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라고 할 정도로 매년 5월이 되면 꼭 가는 곳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이어지는 석가탄신일 1주일 전의 연등행렬과 또 하나는 길상사 연등 사진 촬영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딱 한 해만 빼고 매년 찾아가고 있네요.
길상사는 연등이 참 예뻐요. 오색 빛깔 연등이 하늘에 가득 걸려 있는데 마치 밤에 피는 무지개 같아요.
매년 찾아서 그런지 길상사도 변화가 없는 듯 있어요. 석탑 주변을 도는 탑돌이도 재미있고요.
죽은 분들을 위한 하얀 영가등과 살아 있는 분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연등도 가득합니다. 나무에 걸려 있는 연등이 다른 사찰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죠.
범종 앞에 있는 연등은 이제는 설치하지 않네요. 오후 6시가 되자 범종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찰 근처에 살면 사찰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죠. 어린 시절 사찰 근처에 살았는데 저녁 6시만 되면 은은하게 울리던 소리에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연등은 오후 7시 10분 전후로 켜지더라고요. 낮에도 아름다운 사찰이지만 밤에는 더 아름다운 길상사입니다.
길상사는 대웅전 왼쪽에 작은 오솔길 같은 공간이 있어요. 곳곳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유모차 끌고 오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성북구가 산이 많은 동네이고 비탈진 길에 저택들이 가득해요. 부촌도 빈촌도 같은 공간에 있는 독특한 동네입니다. 골목길이 많아서 골목 여행하기 아주 좋은 성북구입니다. 길상사는 고급 요정인 대원각을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은 김영한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를 한 사찰로 역사는 오래되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나 고급 요정이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공간 전체가 아주 분위기와 운치가 좋습니다.
길상화 공덕비와 함께 뒤에 있는 전각은 김영한을 기리는 전각으로 건물 안에는 김영한 초상화가 있어요.
일반 시민들도 저 같은 무종교인도 이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개방감이 아주 좋은 사찰입니다.
곳곳에서 길냥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저 삼색 고양이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네요.
다양한 색깔의 연등도 있고 큰 연등도 있는데 큰 연등은 대웅전 처마 밑에 피어나네요.
서양 조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은은한 빛이 주는 감흥이 너무 좋네요.
대웅전 앞에 연등이 해가 지자 더 밝아지는 느낌이네요.
이 풍경 담으려고 매년 찾게 되네요.
성북구는 산동네가 많은데 저 멀리 산 기슭의 집들이 가득 보이네요.
나무에 핀 연등들도 빛을 내고 있네요.
5월은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그리고 이 풍경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진 촬영 포인트 중에 최고는 이 일주문 앞 연등이에요. 나무에 달려 있는 알사탕 같은 저 연등이 마치 5월에 핀 트리 같네요.
영가등은 하얀색인데 등 밑에 이름들이 적혀 있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등이네요.
야경은 역시 매직아워죠. 해가 지고 하늘이 파랗게 불타 오르고 있네요.
이때가 야경 촬영 최적기입니다. 하늘이 검게 변하면 눈길이 연등에만 가지만 저런 코발트 빛 파란 하늘은 하루에 딱 2번 일출, 일몰 때만 볼 수 있는데 일몰 때가 더 짙어 보여요.
스마트폰으로도 촬영했는데 아무리 스마트폰이 좋다고 해도 사진은 전문 촬용도구 카메라가 좋아요.
어디를 담아도 아름다운 해질녘 길상사 연등 무지개입니다.
꼭 길상사가 아니어도 좋죠. 요즘 사찰 가면 연등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한참을 봤습니다. 꼭 이걸 사찰에서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쉬워요. 청계천이나 광화문 일대 가로수를 이용해서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네요. 정말 요즘 보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더라고요. 부처님 오신날, 세상이 연꽃처럼 맑아지는 하루 되었으면 합니다.
길상사 찾아가는 법 :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주차공간이 넓지 않습니다. 4호선 한성대입구 6번 출구로 나온 후 바로 앞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2번 마을버스 타면 길상사 앞까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