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울상이라는 소리는 따로 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워낙 좋아지다 보니 카메라 안 사고 사진 잘 찍히는 스마트폰을 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 더 좋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싶으면 미러리스나 DSLR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냥 일상을 기록하는 정도이고 가끔 사진을 찍는 분들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에 여행길도 막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카메라 판매량은 더 크게 줄었습니다.
그나마 2분기 최악을 지나서 지난 여름 카메라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현재 카메라 제조업의 양대 산맥은 소니, 캐논입니다. 서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서 카운터 펀치를 날리면서 1,2위 경쟁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올림푸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함을 넘어서 올림푸스 카메라 전체가 다른 기업에게 인수되는 등 카메라 제조업들도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올림푸스처럼 위기에 빠진 카메라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니콘입니다.
DSLR 왕좌에서 안주했던 니콘, 혁신의 흐름을 타지 못하다
캐논, 니콘, 올림푸스, 소니 카메라를 모두 만져보고 사용해봤습니다. 각 카메라 제조사의 특징들이 있습니다. 인물 사진과 사진 조작 편의성과 그냥 막 촬영하기에는 캐논이 좋고 풍경 사진과 사진 결과물 자체는 니콘이 좋습니다. 다만 동영상 AF가 느린 점은 아쉽죠.
올림푸스는 세계 최초로 바디 손떨림 보정을 넣고 각종 편의 기능들을 많이 넣는 등 혁신 기술들을 가장 먼저 선보였습니다. 이는 지금은 사라진 팬택 스마트폰과 비슷하죠. 다만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요즘 이미지센서 크기가 큰 카메라들을 선호하는 트렌드인데 올림푸스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놓지 못하는 등 흐름을 타지 못했습니다. 소니는 기계적 성능은 가장 좋지만 조작 편의성이 너무 복잡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중 올림푸스는 이미 카메라 제조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겼고 니콘은 큰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4~9월 무려 315억엔(한화 3,339억 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 엔의 이익을 본 것에 비하면 거대한 적자 전환입니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이라고 해도 꽤 심하네요. 니콘은 연말까지 500억 엔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니콘 사장은 해외 직원을 2017년 3월 시점에서 약 6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장은 유지하지만 생산 인원은 감소시킬 예정입니다. 또한 미야기 현에 있는 DSLR 생산 공장을 태국으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미야기 현의 니콘 공장은 자율 주행 운전에 필요한 3차원 레이더 센서인 LiDAR(라이더) 카메라 용 검사 장비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일본 직원 감소는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 공장 생산 직원은 2천 명 정도를 해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서 800억 엔의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DSLR 시장에 안주하다 미러리스 시장, 하이엔드 디카 시장을 놓친 니콘
변화가 심한 시장이 전기 먹는 기계들인 전자제품 시장입니다. 전자 기술은 엄청난 혁신과 혁신의 연속입니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항상 트렌드를 살펴보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변화할 것이 있으면 억지로 변화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회피하고 억지로 변화하다가 망한 서비스가 싸이월드입니다. 싸이월드는 경박단소한 콘텐츠 시대인 현재에 오히려 최적화된 미니홈피를 갖춘 서비스였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서비스가 될 수 있음에도 도토리만 팔다가 망했습니다. 페북이나 트위터가 서드 파티 서비스를 위해서 소스를 오픈하고 각종 액세서리 같은 기능을 쉽게 부착하고 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무기로 승승장구할 때 대원군처럼 페북이나 트위터 흑선을 보고도 네이버 월드처럼 폐쇄정책으로 일관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서비스는 해외발 대체 서비스가 많지 않고 국내 언론사 뉴스라의 유착 관계로 이 변화를 현재까지 막아내고 있지만 싸이월드는 페북과 트위터라는 대체 서비스가 등장하자 빠르게 붕괴합니다.
니콘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 대 중후반까지 캐논과 니콘 두 회사가 DSLR 시장을 양분하던 시절 니콘 카메라는 엄청나게 잘 팔렸습니다. 이 두 거성을 뛰어넘지 못하자 올림푸스는 마이크로 포서드 이미지센서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카메라인 미러리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입니다. 올림푸스 팬은 2008년 세상에 처음 선보였고 미러리스 시장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합니다. 소니도 DSLR 시장에서 캐논, 니콘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미러리스 시장으로 넘어갔는데 그냥 넘어간 것이 아니고 소니의 뛰어난 이미지센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캐논은 APS-C 사이즈 크롭 이미지센서를 사용한 캐논 EOS M 시리즈 미러리스를 선보이면서 이 미러리스 시장에 간을 봤습니다. 물론 EOS M1, M2는 망했죠. M3부터 그나마 이제 좀 쓸만하구나 했지 M1, M2는 크게 망했습니다.
반면 니콘은 지금은 멸종한 니콘 ONE 시리즈를 2012년에 출시했습니다. EVF가 없는 J 시리즈와 EVF가 달린 V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 니콘 원 시리즈는 큰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지센서가 너무 작았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MFT)보다 이미지센서가 더 작고 콤팩트 카메라보다 조금 큰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니 컴팩트 카메라와 차별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캐논은 APS-C 사이즈 미러리스를 선보여서 화질이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2018년 가을 캐논과 니콘은 동시에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둘 다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캐논 같은 경우는 올여름에 출시한 캐논 EOS R5, EOS R6 중 EOS R6 인기가 좋아서 소니가 장악하고 있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니콘은 니콘 ONE 시리즈의 실패가 아주 뼈아팠습니다. 트렌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실수죠.
실수는 또 있습니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시장입니다. 이 시장도 무시 못할 정도로 사용자가 많습니다. 붙박이 렌즈라서 렌즈 교환은 되지 않지만 대신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광학 줌 기능 또는 기존 컴팩트 카메라보다 이미지센서를 키운 카메라를 선보여서 콤팩트함을 중시하는 여행객들이나 일상 기록 및 촬영 용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니콘은 고배율 줌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카메라들만 주로 선보였습니다.
2019년 닛케이 아시아는 전 세계 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발표했습니다.
- 캐논 45.4 % (+ 2.4)
- 소니 20.2 % (+ 0.9)
- 니콘 18.6 % (-1.6)
- 후지 필름 홀딩스 4.7 % (-0.4)
- 파나소닉 4.7 % (0.0)
캐논은 시장 점유율을 2.4% 올렸고 소니도 0.9% 올렸습니다. 반면 니콘은 -1.6% 하락했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카메라 시장 점유율 2위가 니콘이었는데 2019년 처음으로 소니가 니콘을 제치고 2위에 올랐습니다. 이 순위 역전은 니콘의 미러리스 시장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서 3위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카메라 시장은 계속 축소되다가 카메라 시장이 활황기 이전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더 추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카메라 시장이 활황기던 아니던 꾸준히 소비하는 프로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취미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카메라를 애용하니까요. 최근 고궁에서 단풍을 미러리스로 촬영하는데 90%는 스마트폰으로 찍는데 저와 한 20대 여성분이 DSLR을 들고 찍는 걸 한참 봤던 기억이 나네요. 한 10년 전만 해도 미러리스와 DSLR이 반 정도는 보였는데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만 촬영하네요. 앞으로 카메라 시장은 프로와 취미 사용가들을 위한 카메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