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상품도 전성기가 있습니다. 카메라 시장의 전성기는 2010년이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당시는 디지털카메라를 참 많이 구매했고 저도 첫 DSLR을 2009년에 구매를 했습니다. 한 3년 사용하다 다른 카메라로 교체를 하면서 스마트폰처럼 약 3년마다 한 번씩 카메라를 구매했네요. 그러나 2015년 이후 카메라를 구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로도 충분하기에 새로운 카메라 구매에 대한 욕망을 잘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앞으로 안 사거냐? 그건 아닙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새로운 카메라로 바꾸려고 했는데 카메라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거의 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APS-C 사이즈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보급형 카메라 출시가 거의 멈췄습니다. 풀프레임 카메라가 화질이 좋은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다만 제가 필요로 한 사진은 기록하기 편한 휴대성과 화질 모두를 잡은 보급형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캐논, 니콘, 소니 모두 이 보급형 카메라 시장을 점점 축소하고 가격도 비싸고 이익도 높은 풀프레임 카메라에만 열심이네요.
2010년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
위 그래프는 일본광학협회(CIPA)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난 20년간 카메라 판매량과 매출액입니다.
빨간 점선은 카메라 판매대수이고 파란 점선이렌즈 판매대수입니다.
빨간 실선이 카메라 판매매출이고 파란 실선이 렌즈 판매 매출입니다.
보시면 카메라 판매량은 2008과 2010년이 고점이었습니다.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다가 2014년 살짝 반등합니다.
카메라 판매매출도 비슷한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왜 가파르게 올랐고 가파르게 떨어졌을까요?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2005년 전후로 캐논 450D로 대표되는 보급형 DSLR로 인해 전 세계에서 렌즈 교환형 카메라 시장이 크게 성장합니다. 여기에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본격적인 디카 시장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2008년 세계 최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인 니콘 D90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꾸준히 하락한 이유는 아이폰으로 필두로 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판매대수에서 큰 차지를 하고 있던 저렴한 똑딱이 카메라인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붕괴시킵니다. 그나마 DSLR 시장은 화질이 좋아서 버티는 편이지만 DSLR도 꾸준히 판매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2015년 경에 반짝 상승을 합니다. 이 당시의 상승은 미러리스 시장이 열리면서 반짝 상승한 것이 아닐까 하네요. 그럼에도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목숨거는 니콘, 캐논, 소니
추락하는 카메라 판매량은 막을 수 없다고 해도 매출은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가격도 비싸고 이익도 많이 남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면 됩니다. 이에 판매량은 높지만 큰 이익을 낼 수 없는 APS-C 크롭 바디의 보급형 미러리스와 DSLR 라인을 줄이거나 포기하고 풀프레임 미러리스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캐논 같은 경우 EOS R5, EOS R6에 전력투구를 했는데 그 효과가 2021년 서서히 나오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펜대믹으로 인해 카메라 판매량이 줄었지만 2020년 저점을 찍고 2021년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9.8% 상승.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배 증가한 587억 엔, 당기순이익은 493억 엔으로 마찬가지로 전년대비 3배가 늘었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생산 공장이 있는 동남아 코로나 확산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을 고려하면 꽤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기존 카메라로도 충분하기에 새 카메라를 구입 안하는 소비자들
2020년보다 2021년 매출, 이익 다 늘었지만 캐논은 카메라 판매량이 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카메라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걸 교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세계 보도사진 공모전에서 수상작을 촬영한 카메라를 보면 아직도 캐논 5D Mark2가 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출시한 캐논 EOS M3를 내려놓고 새로운 카메라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AF 때문입니다. EOS M3는 하이브리드 AF인데 이게 너무 느려요. 정말 느려서 화딱지가 날 정도입니다. 특히 EF-M 22mm 단초점 렌즈가 AF가 느리기로 유명합니다. 대신 가격 대비 화질이 좋아서 사용합니다. 동물 같은 움직이는 피사체는 포기하고 주로 정물과 풍경만 찍습니다.
그런데 캐논의 듀얼픽셀 CMOS AF가 들어간 최신 카메라는 AF가 엄청 빨라서 듀얼픽셀 CMOS AF가 들어간 제품을 꼭 사려고 합니다. 이 이유 말고 최신 카메라가 화질이 더 좋아서 사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이미지센서 크기가 동일하면 화질은 비슷합니다. 영상처리엔진이 저노이즈와 DR을 좀 더 좋게 해 주긴 합니다만 혁신적인 화질 개선을 해주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2015년에 나온 캐논 EOS M3카메라나 2019년에 나온 EOS M50이나 화질 자체는 큰 차이는 아닙니다.
후보정 프로그램의 진화로 화질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다
위 사진은 캐논 EOS M3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정말 볼품없는 사진이죠. 무엇보다 하늘에 노출을 맞추다 보니 그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이 검게 나왔습니다. DR(다이내믹레인지)가 너무 좁아요. 이 사진만 보면 당장 카메라 바꾸고 싶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그냥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보통은 후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도비 라이트룸을 월정액을 내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원본 사진을 라이트룸에서 자동 프리셋을 먹인 사진입니다. 자동 설정만 눌러줘도 이렇게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노출이 밝은 쪽은 노출을 내려주고 어두워서 안 보이는 곳은 노출을 올려서 밝게 보이게 했습니다. 쉽게 HDR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라이트룸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라이트룸을 2009년 부터 사용했고 당시에도 자동 프리셋을 때릴 때도 이렇게까지 만족스러운 후보정을 해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밀 조절을 한 느낌까지 들게 하네요.
위 두 사진은 하나는 원본 하나는 후보정한 사진입니다. 후보정을 하니 훨씬 보기 좋고 만족스럽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카메라를 바꿀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메라로 사진만 찍는다면 5년 전에 나온 카메라나 최근에 나온 카메라나 화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라이트룸과 같은 후보정 프로그램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합니다. 또한 사진을 찍다 보면 카메라 바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렌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카메라 처음 사면 렌즈의 중요성을 모르다 단초점 렌즈를 사용해보고 고가의 고급형 렌즈 사용하면서 같은 바디에서 화질이 그게 좋아진 걸 느끼면서 렌즈를 하나둘씩 구매하게 됩니다. 렌즈는 전자 기술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디는 주기적으로 교체하지만 렌즈는 거의 교체하지 않고 중고로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신 카메라가 필요한 이유 AF와 동영상 성능 때문
사진만 찍는 분이고 화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분이 아니라면 최신 카메라를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화질에 민감한 분들이나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하는 분들이라면 최신 카메라가 필요로 하고 저도 카메라를 교체하려는 이유가 동영상 AF 속도 때문입니다.
최신 카메라가 구형 카메라보다 좋은 점은 AF 같은 전자 기술이 더 뛰어납니다. 캐논 EOS M3는 얼굴 AF는 되지만 눈동자 AF도 새의 눈을 인식하는 버드 아이 AF도 애완동물 눈동자 AF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게 아주 중요한 기능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나 동물이나 움직이는 피사체 사진 촬영 및 동영상 촬영할 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동영상은 AF가 조금만 부정확해도 느려도 그 모든 것이 동영상에 담기기에 동영상 AF가 중요합니다.
캐논 카메라를 2022년에 사야하는 이유
캐논 카메라는 사골센서로 유명합니다. 이미지센서를 예전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다 보니 이미지센서 품질이 뛰어나지 못합니다. 다만 후보정 기술이나 피부 발색력이 좋고 AF가 좋아서 애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캐논이 드디어 이면조사형 이미지센서(BSI 이미지센서)를 장착한 캐논 EOS R3를 출시했습니다.
이면조사형 이미지센서는 이미지센서의 기본단위인 포토다이오드 앞으로 지나가는 배선들이 빛을 모으는 수광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개선한 이미지센서입니다. 이면조사형 이미지센서는 배선을 포토다이오드 뒤로 넣어서 수광력을 높였습니다.
소니는 이미 BSI 이미지센서를 오래 전부터 제공하고 있고 이로 인해 소니 카메라는 뛰어난 이미지센서로 승승장구 했습니다. 그러나 캐논은 이제야 BSI 이미지센서를 선보였습니다. 너무 느리죠. 그럼에도 캐논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충성도 높은 고객과 뛰어난 후보정 기술과 마케팅으로 겨우 버텼다고 봐야 합니다.
이러니 DXOMARK의 풀프레임 이미지센서 순위에서 캐논 카메라 중에서는 30위에 1D X Mark3가 있습니다. 이미지센서 평가는 캐논은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BSI 이미지센서를 사용한 캐논 EOS R3가 높은 순위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논은 내년에 EOS R7, R8. R9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카메라들은 APS-C 사이즈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크롭센서 미러리스로 BSI 이미지센서를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다른 회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바디 손떨림 보정을 내장해서 선보였는데 캐논은 EOS R5, EOS R6부터 바디 손떨림 보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캐논은 대체적으로 좋은 기능을 덜 넣어서 나옵니다. 마차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을 보다가 필요한 기능을 하나 둘 따라서 넣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캐논이 기술력이 없냐? 아닙니다. 한 때 미국에서 특허 가장 많이 내는 기업 3위까지 올랐던 기업으로 기술은 있습니다. 다만 필요할 때 넣어서 제공합니다. 이걸 기술 진부화라고 하죠. 기술은 미리 다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툭툭 넣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랩니다.
캐논 EOS R7, R8, R9는 무척 기대가 큰 카메라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에 나왔어야 하는데 반도체 수급 문제와 여러가지 이유로 내년에 출시한다고 하네요. 가격은 좀 비싸게 나오겠지만 3가지 버전이 나와서 내 예산과 기능을 보고 선택해야겠네요. 제가 EOS M6 Mark2를 구매하려다가 멈칫 한 이유는 4K 화질이 좀 거칩니다. 이런 4K에 대한 문제와 불만을 EOS R7, R8, R9가 해결해서 나올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