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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가정의 아동폭력을 고발한 미술전시회 밤을 넘는 아이들

by 썬도그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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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익숙해지면 그게 폭력인지 모릅니다. 누구도 이건 잘못된 행동이야. 폭력이야 그만둬!라고 말하지 않으면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맞고 자란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주먹을 휘두릅니다. 그럼 이 아이들은 누가 때렸을까요? 누구겠습니까? 아빠, 엄마죠. 

살다 보면 짐승 같은 부모들을 봅니다. 비단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보입니다. 다만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인지 폭력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주입하고 이루게 하려는 그 행동 자체가 폭력이죠. 지금의 30~50대 기성세대들은 이걸 아주 뼈저리게 잘 느끼고 있을 겁니다. 지금의 10대들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다만 그걸 폭력으로 인지하는 부모님들이 한 세대 전보다 좀 더 많아졌을 뿐이죠. 이 아동 폭력을 고발한 미술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서울대에는 서울대미술관이 있습니다. 집 근처에 이렇다 할 미술관이 없어서 매번 종로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을 가는데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대형 미술관이 있어서 가끔 그리고 자주 찾아갑니다. 오랜만에 서울대에 와봤는데 뭔가 좀 바뀌었네요. 

신림선 경전철이 2022년 5월 개통 예정이고 서울대 입구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지하철역이 생기기에 그에 맞춰서 변화한 듯합니다. 이 신림선 경전철은 여의도 샛강역까지 연결이 되는데 서울대는 서울대가 워낙 크니 지하철을 서울대 안까지 연결하기 위해서 전철 차량기지를 서울대 지하로 넣어주겠다는 식으로 서울시와 줄다리기하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서울대는 관악산 정기를 받아서 그런지 조용하고 산세 좋고 공부하기도 좋습니다. 다만 대중교통편은 너무 안 좋았는데 서울대 앞에 관악산(서울대) 역이 생기면 서울대입구역보다 가까운 전철역이 생기겠네요. 

서울대 미술관은 서울대 정문에서 왼쪽에 있어서 멀리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만 보고 오기엔 아쉽죠. 그래서 아이들과 서울대 구경하고 나오면서 들리면 좋습니다. 

현재 <밤을 넘는 아이들>이라는 전시회가 2022년 1월 13일부터 3월 13일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운영하니 주말에 관람하기 좋습니다. 단 입장 마감은 17시 30분까지입니다. 

QR코드 체크하고 입장했습니다. 무료 관람이니 입장료는 없습니다. 사진 촬영은 가능한데 스마트폰 촬영만 가능합니다. 

밤의 공포를 매일 견디는 아이들의 세상을 고발한 <밤을 넘는 아이들>

책이나 전시회나 서문을 읽어봐야 합니다. 현학적인 전시회 서문은 넌더리가 나는데 요즈음 그나마 설명문처럼 친근한 설명문이 늘고 있네요. 서문을 읽으면서 좀 어두워졌습니다. 솔직히 전 잘 모르고 왔어요. 그냥 전시회 보고 싶어서 왔고 제목만 보고 아이들의 밝고 화사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아니네요. 

<밤을 넘는 아이들>은 밤을 넘어야 하는 아이들에 가해지는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 단체전입니다. 이 미술이라는 도구가 세상 아름다움만 담는 그릇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언론보다 더 날카롭게 현시대와 세상을 다양한 어조로 꾸짖는 비판적인 역할도 많이 합니다. 독재에 언론이 침묵할 때 예술가들이 나서는 것만 봐도 언론인들보다 예술가들의 현실 비판은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이 목마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군요. 

가족 / 2010년 / 권순영

권순영 작가의 가족 시리즈는 잔혹 동화 느낌이 강합니다. 소재 하나하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죠. 크리스마스트리, 미키마우스, 눈 모든 것이 축제입니다만 보세요. 다 울고 있어요. 밝고 맑기만 해야 하는 유년 시절을 인생 중 가장 잔혹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이 가하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아동 학대 사건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것 같지만 계속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 부모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인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부모 자격증을 따야 하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아동 학대가 많습니다. 

물론 한 세대 전에는 더 심했죠. 말도 마세요. 한 세대 전에는 짐승의 시대였다니까요. 폭력이 일상이고 안 되면 때리면 된다 주의였으니까요. 

고아들의 성탄2 / 2014 / 권순영

고아들의 성탄 시리즈도 무척 슬픈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고아가 고아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보듬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보육원 아이들이 18세만 되면 지원금만 받고 보육원에서 나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대선 후보들은 이런 것 좀 대선 정책에 넣어주면 어떨까요? 병사 월급 200만 원이라는 소리 대신 복지를 좀 더 튼튼하게 해줬으면 해요. 

고아들의 성탄 / 2010 / 권순영

 

LOVE 5 / 2017 / 권순영

작품들이 펜으로 그린 듯한 그림들인데 이 작품은 컬러지만 역시나 잔혹동화 느낌입니다. 한지 위에 그린 그림이네요. 

서커스2 / 2019 / 권순영

가정 폭력과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우울한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을 위한 씻김굿 같은 작품입니다. 

고통받는 아이들을 그대로 표현한 느낌이네요. 

폭력의 대물림이라고 하죠.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많았던 한 세대 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반대로 이웃과의 거래가 없다 보니 이웃집의 가정 폭력이 옆집까지 전달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보육원에서 신고를 하면 국가가 적극 나서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고 그 높아진 민감도가 아이들로부터 폭력을 막아주는 방어막이 되었으면 하네요. 

전시는 2층과 3층  2개층에서 진행됩니다. 3층은 실내 공간이 더 많습니다. 

에덴 극 시리즈 / 왕선정 

에덴 극 시리즈는 종교화 느낌의 그림이고 종교화의 요소를 가지고 왔지만 들여다보면 가정 내 폭력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폭력에 노출되는 주요 지점이 2곳이 있는데 학교와 가정입니다. 가정이 생각보다 폭력 다발 지역입니다. 다른 폭력과 다르게 가정 내 폭력은 경찰이 참 많이 방관했고 경찰은 법이 그런 걸 어떡하냐고 했죠. 그래서 법이 바뀌고 이제는 가정 내 폭력에 간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서구 아파트 살인 사건을 보면 가정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신고했는데 경찰이 그대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결국 살인이 일어났어요. 미국처럼 강력한 법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라고 모두 가족이니까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유로 보호해주면 안되는 악마들이 있음에도 우리는 구분해서 분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점 삶은 서구화 되어가는데 법은 아직도 80년대 동양의 이웃 문화가 발달한 시대에서 머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들 / 2017 / 고경호

고경호 작가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가정의 기둥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고발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데 40분 내내 자식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 자식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이야기 하나 했는데 친구 아들 이야기를 합니다. 대화 중에 자기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온통 자식 이야기입니다. 

그 자식들은 부모님들의 주요 대화 소재가 되는데 그걸 보면서 슬펐습니다. 자기는 없고 자식만 있는 삶. 이게 아름다운 삶일까요? 희생이라고 치장하지만 그건 자식에 대한 압박이자 불편함이고 무언의 폭력입니다. 그냥 냅 두세요. 알아서 잘 사니까요. 맨날 천날 비교질에 자랑질에 그런 대화만 하는 삶이 즐겁습니까?

넌 이 집안의 기둥이다 / 2018 / 고경호

이 작품은 작품 이름이 '넌 이 집안의 기둥이다'이고 기둥을 그렸습니다. 직설도 아니고 직접적이네요. 

미술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역시 태권도 / 2018 / 고경호

고경호 작가님 제목 학원 다녔나봐요. 제목 보고 헙~~하고 웃었네요. 미술학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은 남자라면 태권도 지라고 강제로 보냈나 보네요. 그런데 어린 시절 배운 태권도 잘 써먹나요? 

폭력을 처음 가르치는 사람이 아빠나 엄마라는 말이 맞죠. 다만 요즘 부모님들은 많이 달라졌지만 부모가 가하는 폭력 아주 잘 기억합니다. 

Between Roof and Roof / 2021 / 민진영

민진영 작가의 작품도 재미있어요. 

긴 웥통에 아파트인지 오피스텔인지 모를 창문들이 보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천둥이 치네요. 겉에서는 안 보이는 가정폭력, 가정내 불화를 형상화했네요. 

네버랜드 - 경계의 아이들 / 2017~2021 / 신희수

신희수 작가의 작품은 사진입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 밖 아이들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학교 못 다니는 아이들의 이유는 대충 잘 아실 겁니다. 폭력에 노출되고 학교라는 보호막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모두 불량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없고 사회적 울타리만 제공해도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들도 많지만 우리 사회가 그 길을 잘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에 학교 밖 아이들이 운영하는 로스터링 카페에 갔다 왔는데 사회에 다시 진입하고 적응할 기회만 제공하면 충분히 자신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가 출산율에 전력투구 하지만 낳아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애정의 손길을 한번 내밀 거 두 번 내밀었으면 하네요. 

아이들의 짐 사진 시리즈는 학교 밖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부모의 폭력과 자라면서 칭찬 한 번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 집 없이 떠도는 아이들의 소유물이 그들의 삶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 2017 / 김수정

김수정 작가는 모빌 같은 조형물을 선보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보면 익숙한 봉제 인형이 가득하고 빙빙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앞에 가늘고 긴 것들이 서 있습니다. 대번에 알았습니다. 저걸로 많이 많았습니다. 

고양이나 강아지 학대하는 사람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사람을 학대합니다. 며칠 전에 강아지를 학대하다가 동영상에 찍힌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뺏겼다고 하더라고요. 그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그런 일들이 많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상식이 변하면서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높아졌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폭력도 마찬가지죠. 자기 자식 부모가 때리는 걸 말리고 떨어뜨려 놓는 미국이 이해가 안 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도 미국처럼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드 마더 시리즈 / 2016 / 성희진

성희진 작가는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하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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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YKID 연작 / 성희진

여러가지 학원을 다니는 우리네 초등학생들을 담은 사진 연작이네요. 이게 강제면 문제지 하고 싶은 거 하면 문제는 아니죠. 다만 작가는 바쁜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게 스트레스라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합니다. 

요새 / 2013 / 정문경

요새라는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나만의 비밀공간을 통해서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외부로부터 자극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 요새라는 작품은 누군가의 체온을 가득 머금은 옷을 이어 붙여서 만든 텐트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친구들과 놀면 포근하고 나만의 공간이자 세상이 생겨서 아주 좋죠. 

땅의 오는날, 식물아이, 태양아이, 땅 아이/ 2021 / 노경화

귀여운 작품들도 좀 보이네요. 워낙 사회비판성이 날카롭게 쎄다 보니 숨이 좀 막혔는데 이 작품들은 귀염귀염 하네요. 전시회 작체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을 예쁘게 그리면 그게 더 폭력적이죠. 엄연히 존재하는 폭력,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정 내 폭력을 다양한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잘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더 많이 봤으면 하는 전시회입니다. '밤을 넘는 아이들'은 3월 13일까지 진행되니 봄방학을 맞은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보면 좋은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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