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새로 구매하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지 1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샀어야 합니다. 작년 여름에 샀어야 해요. 그때가 가장 저렴했고 제품 공급도 원활했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안 가서 카메라를 덜 살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집에서 동영상 촬영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터지면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카메라 생산량이 확 줄었습니다.
인기 기종은 아예 한국에 입고 자체가 안 되었고 온라인 예약도 막았습니다. 최근 소니와 캐논이 다시 카메라 공급을 하고 있지만 신제품도 예약 후 1년 후에 받을 정도의 극심한 정체가 일어나고 있네요. 이런 이유로 카메라 가격들은 정가보다 40%나 더 비싸게 판매하기도 했고 이것도 모르고 냅다 구매를 한 분들은 고점에 물리는 경우도 왕왕 일어나고 있네요.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전자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격이 더 올라 버렸어요.
그럼에도 정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부 제품은 정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캐논은 인기 풀프 미러리스 정가를 30만 원 가까이 낮추기도 했습니다.
캐논은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카메라 신제품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존의 EOS M 크롭 미러리스 라인을 싹 폐지하고 새로운 EOS R로 대통합하기 위한 과정에 있었다는 점과 코로나로 인해 신제품 발표를 1년 연기한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장고 끝에 드디어 캐논 EOS R7, R10이 나왔습니다.
최강 스펙의 플래그십 크롭 미러리스 캐논 EOS R7
캐논 EOS R7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속 연사가 특징인 크롭 DSLR인 캐논 7D의 후속 기종입니다. 마찬가지로 고속 연사가 뛰어난 크롭 미러리스로 기계식은 1초에 15 연사, 전자식은 1초에 무려 30 연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고속 연사 촬영이 필요한 스포츠, 조류 같은 빠른 피사체 촬영을 주로 하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저같이 거리 사진, 풍경 사진, 스냅 사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과한 스펙이죠. 물론 스펙 좋아서 나쁠 건 없죠. 다만 스펙 올라가면 가격도 확 올라가고 그래서 바디만 무려 170만 원이나 합니다. 이 가격이 참 애매해요. 이 보다 저렴한 풀프레임 미러리스가 나오고 있는데 풀프레임 미러리스보다 비싸네요. 물론 연사, 4K, 버튼, 사용자 편의 기능 등등은 R7가 더 좋죠.
아무튼 사진 위주, 특히 사진 화질 위주인 풍경사진가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고 영상 및 활동적인 피사체 촬영용으로는 추천합니다. 그래서 2022 P&I에서도 스펙에 다들 놀라하는데 크롭 센서인 APS-C 센서 사용 카메라라고 하니 내려놓는 분들 꽤 봤습니다.
그러나 크롭 바디라는 점을 감안하고 이해하고 크롭이 어때서?라고 생각한다면 크롭 바디 중 최강의 스펙의 미러리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센서도 BSI 신형 이미지센서입니다. 솔직히 캐논 EOS RP 풀프 미러리스 이미지센서 쓰느니 R7 이미지센서가 더 낫죠. EOS RP 사려다가 이미지센서 테스트에서 너무 안 좋은 점수가 나와서 좀 놀랬네요.
캐논 EOS R7 주요스펙
3300만 화소 APS-C 크롭 CMOS 센서
ISO 100 - 32000(100-51200으로 확장)
5축 센서 시프트 이미지 안정화
3인치 스위블 회전 터치 LCD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15.0fps(30.0fps 전자) 연속 촬영 60fps에서 4K 및 120fps에서 FHD 비디오 녹화
무게 612g, 크기 132 x 90 x 92mm
방진방적 바디
스펙만 보면 EOS R5와 비슷하거나 더 좋습니다. 먼저 바디 손떨방이 들어간 IBIS 미러리스도 렌즈 포함하면 7 스텝 손떨림을 보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R10은 바디 손떨방 일절 없습니다. 캐논의 급 나누기죠. 손떨림 보정 기능을 살펴보니 그냥 켜고 끄는 기능밖에 없고 흔들림 보정을 강, 중, 약으로 하는 기능이 없네요.
외형은 EOS R 카메라와 비슷합니다. 캐논은 전통적으로 그립부에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그립은 꼼꼼하고 튼실하게 넣어줍니다. 와락 잡기 좋습니다.
그래서 한 손으로 들고 다니기 편한 것이 캐논 카메라입니다. 상단에는 촬영 모드 다이얼리 있고 락버튼, ISO 버튼이 있습니다. 락 버튼을 누르면 몇몇 다이얼과 버튼을 눌러도 작동 안 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전면 휠이 있고 M-fn 멀티 펑션과 녹화버튼이 있네요. 전원 레버는 OFF/ON/동영상이 있습니다. ON은 사진 모드, 동영상 모드로 전환하면 동영상 메뉴로 변경됩니다. 이런 방식을 라이카 SL2에서 처음 봤는데 캐논도 촬영, 동영상 레버를 따로 만들었네요. 메뉴 자체가 싹 달라지기에 동영상 강화 미러리스들이 이 방식을 선호합니다.
캐논 EOS R10은 동영상 모드가 없습니다. 동영상도 조리개 조절 모드도 없고 그냥 4K만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C로그도 지원 안 해서 동영상 후보정도 못합니다. 따라서 싸고 사진 위주이고 동영상은 찍지만 전문적인 영상 촬영을 찍지 않는다면 EOS R10도 좋습니다. 가격은 130만 원대로 나올 듯합니다.
캐논 R7의 후면 하단을 보면 바로 실망합니다. 휠 다이얼도 아니고 십자 버튼? 보통 캐논은 보급기에 십자방향키 버튼만 넣어주고 고급기에 휠 다이얼을 넣어주죠. 급나누기의 대표적인 설정이죠. 순간 170만 원이 보급기?
그런데 상단에 휠 다이얼이 거대하게 박혀 있고 그 안에 조이스틱 같은 멀티 컨트롤러가 있습니다. 만져 봤는데 하단에 있는 것보다는 조작감은 떨어집니다만 쓰다 보면 익숙해질 듯합니다. 게다가 멀티 컨트롤러도 있잖아요. 그리고 캐논은 워낙 터치 AF가 좋고 터치로 메뉴 설정을 바로 바꿀 수 있어서 버튼 만질 일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겨울에는 필요한 게 버튼입니다. 터치 장갑 아니면 LCD가 터치가 안 되잖아요.
좀 짜증나는건 절전 모드로 절전 모드를 켜면 LCD 화면이 5초에서 30초까지 아무것도 안 만지면 자동으로 어두워집니다. 배터리 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방책 같네요. AF는 DIGIC X가 들어가 있어서 눈동자, 얼굴, 개와 고양이, 새, 자동차 오토바이를 감지해서 자동 AF를 맞춥니다. 이게 가능한 게 수많은 피사체를 기계학습시켜서 DIGIC X 영상처리 엔진에 넣어서 특정 피사체를 바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뛰어난 EOS iTR AF X 시스템이네요. AF에서는 소니. 캐논이 양대 산맥이고 나머지는 기타 등등입니다. 후지, 파나소닉 이쪽은 아직도 AF가 느립니다.
7K 오버 샘플링 4K가 들어간 동영상에 진심인 캐논 EOS R7
R7을 동영상 쪽으로 레버를 돌리면 상단 왼쪽에 동영상 마크가 뜨고 Av모드가 뜨네요. 조리개 우선 모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가 살펴보니 가능하네요. 캐논은 보급기에는 조리개 우선 모드 동영상 촬영이 되지 않아서 Av 값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조절 가능하면 사진처럼 동영상도 배경 흐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하네요.
물론 R10은 이런 기능 일도 없습니다.
4K는 2가지가 있는데 4K FINE은 7K로 촬영한 영상을 오버샘플링한 후 이걸 4K로 압축해서 담습니다. 이렇게 하면 해상도와 색 재현성이 좀 더 좋아집니다. 4K는 그냥 4K이고 4K 크롭도 가능합니다. 4K는 최대 60 fps까지 지원합니다.
FHD는 120 fps 녹화도 가능합니다.
메모리 슬롯은 듀얼로 2개의 SD카드를 넣을 수 있고 Express CF카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더 막강해진 듀얼픽셀 CMOS AF II가 들어간 캐논 EOS R7
AF도 막강합니다. 먼저 전면 하단에 MF/AF 레버로 빠르게 초점 모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캐논은 EVF, LCD 해상도가 소니보다 좋아서 시원시원합니다. 235만 화소 EVF 속 풍경입니다. 딜레이도 적고 아주 좋네요. AF 영역은 스팟 AF, 1포인트, AF 영역 확장 등이 있고 플렉시블 존은 특정 지역을 설정을 하면 그 안에 들어오는 피사체만 AF를 추적하는 신 기능이네요.
후면 LCD는 피사체 검출 시 가로 세로 100% 디스플레이 전체가 AF 영역이고 피사체 미검출시에는 가로 90% 세로100%가 됩니다. AF포인트가 무려 651개로 바둑을 둬도 될 정도로 많아졌네요. AF 포인트가 많아진다고 AF가 좋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미세한 피사체 초점 맞추기엔 좋죠. 다만 대부분은 피사체가 크기에 AF포인트가 많은 건 시각적인 효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AF가 진화가 확실히 있습니다. AF 속도도 속도지만 눈동자 AF를 넘어서 뒤통수 감지까지 추적하더라고요. 고개를 돌려서 뒤통수가 나와도 뒤통수 전체를 잡아요. 물론 100% 잡는 건 아닙니다. AF는 이제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좋아졌네요.
MF는 동영상 촬영 시 많이 사용합니다. AF가 무조건 옳고 만능이 아니니까요. 동영상은 피사체가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고 초점 맞추는 속도 조절도 필요해서 MF도 필요합니다. MF 초점링으로 초점을 변경할 수 있는데 이 초점링 강도까지 조절이 가능하네요.
IS 일명 손떨방은 최대 7스텝이 가능합니다.
1초에 최대 30연사 1/8000초 지원하는 캐논 EOS R7
연사가 뛰어난 카메라로 캐논 카메라 중 최강의 연사력을 보여줍니다. 캐논의 사진기자용 카메라인 캐논 R3처럼 전사식 셔터는 1초에 30장 촬영이 가능하고 기계식도 1초에 15장으로 극강의 연사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5초 이상 연사를 유지할 수 있어서 길게 연사를 때릴 수 있습니다. R10은 한 2초 정도밖에 안 됩니다.
USB C포트를 이용해서 외장 배터리로 충전도 가능한데 배터리가 PD 규격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외장 마이크도 물론 가능합니다.
캐논 EOS R7의 아쉬운 건 렌즈들
큰 불만은 아니고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좀 아쉬운 건 렌즈입니다. R7, R10 전용렌즈는 RF-S 렌즈로 현재 2개가 나와있습니다. RF-S18-45mm F4.5-6.3 IS STM는 크기가 너무 작고 아담해서 단렌즈인 줄 알았습니다. 침동식이라서 안 쓸 때는 쏙 들어갑니다. 기존에는 버튼을 누르고 돌려야 했는데 이제는 그냥 힘으로 돌리면 열고 잠깁니다. 아주 편리하네요. 전동 줌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RF-S18-150mm F3.5-6.3 IS STM 여행용 렌즈입니다.
가성비 렌즈들입니다. 이 2개가 나와 있지만 RF 풀프레임 렌즈들도 사용할 수 있고 어댑터까지 끼면 EF-S, EF렌즈도 사용 가능합니다. 그러나 RF 렌즈들이 꽤 무거워서 휴대성은 확 떨어집니다.
그리고 캐논 EOS M렌즈들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캐논 EOS M 시리즈는 단종 라인이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후속 기종도 안 나오고 EF-M 렌즈를 R시리즈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하는데 해줄지 안 해줄지 모르겠네요. 워낙 시스템 자체가 달라서 호환이 안 될 듯합니다.
제가 애용하는 캐논 EOS M렌즈는 22mm f2.0 단렌즈로 화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이것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캐논 R7 에는 35mm 환산 35mm 화각급의 22mm 렌즈가 없네요. 조만간 나온다고 하는 이야기는 들었고 나올겁니다. 그리고 그거 나오면 좀 알아봐야겠네요. 급한 대로 RF 16mm 초광각 렌즈를 끼면 되긴 하는데 껴서 보니 EOS M 22mm 화각보다 넓더라고요.
이제 좀 제대로 만드는 느낌입니다. 캐논은 항상 소니 카메라보다 바디 기능이나 AF가 좀 아쉬웠고 특히 4K 동영상 기능이 무척 떨어지고 아쉬웠는데 이제야 소니와 어깨를 올릴 정도가 되었네요. 여기의 캐논의 붉은 색감과 그립감, 조작감, 터치 감 등등의 장점을 섞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미러리스입니다. 가격이 꽤 높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 EOS R7은 보급형 모델이 아닌 플래그십 미러리스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