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으러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웹툰을 봅니다. 음악도 다 이야기죠. 그런데 과거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박물관입니다.
동대문 가면 꼭 들려 볼만한 한양도성박물관
서울은 관광자원이 많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한국이 관광 대국은 아니잖아요. 일본처럼 깨끗하고 엄청 친절한 나라도 아니고 전쟁통에 많은 문화재들이 파괴 소실되었고 그나마 있는 관광도 4대 고궁과 각종 방문화와 K컬처 말고는 없죠. 언덕이 많고 쉬고 놀고 즐길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서울시와 관광공사가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노력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의 몇 안 되는 관광지가 종로, 중구와 강남 일대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서울에 살지만 바람 쐬러 관광 느낌을 가지러 주로 가는 곳이 종로입니다. 여기는 4대문 안팎의 공간이라서 역사가 참 오래되었고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이 동대문에 가면 꼭 들려볼 만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한양도성박물관'입니다.
대만의 한 관광객 말처럼 서울은 언덕이 많아서 걷기 참 불편한 도시입니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정말 불편한 도시죠. 그러나 걷는 걸 좋아하고 언덕이건 산이건 상관 없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관광이 한양순성길 완주입니다. 저도 올해는 시간 날 때 한양순성길 완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대문을 따라 흐르는 한양 성벽길을 따라 좀 오르다 보면
한양도성박물관이 나옵니다.
한댱도성박물관은 한양도성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오후 6시까지 운영합니다.
전체길이 18.6km의 한양도성을 도는 순성길
한양도성은 총 길이가 18.6km입니다. 8개의 문이 있는데 숭례문, 돈의문, 숙정문, 흥인지문,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이 있습니다. 4개의 대문이 있고 4개의 소문이 있죠. 이 문 이름을 다 알고 있다만 역사 덕후 또는 지리 덕후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소의문, 숙정문만 안 가봤네요. 돈의문은 서울박물관마을 자리에 있었는데 사라졌습니다.
18.6km면 하루에 다 걸을 수 있는 걸리지만 이 거리가 평지가 아닌 산을 끼고 도는 성곽길입니다. 제가 올해 여길 다 돌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유튜브에 한 여자분이 하루에 여길 다 도는 영상을 올리더라고요. 하루에 다 돌 자신은 없고 구간별로 잘라서 돌아봐야겠습니다. 이 테두리 안이 한양이었죠.
성곽이라고 하면 외적 방어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러기엔 한양 성곽은 너무 둘레가 크고 외적을 막기에는 성곽 높이가 높지 않고 방어책도 제대로 갖추어진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까지가 한양이다라고 하는 둘레 표시 목적이었다고 하죠. 그래서 성곽 너머를 쉽게 넘겨다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성곽들이 산을 끼고 올린 곳들이 많다 보니 난공사가 엄청 많았을 겁니다. 그러다 사망한 조선 백성들이 엄청났겠죠.
한양도성을 끼고 도는 길을 순성길이라고 합니다. 총 6개의 구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면 쉬운 구간도 있고 어려운 인왕산 구간도 있네요.
성벽에 누가 만들었는지 적혀 있는 글씨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임 시공이네요.
이름을 쓰면 빔프로젝트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체험 공간도 있네요.
한양도성박물관 속 서울 관련 책이 가득한 도서관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곳은 이 한양도성박물관 속에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공간은 크지 않고 평일에는 찾는 사람도 거의 없네요.
푹신한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책을 읽기 좋습니다.
책은 서울 관련 책들이 가득합니다. 만약 서울 역사나 관련 책을 보고 싶으면 여길 오시면 됩니다.
제가 나름 역사를 꽤 좋아하더라고요. 역사라는 과거는 불안이 없으니까요. 현재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서 불안이 끼어들지만 과거는 고정된 값이라서 흔들림도 불안이 없는데 그래서 역사를 좋아하나 봅니다 옛이야기 듣는 것도 좋고요. 게다가 현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지식도 많이 알 수 있고요.
큰 테이블에서는 노트북도 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 가져와서 서울 관련 자료를 정리해서 가고 싶지만 집에서 거리가 너무 머네요.
한양 도성 건설과정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장
3층에 가면 상설전시관이 있습니다. 여기는 한양 도성 건설과 복원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건설 과정에서 사용한 도구입니다. 이런 것으로만 어떻게 거대한 성곽을 지었는지 참 대단을 합니다.
지금도 난공사 중에 난공사인데요.
태조 3년 태조 실록에 보면 나라를 세우면 종묘, 궁궐, 성곽을 지어야 나라로 인정받는다는 소리에 성곽을 지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성곽길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지만 사실 제가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성곽 짓기 위해서 농번기인 겨울마다 물려 올려져서 성곽을 쌓았을 겁니다. 그리고 여름에도 끌려왔는데 여름에도 모내기하고 크게 할 일이 없는 백성들을 약 50일간 노동을 시켰습니다. 외적 보호 역할도 못하는 걸 참 열심히 지었습니다. 외적 보호를 한다고 해도 선조같이 임진왜란 당시 빤스런을 하는 왕이 있는 나라이니 성곽은 더더욱 의미가 없었습니다.
성곽을 쌓기 시작한 시기의 한양 인구는 10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추수가 끝난 후 매년 19만 7,400명이 끌려와서 성곽을 지었습니다. 그럼 일당을 줬냐? 조선 아닙니까? 그런게 어디있습니까. 안 죽으면 다행이죠. 이게 조선의 문제였죠. 정조가 대왕 칭송을 받는 이유중 하나가 수원 화성을 만들면서 돈을 줬다는 거 아닙니까. 백성들에게 품삯을 주니 아주 빠르게 지었다고 하죠. 총 97개 구간을 지역별로 나워서 분담시켰다고 하는데 저 인왕산이나 남산 구간 맡은 지역은 지옥 같았을 겁니다.
그래서 성곽 공사 현장에서 도망치는 인부가 많았는지 도망치다 걸리면 곤장 100대를 때렸네요. 곤장 100대면 거의 초주검이 된다고 하죠.
세종 4년 1422년 1월 15일부터 2월 23일 32만 2천명을 동원해서 전 구간 돌로 된 성곽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이 무리한 공사로 무려 872명이 사망합니다. 성군이라는 세종 시절에도 이렇게 많은 백성들이 성곽 공사한다고 많이 사망했네요. 지금 우리 후손들이 그 혜택을 받긴 하지만 이런 혜택은 없어도 좋으니 성곽 안 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조선시대 지어진 성곽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훼손 방치되다가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다시 복원을 시작했고 지금은 다 완공을 했습니다. 세종 때 지어진 성곽을 숙종, 순조 때도 보수 및 축성을 다시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성곽을 보면 돌 쌓은 패턴이 다르기도 해요.
조선시대에 기중기도 없고 거중기도 수원 화성 지을 때 사용했지 그전에는 이렇게 돌을 6명이서 들고 날랐습니다. 그것도 채석장에서 나른 돌이죠.
먼저 흙을 깔고 그 위에 돌을 올리고 다시 흙을 깎아 내는 방식이었네요. 그럼 저 흙도 쌓아야했겠어요.
돌아보면서 자꾸 백성에 감정이입을 하게되네요. 고생 참 많이 했을 우리 선조들. 조선의 양반이나 왕들 보다는 이런 백성들이 현재 우리 대부분의 근간이었을 겁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복원 과정의 지난함도 볼 수 있습니다.
동대문 가시면 한 번 들려보세요. 전 한양성곽 순성길 코스 보고 완주 계획 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