 메시지라도 설득력이 높으면 이게 큰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게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조직 사회인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려는지 조작과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서 좀 더 메시지를 풍성하게 합니다.
뛰어난 CG와 후반 스토리와 연기가 좋았던 기생수 추천하는 드라마
전소민도 아니고 전소니? 누구지? 이름은 좀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 처음 보는 배우가 주연을? 초반에는 이런 배우가 어떻게 주연을 맡았지. 넷플릭스에서 꽤 돈을 많이 들인 드라마인데 인지도가 낮은 배우라니?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4부 이후에는 이런 느낌이 싹 사라집니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니 제가 모르는 배우가 아니었네요
세월호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악질 경찰>에서 여고생으로 나온 이 배우 잘 압니다. 이선균 배우가 전소니 배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추천해 주고 칭찬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이 배우가 주연이었네요. 구교환은 D.P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처음에는 이런 캐릭터가 어울린가 했는데 나름 꽤 어울리더라고요. 가끔 웃기기도 하는데 차에서 구교환에게 " 안 웃기는데 웃기려고 하지마"라는 권해효의 말에 빵 터지기도 하네요.
이정현의 연기가 초반에는 너무 달뜬 것 같다가 후반에는 그래도 중심점을 잘 잡아주네요.
여기에 CG(정확하게는 VFX)가 꽤 좋습니다. 기대가 높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CG가 좋아서 좀 놀랬네요. 한국 VFX 기술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진해지네요.
<기생수 더 그레이>는 흔하고 뻔하고 기시감 넘치는 소재와 메시지입니다. 머리가 봉두난발 갈라져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좀비물과 다르지만 여러 크리처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전달하는 메시지도 색다른 게 없습니다. 다만 이 흔한 소재와 메시지를 연상호 감독이 꽤 잘 연출하고 호흡도 좋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네요. 초반만 잘 견디면 후반 꽤 볼만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나옵니다. 추천합니다. 아주 잘 뺐네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깜짝 선물이 나옵니다.
별점 : ★ ★ ★☆
40자 평 : 기생수를 통해서 본 인간의 생존 전략은 공존과 공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